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여파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가중되며 실물 경제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임대료 등 '방역 부담에 대한 공정성'을 화두로 꺼냄과 동시에 '거시경제'의 희망적 지표를 강조하고 나섰다.
경제 지표 선방에 대한 대국민 홍보가 부족하다는 청와대 참모들의 인식 하에 나온 메시지이지만, 엄중한 코로나19 상황에 대비해 메시지가 혼동되면서 타이밍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방역 부담 공정성' 화두 꺼낸 문 대통령…'임대료 제한' 논의 급물살 타나"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영업이 제한 또는 금지되는 경우 매출 급감에 임대료 부담까지 고스란히 짊어져야 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 일인지에 대한 물음이 매우 뼈아프게 들립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꺼낸 화두는 바로 '방역 부담에 대한 공정성'이었다. 거리두기 3단계 가능성까지 언급되는 엄중한 시국에 사회적으로 민감한 주제를 문 대통령이 먼저 꺼낸 것이다.
중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경제적 직격탄을 감내하고 있는 것이 '과연 공정한가'하는 근원적 물음에 문 대통령은 '뼈아프다'는 말로 공감했다.
더 나아가 문 대통령은 "모두가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약자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고통의 무게를 함께 나누고 정부의 책임과 역할을 높여나갈 방안에 대해 다양한 해법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해 논쟁에 불씨를 던졌다.
문 대통령이 이날 '방역 부담에 대한 공정성'을 화두로 꺼내면서 임대료 제한에 대한 논의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정부는 임대료를 낮추는 '착한 임대인 운동'을 적극 권장하면서 이에 호응하는 임대인에게 세액 공제 등 혜택을 줬지만, 이같은 자발적 방식으로는 역부족으로 판단해 대책 마련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여당에서도 관련 논의가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 이동주 의원은 집합금지 업종에는 임대료를 청구할 수 없도록 하고, 집합제한 업종에는 임대료의 2분의 1 이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이른바 '임대료 멈춤법'의 발의를 예고했다.
다만, 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이 단지 '사회적 화두'를 던진 것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임대료 멈춤법 등에 대해 여당과 사전 교감 끝에 나온 메시지는 아니다"면서 "문 대통령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고통에 공감하며 화두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구체적인 계획과 구상이 담긴 발언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약자 언급 뒤 '주가3000' 시대 희망섞인 전망 내놔…메시지 혼동에 野 혹평아직 무르익지 않은 '방역 부담 공정성'을 꺼낸 문 대통령은 이어진 발언에서는 곧바로 거시경제의 긍정적 지표들을 나열했다.
문 대통령은 "내수 위축에도 한국 거시경제가 좋은 흐름을 보이는 것은 다행"이라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준다"고 긍정적으로 진단했다. 이어 "무엇보다 빠른 경제회복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 수출이다. 12월 들어 쾌조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중소기업의 수출 비중이 증가하는 것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또한 "주가 상승세도 경제의 희망을 보여주는 객관적 지표"라면서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주가 3,000' 시대 개막에 대한 희망적 전망까지 나온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주가 3000' 시대에 대한 기대에 이어 "벤처기업이 주식시장의 떠오르는 주역이 된 것이 고무적"이라며 "제2 벤처붐 확산은 경제의 역동성을 보여준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향후 경제 전망에 대한 희망적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코로나19 방역 강화로 고통받고 있는 '경제적 약자'들을 돌아보자는 직전의 메시지와 뒤섞이며 큰 공감을 받지 못했다.
당장 야당은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자화자찬'과 '희망고문'이라며 깎아내렸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뜬구름 같은 '주가 3000 시대'는 도대체 무슨 말인가. 자화자찬하는 수출호조나 거시경제는 우리 기업 그리고 우리 국민들이 묵묵히 이뤄낸 것"이라며 "엄한 곳에 숟가락 얹지 말고 정부는 할 일을 해야 한다. 국정의 무게를 책임있게 감당해야한다"고 비판했다.
여권 내에서도 이날 다소 혼동된 문 대통령의 경제 메시지에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여권 관계자는 "우리가 지금까지 경제적으로 선방해왔다는 점을 충분히 홍보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면서도 "지금은 코로나19 방역과 실물경제가 엄중한 시국이기 때문에 거시경제 지표에 대한 홍보는 추후 적절한 때로 미뤘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