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사진=자료사진)
윤석열 검찰총장이 현행 징계절차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헌법소원을 청구하며 절차적 정당성을 또 걸고 넘어졌다. 연일 계속되는 절차위반·공정성 논란에 법무부는 이미 징계위를 두 차례 연기했지만, 감찰 실무자들의 이탈마저 계속되면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윤 총장은 4일 검사징계법상 법무부 장관의 징계위원 임명 규정에 대해 헌법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사징계법에서는 법무부 장관이 지명하는 검사 2명과 변호사·법학교수 등 외부인사 3명을 징계위원으로 위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징계위는 위원장인 장관과 당연직인 차관을 포함해 장관이 임명하는 5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되는 만큼, 과반수가 장관의 손에 달린 셈이다.
윤 총장은 검찰총장의 경우 일반검사와는 달리 징계청구자도 법무부 장관이라는 점에서, 징계를 청구한 사람이 사실상 직접 심의까지 하게 돼 공정성을 결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정지 명령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내 승소한 윤 총장이 다시 한 번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법적 판단을 받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날 오전에도 윤 총장 측은 법무부와의 실랑이 끝에 어렵게 받아낸 감찰기록이 분량은 방대하지만 중요내용이 거의 누락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윤 총장 측 이완규 변호사는 "2000페이지 분량 5권을 받아왔는데 대부분이 언론 기사 스크랩이었다"며 "상당 부분이 누락된 정황도 있어 법무부에 다시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윤 총장 징계의 핵심 근거가 된 '재판부 분석 문건'과 관련해 제보자의 진술 내용이나 문건 작성자 조사내용, 감찰 담당자인 이정화 검사의 법리검토서도 첨부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검사징계법에서는 징계혐의자에게 징계청구서 부본((副本)을 송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추 장관은 윤 총장에 대해 지난달 24일 징계를 청구한 후에도 아무런 징계 근거 자료를 제공하지 않은 상태에서 당초 지난 2일 징계위를 열겠다고 해 논란이 됐다.
징계위 하루 전날 법원이 윤 총장의 직무복귀를 명하고 법무부 감찰위원회에서도 이같은 절차적 문제가 논란이 되면서 추 장관은 징계위를 4일로 연기했다. 그러나 징계위를 위해 급박하게 임명된 이용구 차관의 최근 '월성 원전' 수사대상자 변호 이력 문제가 불거진 데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당부하면서 징계위를 10일로 다시 미룬 상황이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의 헌법소원 청구에 대해 아직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법무부와 대검찰청에서 윤 총장에 대한 감찰을 맡았던 검사들의 동요가 커지는 등 내홍은 심각한 수준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법무부 감찰관실에 파견근무를 했던 이정화 검사가 1일 감찰위원회에서 윤 총장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무혐의'로 기록했던 내용을 삭제하라는 윗선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또 '재판부 분석 문건' 입수 경로와 압수수색 진행 과정 등에 대한 의혹이 짙어지면서, 대검 감찰부 실무자들도 더 이상 수사 진행이 곤란함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윤 총장이 헌법소원과 함께 신청한 추 장관 징계위원 지명의 효력정지 신청까지 다음주 초 빠르게 심리에 돌입한다면, 징계위 자체의 개시 여부도 불투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헌재에 접수된 사건은 지정재판부에서 전원재판부 회부나 각하 여부를 결정하고 전원재판부로 회부한 경우에만 본안과 효력정지 신청에 대해 검토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