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발리뷰]다 갈아엎은 현대캐피탈, 비난보다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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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선수단 개편 나선 최태웅 감독 인터뷰

신영석(왼쪽)과 문성민으로 대표됐던 최태웅 감독의 현대캐피탈 '1기'는 주축 선수가 30대 중반에 접어들며 세대교체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결국 최태웅 감독은 과감한 변화를 통해 새로운 출발에 나섰다.(사진=한국배구연맹)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라면 뼈를 깎는 아픔도 즐겁다.

매 시즌 V-리그 남자부에서 꾸준하게 우승 후보로 평가받던 현대캐피탈은 도드람 2020~2021V-리그 남자부 2라운드가 진행 중인 현재 순위표의 가장 낮은 자리에 있다.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위치다.

현대캐피탈은 2020~2021시즌을 앞둔 지난 9월 주전 세터 이승원을 삼성화재에 내주고, 김형진을 영입했다. 지난달에는 전역을 앞둔 국가대표 출신 센터 김재휘를 KB손해보험에 내주고 1라운드 신인 지명권을 가져와 전체 1순위로 레프트 김선호를 데려왔다. 이어 1라운드 4순위에서는 리베로 최대어 박경민도 지명했다.


현대캐피탈의 과감한 시도는 결국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정점을 찍었다. 지난 13일 V-리그 최고 센터로 평가받는 신영석을 베테랑 세터 황동일, 현재 군 복무 중인 레프트 김지한과 함께 한국전력으로 보내고 2년차 장신 세터 김명관, 3년차 레프트 유망주 이승준, 2021~2022시즌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가져왔다.

지난 24일에도 현대캐피탈은 국군체육부대에서 허수봉과 함형진이 전역하자 4년차 라이트 홍민기와 2년차 리베로 구자혁, 신인 세터 박건휘를 자유신분선수로 공시했다. 어느 팀으로도 자유롭게 떠나 경기할 기회를 줬다. 결국 ‘제2의 여오현’이라는 평가를 듣고 중용됐던 구자혁은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었다.

V-리그 선수 등록 기준이 최소 14명, 최대 18명이라는 점에서 현대캐피탈은 팀 구성원의 1/3가량을 바꾸는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다. 이를 통해 V-리그 남자부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쓰는 팀 중 하나였던 현대캐피탈은 20대 초, 중반의 어린 선수들이 다수인 팀으로 재편하며 지출 규모도 크게 줄였다.

최태웅 감독은 20대 초, 중반의 어린 선수들이 팀 내 다수를 구성하는 새로운 현대캐피탈을 만들고 아무도 쳐다보지 못할 만큼의 강력한 전력을 구축한다는 분명한 목표를 세웠다.(사진=한국배구연맹)
이 과정에서 현대캐피탈은 승리보다 패배가 많아졌다. 상대를 꺾고 환호하는 것에 익숙했던 팬으로부터 불평이 쏟아진 것은 당연했다. 특히 주장인 신영석을 시즌 중 이적시켰다는 점이 현대캐피탈 팬이 가장 실망하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최태웅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쉬운 길을 골라갈 수 있는 상황이지만 최태웅 감독은 굳이 스스로 거친 가시밭길을 향했다. 왜 그랬을까.

“각오하고 실행에 옮겼다”는 답을 내놓은 최태웅 감독은 “과감한 결단이 아니라면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수 있다. 조건을 달게 되면 아무것도 못하게 되는 상황이라 0부터 다시 시작하는 방향을 선택했다”고 했다.

사실 현대캐피탈의 대대적인 선수단 개편은 2020~2021시즌 개막 전부터 추진했던 변화다. 하지만 트레이드는 상대가 있어야 가능한 일. 여러 카드를 맞춰봤지만 선뜻 나서는 팀이 없었다. 하지만 2020 제천·MG새마을금고컵과 2020~2021시즌 1라운드를 치르며 여러 팀과 의견이 맞아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다수의 주전 선수가 이탈한 상황, 그리고 이어지는 부진. 최태웅 감독은 분명 지금의 상황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짧은 시간 나이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고 믿었다. 패배가 쌓이고 있지만 팀 분위기는 생각처럼 나쁘지도 않다는 점도 다행스러운 상황이다.

“예전에는 배구의 ‘핵심’을 알려주면 선수들이 소화했지만 지금은 배구를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과정”이라는 최태웅 감독은 “짧은 시간이지만 선수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 보인다. 어린 선수들이 탄력을 받는다면 이기던 지던 사기가 엄청 올라갈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다들 우리와 붙기 싫어할 것이다. 성적은 좋지 않아도 우리 팀의 분위기는 정말 좋다”고 자랑했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아마도 지금 V-리그에서 내가 가장 힘들 것"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분명한 자신감이 담겨 있었다.(사진=한국배구연맹)
그렇다면 최태웅 감독이 그리는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의미의 사자성어 ‘고진감래(苦盡甘來)’를 꺼냈다.

“평범한 것은 싫었다. 앞으로 2, 3년 착실하게 준비해서 지금까지 해온 것과는 다른 확실한 우승을 하고 싶다. 지금 선수 구성은 높은 건물을 짓기 위해 탄탄하게 기초를 다지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한 그는 “모두가 우러러보는 팀, 모두가 부러워하는 팀을 만드는 것이 나의 꿈”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현대캐피탈은 최태웅 감독이 부임한 이후 정규리그 우승과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두 차례씩 경험했다. 하지만 정규리그에서 우승한 2015~2016, 2017~2018시즌은 챔피언결정전에서 무너졌고,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한 2016~2017, 2018~2019시즌은 정규리그를 2위로 마쳤다. 그리고 2019~2020시즌은 코로나19로 리그가 단축 종료된 가운데 3위에 머물렀다.

최태웅 감독은 ‘지금까지 해온 것과는 다른 확실한 우승’의 의미가 통합우승, 그리고 이 결과를 몇 년간 연이어 하고 싶다는 것이냐는 물음에 의심할 여지 없이 단호한 목소리로 “그렇다”고 답했다.

마치 백의종군(白衣從軍)하듯 스스로 출발선으로 되돌아간 최태웅 감독, 그리고 감독의 분명한 구상을 믿고 응원하는 현대캐피탈. 이들의 과감한 도전은 뻔해서 재미없다는 V-리그에 신선한 재미를 던져준 동시에 이들이 만들어 갈 새로운 미래를 기대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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