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조정은(세계김치연구소 전략기획본부장)
여러분, 김장철이 돌아왔습니다. 그런데요. 김치를 두고 국제적인 소동이 한바탕 벌어졌어요. 중국에는 파오차이라는 음식이 있습니다. 일종의 야채절임인데 중국의 신문 환구시보가 ‘중국의 파오차이가 ISO, 국제표준화기구로부터 김치의 국제표준으로 인정을 받았다.’ 이렇게 보도를 한 겁니다. 심지어 이 일 때문에 지금 한국이 반발하고 있다라는 내용까지 덧붙였습니다.
중국의 포털사이트 바이두에서 한국 김치 검색하면 한국 김치는 중국에서 시작됐다라고 적혀 있기까지 하다는데. 알고 보니 환구시보의 보도는 오보였습니다. 그런데 오보 치고는 너무 커져서 한번 짚고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중국인들의 김치에 대한 생각은 어떤 건지 김치 전문가 모셔보죠. 세계 김치연구소 전략기획본부장이세요. 조정은 본부장 연결돼 있습니다. 본부장님 안녕하세요.
◆ 조정은>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저는 파오차이라는 음식 처음 들어보거든요. 이게 어떤 건가요?
◆ 조정은> 파오차이는 소금에 산초잎이나 고수와 같은 향신료를 물에 넣고 끓인 다음에 거기에 각종 채소를 넣고 절인 중국의 절임채소 식품입니다. 그래서 앵커님께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파오차이로 우리가 중식당 가면 반찬으로 제공되는 그 자차이 있잖아요.
◇ 김현정> 시큼한 거?
◆ 조정은> 그렇죠. 국내에서는 뭐 ‘짜사이’ 라고 많이 불리는데 이 자차이도 파오차이의 한 종류입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저희가 지금 유튜브와 CBS 레인보우앱에서 사진을 보여드리고 있는데 그러니까 저게 바로 파오차이군요.
◆ 조정은> 그렇죠.
◇ 김현정> 한눈에 보기에도 우리 김치하고는 전혀 다른데요?
◆ 조정은> 그렇죠. 외관상으로 보면 사실 김치보다는 뭐 우리가 쉽게 먹는 피클에 가까운 음식이고요. 자차이는 고추기름이 들어간 그런 파오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중국 최대 인터넷 검색엔진 바이두에서 '泡菜(파오차이)'를 검색했을 때 뜨는 사진
◇ 김현정> 그럼 우리의 김치하고는 다른 음식인데. 어쩌다가 이렇게 황당한 소동이 벌어졌어요? 환구시보라면 중국의 최대 매체인데. 유일한 신문이고. 환구시보에서 우리 중국의 파오차이가 국제표준화기구로부터 이게 표준 김치다라고 인정받았다. 이런 오보를 어떻게 쓴 거죠?
◆ 조정은> 사실 이번 파오차이의 ISO 국제표준은 중국 사천성에서 주도적으로 제정을 했는데요. 이 파오차이에 대한 공업화 수준이 많이 향상되면서 상업화를 위한 각종 노력을 하고 있고 그 일환으로 ISO 국제표준을 제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여기까지는 산업 수준을 향상하기 위한 일반적인 노력으로 보이는데 보이는데요. 문제는 중국의 언론사에서 파오차이의 표준 제정을 김치에 대한 표준이라고 확대해석하면서 이제 논란이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 김현정> 그럼 정확히 사실관계를 정리해 보면 파오차이 국제표준으로 정해진 것을 마치 김치 표준으로 우리 중국 것이 됐다 이렇게 오보를 낸 거예요?
◆ 조정은> 그렇죠. 거기다가 문제는 ISO 표준 문건에 보면 적용 범위가 표시가 돼 있거든요. 그런데 거기에 김치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게 분명히 명시가 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언론에서 좀 더 자극적으로 기사를 내다보니까 더 논란이 확대된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2001년에 일본 기무치하고 또 김치 종주국 논란이 한바탕 벌어지지 않았습니까?
◆ 조정은> 네, 맞습니다.
◇ 김현정> 일본도 자기네 음식 기무치가 원조라고 하고 중국도 뭐 자기들한테서부터 시작됐다고 하고. 왜 이렇게 서로 종주국이라고 주장하는 거고, 제대로 된 건 뭡니까?
◆ 조정은> 사실 기무치는 한국 사람들이 일본으로 건너가서 일본인 식성에, 식문화에 맞춰진 현지화된 식품이거든요.
◇ 김현정> 그렇죠.
◆ 조정은> 그러니까 일본에서는 기무치를 등록시키려고 하고 우리나라는 당연히 김치로 등록을 시키려다 보니까, 실무협의회를 한 네 차례 정도 가졌어요. 그래서 양국이 실무 협의를 거쳐서 최종 결정은, 규격명은 김치로 통일하는 대신 일본이 제안한, 사실 기무치에는 김치에 안 들어가는 첨가물이 또 일부 들어가거든요. 그래서 이제 기무치도 김치의 일종으로 보고 그 규격에는 일본이 제안한 일부 식품첨가물에 대해서 부분적으로 수용하는 그 단일 규격안을 마련해서 김치의 규격이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거죠.
◇ 김현정> 그렇게 해서 그건 정리가 됐고 일본도 더 이상 본인들이 김치의 시작이다라고 얘기 안 하는 거고.
◆ 조정은> 그렇죠.
◇ 김현정> 중국은 김치를 자기네 거라고 주장할 아무런 근거가 없는 거 아닌가요?
◆ 조정은> 그렇죠. 사실 더 위로 올라가면 ‘저(菹)’ 라고 절임식품이거든요. 그런데 사실 이 ‘저’에 대한 기원을 보면 중국이 좀 더 앞서긴 하는데 사실 절임식품은 뭐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에도 찌께모노, 그다음 독일에도 사워크라우트, 중국 파오차이, 이렇게 농경사회가 발달한 국가에서는 흔한 음식이거든요.
◇ 김현정> 그렇죠.
◆ 조정은> 그런데 우리 김치는 아시다시피 배추나 무 같은 원료 채소를 소금에 절인 다음 그 상태를 저희가 절임배추를 먹지 않잖아요. 거기다가 고추, 마늘, 생강과 같이 양념을 하게 되고 이런 두 차례의 발효과정을 거치면서 원재료에는 없던 그 기능성 물질이나 유산균들이 생겨나서 이제 영양학적으로 굉장히 우수한 식품으로 다시 재탄생하는 거거든요. 저희가 절임배추가 우리가 원조라고는 안 하잖아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러고 보니까 지금 질문이 하나 들어왔는데 국제표준화기구 ISO에 김치의 표준으로는 우리 김치가 들어 있는 거죠?
◆ 조정은> 아니요. 우리는 ISO에는 김치가 없고요. 사실 우리 김치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 이게 UN산하기구인데 여기에서 이미 국제표준을 받았기 때문에 사실 ISO는 민간기구예요. 그래서 거기에도 김치 표준을 받을 필요성이 그렇게 크게 높지는 크게 높지는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이렇게 된 마당이면 거기도 그냥 우리가 표준이라고 등록을 해 놓는 게 낫지 않습니까?
◆ 조정은> 네, 그래서 저희도 부처와 한번 상의를 해서 ISO에 김치 표준규격이 등재가 필요한지는 검토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자랑스러운 우리 김치. 김장철이기 때문에 주부들한테는 조금 고민거리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잘 지켜가야겠어요. 오늘 고맙습니다.
◆ 조정은>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세계김치연구소 전략기획본부의 조정은 본부장이었습니다.김현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