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5·18헬기사격 인정에 全씨, 파렴치한 거짓말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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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오 칼럼]

5·18헬기사격 역사적 사실로 확인
'전두환은 살인마'라는 80년대 대자보가
왜 사과와 용서를 구하지 않을까
하늘의 진노가 두렵지 않나

고(故) 조비오 신부를 비난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 씨가 30일 1심 선고 공판에 마친 뒤 광주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5·18 역사가 또다시 쓰였다.

지난 1980년 5월부터 지금까지 전두환 등 신군부와 우리 군은 5·18광주민주화운동 때 헬기사격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고(故) 조비오 신부를 비롯해 5·18을 직접 겪은 시민들은 헬기 사격에 대한 목격담을 계속 전했고, 광주전일도서관(전 전남도청 앞)엔 총탄의 흔적이 생생함에도 전 씨 등은 계속 부정해왔다.

당시 헬기사격은 대한민국의 군대가 자국민을 향해 직접 사격을 가한 것이어서 파장이 어마어마한 사건이었다.

5·18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아주 중요한 역사적 사실이 미궁으로 묻힐 뻔 했으나 스스로 실타래를 푼 사람은 전두환씨였다.

전두환씨는 2017년 펴낸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사격이 있었다'고 말한 조비호 신부를 향해 "신부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고(故)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했다.

전씨의 회고록을 접한 광주시민들과 5·18유족회, 고(故) 조 신부 유가족들은 전씨를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광주지검에 고소했고, 헬기사격의 증거 수집에 나섰다.

5·18 40주년이 지나간 2020년 11월 30일에야 1980년 5월 21일 헬기사격이 있었다는 진실의 한 가닥이 확인된 것이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광주지방법원은 30일 "1980년 5월21일 500MD 헬기사격 있었다"면서 헬기사격을 부정한 전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5·18유공자인 고(故) 조비호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전두환 씨에게 '유죄'를 인정한다며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장은 1980년 5월 21일과 5월 27일 각각 500MD 헬기와 UH-1H 헬기로 광주 도심에서 헬기 사격이 있었음이 충분히 소명됐다며 조 신부가 목격한 5월 21일 상황을 중심으로 유죄를 판단했다.

김 부장판사는 "헬기 사격 여부는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쟁점"이라며 "피고인의 지위, 5·18 기간 피고인의 행위 등을 종합하면 미필적이나마 헬기 사격이 있었음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전씨는 5·18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지난 1997년 대법원에서 5·18 내란목적 살인 등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지 23년 만에 또다시 형사처벌을 받은 것이다.

전씨는 지난 4월 광주 법정에 출석해서도 "내가 알기로는 헬기에서 사격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전씨는 5·18 당시 보안사령관과 합동수사본부장, 중앙정보부장 서리를 겸하며 사실상 권력을 장악해 5·18유혈진압의 최고 책임자로 꼽히는 인물이었다.

지난 1980년 정국을 좌지우지한 전씨가 5·18 헬기사격을 몰랐다며 부인한 것은 전씨의 거짓말로서만 설명이 가능한 부분이다.

당시 신군부의 한 관계자는 3년 전 "광주사태가 발생했을 때 뜬 눈으로 날밤을 새웠으며 조마조마하게 상황을 지켜봤다"고 후일담을 말한 바 있다.

고(故) 조비오 신부를 거짓말쟁이라며 비난했던 전두환씨야말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임이 법원의 판단으로 확인된 것이다.

전씨는 이날 광주법정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사과하라는 요구에 대해 버럭 화를 내는 등 후안무치한 태도를 보였다.

이같은 전씨의 태도는 5·18 이후 40년간 이어지고 있다.

전씨는 12·12 내란과 5·18학살에 대한 숱한 재판과 무기징역 선고, 특별사면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의 사과는커녕 도리어 정당했음을 강변하고 있다.

전씨는 권력을 잡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키고 '전두환 물러가라'는 정당한 요구를 한 시위대와 시민에게 총을 쏴 살해하고서도 한마디 사과가 없다.

고 조비오 신부를 비난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 씨가 30일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광주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오죽했으면 재판장인 김정훈 부장판사가 "피고인은 재판 내내 한 차례도 성찰하거나 사과하지도 않아 특별사면의 취지를 무색하게 했고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피해자를 비난하는 회고록을 출간했다"고 발언했을까.

미안하다, 잘못했다. 죄를 지었으니 용서해달라고 할 법도 하건만 그의 입은 여전히 굳게 닫혀있었다.

대신 역정을 내거나 재판 내내 꾸벅꾸벅하는 등 어쩔 수 없어 재판에 임하는 아주 뻔뻔한 피고인의 모습이었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 전 대통령의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30일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5.18 관련 단체 회원 등이 전두환 구속 촉구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1980년도 각 대학가에 나붙은 '전두환 살인마'라는 말은 여전히 살아 있는 듯하다.

이 재판이 5·18 자체에 대한 재판은 아니어서 실형을 선고하지 않았다는 재판부에 배려에 대해서도 전씨의 생각은?

살날이 멀지 않은 전씨가 죽을 때는 뭐라고 할지 자못 궁금해진다.

그때도 5·18광주학살은 정당했다고 말할까?

'진노의 큰 날'이 다가오는데도 끝내

'지옥문'은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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