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기]불안장애 앓는 정형돈 '표정궁예' 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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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장애로 방송 활동 중단 정형돈 불편한 '집중 조명'
일부 장면들 두고 "전조 증상" 추측성 보도 쏟아내 물의
민언련 관계자 "개인 질환 눈요기로 전락…반인권적 보도"

방송인 정형돈.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불안장애로 활동을 중단한 방송인 정형돈이 여전히 불편한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그가 활약하던 예능 프로그램에서 포착된 모습을 두고 불안장애로 기정사실화하는 언론 보도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정형돈은 지난 22일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뭉쳐야 찬다'에 출연했다. 이날 방송 일부 장면들에서 정형돈은 크게 반응 없는 모습을 보였고, '컨디션 난조'로 원래 정형돈 몫이었던 해설위원이 대체되기도 했다. 그런데 다수 언론에서 이런 장면을 부각해 '불안장애 전조 증상'이라는 추측성 보도를 쏟아냈다.

JTBC 관계자는 23일 CBS노컷뉴스에 "현재 녹화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 별개로 기존 녹화분은 정상 방송된다"고 알렸다. 앞으로도 남아있는 정형돈 촬영 분량은 계속 방송된다는 이야기다.

유사한 보도의 확대·재생산에 따라 관심이 집중되면서 정형돈은 이날 하루종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직접 활동 중단 소식을 전해야 했던 소속사도 이같은 관심에 조심스러운 기색이었다.

FNC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휴식 중인데 불안장애 문제로 주목 받는 건) 본인이 불편할 수도 있다고 본다"며 "현재 쉬면서 열심히 치료에 전념 중"이라고 전했다.

만약 정형돈의 이같은 모습이 불안장애에 따른 증상이었다 해도 고통받는 연예인 개인을 향한 관음증을 부추기는 보도 행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인다. 공적 가치에 부합하기보다 흥미에 목적을 두고 이뤄진 보도라 더욱 그렇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 관계자는 24일 CBS노컷뉴스에 "정형돈씨 표정을 두고 불안장애 여부를 논하는 것은 전혀 공적인 뉴스 가치가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언론이 유명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기사화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유명인이라 하더라도 개인이 앓는 질환은 민감한 사생활이고 인권과 밀접하게 관련된 부분이다. 이를 눈요기용으로 전락시켜 보도한다는 건 반인권적 보도 행태"라며 "보도준칙이나 윤리강령을 살펴볼 여유가 없더라도 이런 보도를 지양하는 건 기본적인 부분"이라고 비판했다.

더 큰 문제는 미디어가 미치는 사회적 영향이다. 언론이 심리와 정서를 해치는 보도를 인지하지 못한 결과, 정형돈과 유사한 질환을 앓는 이들에게도 부정적 파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트라우마를 유발하는 보도 행태는 개그맨 고(故) 박지선 등 유명인 사망 보도에서도 끊임없이 반복되는 문제로 꼽힌다.

이 관계자는 "언론사들은 아마 '우린 팩트를 썼다'고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는 팩트를 가장한, 인격에 대한 공격이다. 심리 질환은 당사자를 둘러싼 환경 요인도 크게 작용하는데 오히려 언론은 이를 지켜주는 역할을 하지 않고, 정형돈씨 가족이나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는 행위에 앞장서고 있다. 인권을 배려하는 보도가 멀리 있지 않다. 언론이 이런 피해의 심각성을 깨달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시, 보기'는 CBS노컷뉴스 문화·연예 기자들이 이슈에 한 걸음 더 다가가 현상 너머 본질을 들여다보는 코너입니다. 발빠른 미리 보기만큼이나, 놓치고 지나친 것들을 돌아보는 일은 우리 시대의 간절한 요청입니다. '다시, 보기'에 담긴 쉼표의 가치를 잊지 않겠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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