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마음에 드는 통계만 본다'…'마이웨이' 인천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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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의회 행정사무감사서 제기된 정부 승인 통계 신뢰성 논란

인천관광공사 민민홍 사장이 지난 12일 열린 인천시의회 행정사무감사 자리에서 시의원의 질문에 대답하는 모습. (사진=중계화면 캡처)
"관광산업에 대한 이해 부족, 전형적인 오류입니다."

최근 인천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인천 지역 관광산업 관련 지표들이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민민홍 인천관광공사 사장이 내놓은 대답이다.

당시 시의회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표한 '관광사업체조사' 결과를 인용해 인천 지역 관광사업체의 매출이 관광공사가 활동 시기에 오히려 더 나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 사장은 이 통계가 조사표본이 너무 적어 전국의 관광사업체 동향은 가늠할 수 있지만 지역별로 보는 데는 부적합하다고 주장했다. 인천관광공사도 이례적으로 자료를 내 "절대로 쓰면 안되는 통계"라며 이 통계를 신뢰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국내 유일 정부 승인 통계 부정한 인천관광공사

언뜻 잘 반박한 것 같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시의회가 제시한 관광사업체조사 통계는 관광산업과 관련한 국내 유일한 정부 승인 통계다. 정부가 통계의 신뢰성을 인증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이 통계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광산업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 △관광사업체 운영자나 예비 투자자들의 제반 결정을 지원할 수 있는 신뢰성있는 관광사업체 정보 △대학이나 연구기관이 관광산업 또는 관광사업체에 대한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기초 자료로 쓰인다. 인천관광공사를 관리·감독하는 인천시도 관광 관련 정책을 수립하거나 업무 성과를 보고할 때 이 통계를 사용한다.

민 사장은 우리나라 관광 정책 전반을 결정하는 데 쓰이는 통계 자료의 위상과 권위를 모두 부정한 셈이다. 통계의 조사표본을 신뢰할 수 없다면 통계 결과도 신뢰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 자료를 통해 수립된 정부와 각 지자체의 관광 관련 정책도 모두 잘못된 자료를 토대로 만들어졌다는 말과 같다.

이 통계 보고서를 관리·감독하는 문화체육관광부 담당자는 민 사장의 발언과 인천관광공사의 입장에 대해 "표본이 적어 정확도가 다소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면 그나마 이해할 수 있지만 아예 써서는 안되는 통계라고 주장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해당 통계가 국내 관광산업과 관련한 유일한 정부 승인 통계라는 점도 강조했다.

(사진=인천관광공사 홈페이지 캡처)
◇통계 정확성 문제 삼았지만…부정확한 통계로 반박한 인천관광공사

민 사장과 인천관광공사는 신뢰할 수 있는 통계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낸 '국민여행조사'를 제시했다. 공교롭게도 관광사업체조사 보고서를 낸 곳과 같은 곳이다.

민 사장과 인천관광공사는 이 통계 자료를 인용해 국내·외 여행객이 인천에서 지출한 소비액은 2016년 1조 4751억 원에서 2019년 2조 5710억 원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여행객의 소비지출이 늘었으니 인천관광공사가 인천 지역 관광산업에 기여한 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통계는 2018년부터 조사 방식이 바뀌었다. 2017년까지는 반기별로 여행자가 스스로 작성한 여행기록부를 토대로 조사가 이뤄졌지만 2018년부터는 조사주기를 월별로 줄이고 조사원이 직접 가정에 방문해 면접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때문에 이 보고서도 2018년 이전과 이후 사이의 비교는 불가하다고 밝히고 있다.

더군다나 여행객과 관광객은 사전적인 의미도 다르다. 여행은 출장·업무, 귀성, 단순 친구·친지 방문을 모두 포함하는 단어지만, 관광은 특정 지역을 둘러보거나 휴양을 목적으로 한 이동을 의미한다. 단어가 포용하는 정도를 보면 관광보다는 여행이 상위 개념인 것이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여행객 소비지출은 관광객의 소비지출보다 더 금액이 많을 수밖에 없다. 나아가 민 사장과 관광공사가 제시한 이 통계는 중간에 조사방식이 바뀌어 비교가 불가하다고 밝히고 있다. 결국 민 사장과 인천관광공사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통계만 제시한 셈이다.

◇무리한 반박의 배경은 '공사 무용론' 거론 위기감

한국관광공사 기획조정실장과 뉴욕지사장, 서울센터장, 국제관광본부장 등을 지낸 관광전문가 민 사장이 단순히 시의회의 지적을 넘기기 위해 이러한 답변을 했을 리 없다. 왜 그랬을까. 관광공사를 둘러싼 비판이 결국 관광공사 역할 무용론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조직내 위기감이 원인으로 보인다.

인천관광공사는 2015년 재설립 당시 수입 재원이 불투명해 설립해서는 안된다는 여론이 우세했다. 경상경비의 50% 이상을 경상수입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지방 공기업 설립 기준을 지킬 수 없다는 이유였다. 즉 공사 운영 자금의 절반 이상을 자체사업으로 벌어야 하는데 이를 충족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천시는 '인천관광공사 설립 타당성 검토 용역보고서'에 따라 공사 운영자금의 50% 이상을 자체사업으로 충당할 수 있다며 설립을 강행했다. 결과적으로 이 용역보고서가 예측한 인천관광공사의 수익 예측은 하나도 맞지 않았다.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가 '인천시가 허위 공문서를 근거로 관광공사 설립을 추진한다'며 인천시 간부 공무원을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인천시청. (사진=인천시 제공/자료사진)
공사의 매출 대부분은 인천시가 주는 대행사업으로 채워졌다. 공사의 전체 매출 가운데 대행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94.6%, 2017년 83.7%, 2018년 86.5%, 2019년 74.4%였다. 설립 이후 5년째 공사 설립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다.


공사가 아직 공기업으로서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면서 인천시의 지원금도 상당하다. 2015년 재설립 이후 인천시가 공사에 지급한 경상지원비는 이미 1천억 원을 훌쩍 넘었다. 인천시는 중기지방재정계획에 따라 2025년까지 공사에게 매년 100억 원의 지원비를 지급할 예정이다.

전적으로 인천시의 지원에 기대 운영되는 공사지만 인건비의 비중은 너무 높다. 지난해 공사의 매출대비 인건비의 비중은 27.2%를 기록했다. 전국 최고 수준이다. 전체 매출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는 공사는 인천광광공사가 유일하다.

경상경비(판매관리비) 대비 인건비의 비중으로 보면 무려 84.8%다. 공사 운영자금의 80% 이상을 임직원의 급여로 지출한 것이다. 경기관광공사의 판매관리비 대비 인건비 비중이 14.7%, 서울관광재단이 21.2%인걸 감안하면 인천관광공사의 인건비 지출은 과다하다. 경영상으로 문제점이 많은데 역할마저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오면 공사 무용론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어떤 통계를 인용했고 해당 통계가 맞느냐를 논하는 게 아니다. 인천관광공사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느냐는 시의회의 질문에 공사 어떤 대답을 내놨냐다. 결과적으로 공사는 큰 문제 없다는 대답을 내놨다.

치료는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공사의 대답은 아직 공사가 환자라는 자각이 없다는 걸 보여준다. 훌륭한 의사가 진료를 해도 환자가 치료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고칠 수 없다. 이번에 치른 인천관광공사의 행정사무감사가 안타까운 이유다.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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