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와 아동보호기관이 A씨의 자택을 방문했을 당시 출입구와 집안 내부가 쓰레기 더미에 파묻혀 있었다.(사진=여수시 제공)
전남 여수의 한 가정집 냉장고에서 생후 2개월 된 남아의 시신이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친모가 범행을 숨기기 위해 행정기관과 아동보호기관 등을 끝까지 속이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일 여수시 장병연 여성가족과장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난 25일 친모인 A(43)씨의 집을 방문했을 당시 집에서 5톤 가량의 쓰레기를 치웠고 그 과정에서 냉장고도 정리했으나 시신이 없었다고 밝혔다.
장 과장은 "당시 냉장고 안 물건들을 싹 다 버렸다. 그때는 아기 시신이 없었다. 쓰레기 수거 당시에는 전혀 몰랐다"며 "미리 귀중품만 가지고 계시라고 말씀을 드렸었다"고 밝혔다.
이를 종합하면 여수시는 청소를 하기 전 A씨에게 귀중품을 챙겨놓으라고 했고 이에 A씨가 냉장고 냉동칸에 있던 아기의 시신을 다른 곳에 숨겨놓았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A씨가 냉장고 안 영아 시신를 감추려 했던 정황은 또 있다.
여수시가 이웃집의 신고로 처음 A씨를 면담했을 때인 지난달 10일 A씨는 집 안을 공개하는 것을 거부했고 7살 난 첫째 아들만 확인시켜줬다.
사흘 뒤인 13일 여수시가 아동보호기관과 함께 A씨의 자택을 방문했을 때도 A씨는 집안 내부 공개를 거부했고, 지인의 쌍둥이 자녀가 아파 본인이 한명을 보호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경찰이 동행한 20일에야 여수시와 아동보호기관은 A씨의 자택 내부를 확인할 수 있었고 오랫동안 쓰레기가 쌓여 악취가 진동하는 등 아이가 방임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때도 A씨는 생후 27개월 된 자신의 딸을 지인의 자녀로 속이려 했으나, 출생신고된 기록이 없어 들통이 났다.
여수시는 25일 해당 가정을 청소할 당시 냉장고도 모두 청소했다고 밝히는 만큼 A씨가 냉장고 냉동칸에 있던 갓난아이의 시신을 주민센터 방문청소 직전 숨겼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음날 이웃주민이 '쌍둥이 남동생이 있었다'는 의심 신고를 한 후 이튿날인 27일 경찰에서 현장조사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냉장고 안에서 유기된 영아 시신이 발견됐다.
전남 여수경찰서 청사 전경. (사진=자료사진)
여수경찰서는 친모인 A씨가 2년 전 아이가 숨졌을 당시 경찰에 신고하거나 매장하지 않고 냉장고에 보관해온 이유 등을 추궁하고 있다.
A씨는 경찰조사에서 "어느 날 일을 하고 집에 와 보니 아이가 숨져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1차 부검에서 외상이 없는 것으로 나왔고 특별하게 본인 진술과 다른 부분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사체 유기와 아동 방임 등의 혐의로 조만간 수사를 마무리하고 송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경찰은 "2개월 뒤 최종 부검 결과 다른 혐의점이 있으면 추가 송치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