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광기와 독기 품은 두 여성의 스릴러 '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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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콜'(감독 이충현)

(사진=넷플릭스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캐릭터 영화이자 장르 영화다. 특히 광기 충만한 여성 연쇄살인마 캐릭터 '영숙'의 등장과 여성들이 마음껏 움직이는 호러 스릴러라는 점, 여기에 장르적 재미에 충실함을 더했다는 데서 영화 '콜'이 반갑다.

'콜'(감독 이충현)은 서로 다른 시간대를 사는 두 여자가 전화 한 통으로 연결되고, 서로 운명을 바꿔주면서 시작되는, 광기 어린 집착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다.

오랜만에 홀로 집으로 돌아온 서연(박신혜)은 낡은 전화기를 꺼내 든다. 전화기 벨이 울리고 서연은 20년 전인 1999년 자신이 서 있는 집에 살던 영숙(전종서)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렇게 전화는 2019년과 1999년을 이으며 현재 인물 서연과 과거 인물 영숙의 운명을 하나로 엮는다.

영화는 과거의 일로 미래인 현재가 바뀌는 타임 슬립을 다루지만, 이를 활용해 서영과 영숙 두 캐릭터가 벌이는 대결을 중심에 뒀다.

보통 스릴러 장르에서 독기와 광기를 품은 강력한 빌런이 남성 캐릭터를 통해 구현됐다면, '콜'은 여성이 모든 것을 이끈다. 빌런 역시 여성인 영숙이 맡아 새로운 캐릭터를 선보인다. 캐릭터 설정에서부터 '콜'은 신선함을 담보하고 나아간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영화는 타임 슬립이나 미스터리한 전화에 대한 부연설명보다 두 캐릭터의 얽히고설키는 이야기에 집중한다. 바로 두 인물과 사건으로 들어가며 장르적인 쾌감에 충실하려 애쓴 셈이다.

서로 다른 시대를 사는 서연과 영숙은 우연히 알게 된 전화 연결을 통해 묘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마치 친구처럼 유대를 쌓아 나간다.

특히 영화 초반부터 '엄마'라는 존재가 부각되는데, 영숙은 "엄마가 날 죽이려 한다" 이야기하고, 서연은 엄마를 바라볼 때 아빠를 자신의 옆에서 빼앗아간 존재라 여긴다. 그런 엄마에 대한 뒤틀린 영숙과 서연의 심리와 트라우마는 둘을 더욱 각별하게 엮어 나간다. 그리고 엄마의 존재는 이후 두 캐릭터가 서로 본격적인 대립을 시작하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지점으로 작용한다.

영숙의 경우 보호자(이엘)를 죽이는 방식으로서 자유를 획득하는데, 이를 기성세대에 대한 영숙만의 저항으로 본다면 이 캐릭터를 설명하는 'X-세대' 키워드와도 이어진다. 극 중 영숙은 서태지 팬으로 나오는데, 서태지는 당대 저항의 아이콘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X-세대' '서태지'라는 1990년대 키워드와 영숙은 관련성을 가진다.

물론 영숙이 택한 방식이 '살인'이라는 점에서 그는 공포의 아이콘으로 변모하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서연과 서로 다른 길을 걸으며 대립한다.

전화와 엄마, 다시 말해 모성에 대한 상반된 선택으로 이어진 서연과 영숙 사이를 잇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불'이다. 이중적이고 양면적인 속성을 지닌 불이 서연과 영숙을 기묘하게 대립하는 운명으로 어떻게 엮으면서 각 캐릭터와 연결시키는지 보는 것 또한 관전 포인트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영화에서 눈여겨봐야 할 지점 중 하나는 바로 '집'이다. 닮은 듯 다른 서연·영숙의 감정과 그들이 처한 상황을 대변하는 역할이자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 역할을 하는 장치가 집이다.

같은 공간이지만 누가 서 있는지, 서연과 영숙이 어떤 감정을 지니고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에 따라 집은 시시각각 모습을 바꾼다. 과거 영숙의 행위로 인해 바뀌는 미래 상황을 가장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 역시 집이다. 카멜레온처럼 자신의 모습을 서연과 영숙에 맞춰 변화시키는 집은 이 영화를 더욱 극적으로 만든다.

가장 극적인 것은 역시나 '캐릭터'다. 서연과 영숙의 대결, 그리고 이를 스크린에 구현해 낸 배우 박신혜와 전종서의 연기 대결은 스크린을 장악하며 관객을 '콜'의 세계로 이끈다.

전종서가 열연한 영숙은 연민에서 섬뜩한 감정으로 넘어가며 제대로 된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이런 영숙의 반대에 선 서연을 연기한 박신혜 역시 관객이 영숙의 공포를 보다 더 가깝게 느끼도록 돕는다. 이들을 갈림길에 놓이게 만드는 두 엄마 역의 김성령과 이엘이 빚어낸 호연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앞서도 말했듯이 '콜'은 여성들 이야기이자 여성 스릴러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요소에서 그러하다.

서연의 아픈 과거인 아빠(박호산), 딸기 농장 삼촌(오정세), 영숙을 의심하는 경찰(이동휘) 등 극 중 다양한 모습의 남성이 나오지만 모두 주변부에 머문다. 주요 캐릭터와 단서를 제공하는 작은 역할조차 여성이고, 빌런도 여성이다. 오롯이 여성들에 의해 과격하고도 폭력적인 대결이 이어진다는 점에서도 '콜은' 관성을 벗어난, 놓칠 수 없는 영화다.

112분 상영, 15세 관람가, 넷플릭스 공개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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