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찬란하게 빛나는 소녀의 성장담 '걸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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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 '걸후드'(감독 셀린 시아마)

(사진=㈜블루라벨픽쳐스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애써 반짝이려 하지 않아도 우리는, 각자는 이미 빛나는 존재들이다. 찬란하지 않아도 자기 삶을 자기만의 길로 나아가려는 이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다. 외화 '걸후드'는 한 소녀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빛을 발하는 과정을 그린다.

'걸후드'(감독 셀린 시아마)는 집, 학교 어디에서도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마리엠(카리자 투레)이 운명처럼 세 친구를 만나 반짝이는 자신을 찾아 나서는 찬란한 성장담을 담아낸 작품이다.

열여섯 살 마리엠은 홀로 생계를 이끄는 엄마를 대신해 두 동생을 보살핀다. 그것만이 아니다.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인 오빠 눈치를 보며 하루하루 버텨내는 파리 외곽에 사는 소녀, 그게 마리엠이다.

마리엠은 일반계 학교로 진학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안 된다"는 부정의 언어가 소녀를 계속 억누른다. 가족은 생계를 위해 마리엠이 엄마를 따라 청소 일을 하길 바라지만, 소녀가 원하는 건 다르다. 오빠가 휘두르는 폭력보다 더 무서운 건 '나의 삶'을 살 수 없다는 것이다.

집은 물론 학교에도, 그 어디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던 마리엠은 어느 날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세 친구 레이디(아사 실라), 아디아투(린지 카라모), 필리(마리투 투레)를 만나 그들의 자유 속으로 빠져들어 간다. 그렇게 마리엠은 '빅'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고 차츰 변화해 나간다.

(사진=㈜블루라벨픽쳐스 제공)

 

사회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마리엠과 친구들 행동은 비행으로 비칠 수 있다. 그리고 마리엠의 삶을 그저 안쓰럽게 바라볼 수도 있다. 그러나 감독은 이런 일반적인 시선과 연민을 걷어내고 그저 한 존재의 삶을 오롯이 비추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 덤빌 줄 아는 강인한 내면을 보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는 '걸후드' 오프닝에서 보인 럭비 장면과도 맞닿아 있다.

마리엠이 숨쉴 수 있는 틈은 '럭비 클럽'이었다. 거친 필드에 몸을 맡긴 채 부딪히고 깨지고 넘어지면서 그는 살아 있음을, 숨 쉬고 있음을 느꼈다. 그래서인지 그 강렬한 럭비 경기로 펼쳐지는 오프닝은 마리엠의 삶, 그리고 마리엠 그 자체와 닮았다.

레이디 일행을 만난 이후 마리엠이 자기 내면을 밖으로 드러내고 자유의 공기를 만끽하는 것은 '춤'으로 표출된다. 지하철에서 음악에 몸을 맡긴 채 춤을 추는 레이디, 라디아투, 필리를 보며 수줍은 듯 리듬에 따라 몸을 움직이는 마리엠의 모습은 점차 자신의 '말'을 해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인지 감독은 지하철에서, 호텔에서, 광장에서 춤추는 마리엠을 롱테이크로 가져간다. 억압적이고 희생을 강요하는 집에서의 마리엠이 아니라 차츰 그 강박의 틀을 깨고 저항하며 밖으로 나오려는 마리엠의 모습은 춤을 통해 드러난다. 그렇기에 춤을 추는 마리엠의 모습을 길게, 끊어짐 없이 오롯이 담아낸다.

특히 리한나의 노래 '다이아몬드'(Diamonds)를 배경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푸른색 조명 아래 춤을 추며 즐거워하는 마리엠과 레이디, 아디아투, 필리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정말 이 노래 가사처럼, 다이아몬드처럼 자신만의 색으로 빛나는 까닭이다. 이 장면은 한 편의 뮤직비디오 같다. 그 순간 관객으로 하여금 그들의 새로운 세상, 자유로 빠져들게끔 만든다.

(사진=㈜블루라벨픽쳐스 제공)

 

마리엠은 다양한 경험을 한다. 집에서, 길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여러 일을 겪는다. 그러면서 한 발 한 발 나아가는데, 그 걸음들이 모여 결국에는 진정으로 자신이 택한 길을 향해 걷는다. 레이디 일행과의 만남은 나의 내면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고, 그들과의 연대는 다른 길을 가는 데 대한 두려움을 넘게 만드는 힘을 준다.

이 모든 과정은 비단 마리엠뿐 아니라 성장하는 과정에 있는 모든 소녀, 모든 이에게 해당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셀린 시아마 감독은 롱테이크와 클로즈업을 통해 오롯이 인물의 내면을 따라가며 마리엠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한다. 특수성을 걷어내고 그저 마리엠에게 다가가길 권한다. 그를 애처롭게 보는 게 아니라 함께 분노하고 응원하길 바란다.

셀린 시아마 감독은 '성장 3부작'의 다른 작품인 '워터 릴리스'나 '톰보이'처럼 성장하는 과정에 놓인 소녀를 색다른 시선으로 보지 않는다. 그리고 '워터 릴리스'에서 마치 춤을 추듯 자맥질하는 싱크로나이즈드처럼 '걸후드'에서는 럭비와 춤을 엮어 소녀의 내면과 성장을 그려낸다.

성장해 나가는 마리엠의 복잡한 심경과 강인함을 차분하게 스크린에 펼쳐낸 카리자 투레의 연기도 '걸후드'를 보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연기 경험이 없는 카리자 투레는 마치 마리엠처럼 자신만의 빛을 발하며 마리엠의 다양한 얼굴을 관객에게 보여준다.

113분 상영, 11월 12일 개봉, 12세 관람가.
(사진=㈜블루라벨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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