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체크]한국은 비혼 여성의 시험관 임신이 금지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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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1-19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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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 여성이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 없어"
기증자 찾더라도 대한산부인과학회 지침으로 인해 시술까지는 어려움 따라

(사진=사유리 SNS 캡처)

 

일본 출신 방송인 사유리씨가 최근 아이 출산 소식을 알렸다. 특히 한국 사회에선 아직 낯선 '자발적 비혼모' 길을 택한 상황이라 그의 선택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4일 아들을 출산한 사유리씨는 SNS를 통해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한다고 전해주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자기 자신을 위주로 살아왔던 제가 앞으로 아들 위해서 살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일본에서 정자를 기증받았다는 사유리씨는 한 방송에 출연해 한국에서는 결혼한 사람만 시험관이 가능하고 모든 게 불법이었다면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국내에선 정말 비혼 여성이 정자 기증을 받는 게 안 될까?

◇"비혼 여성의 정자 기증 출산, 법적으로 문제없어"

우선 현행법상 비혼 여성에게 정자 기증을 금지하는 법안은 없다.

(사진=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캡처)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 제24조 1항을 살펴보면 '배아생성의료기관은 배아를 생성하기 위하여 난자 또는 정자를 채취할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에 대하여 난자 기증자, 정자 기증자, 체외수정 시술대상자 및 해당 기증자·시술대상자의 배우자가 있는 경우 그 배우자의 서면동의를 받아야 한다. 다만, 장애인의 경우는 그 특성에 맞게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배우자가 없는 경우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이 없기 때문에 꼭 배우자가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이 해석하면 틀리다는 것이 보건복지부의 설명이다.

보건복지부 하태길 생명윤리정책과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생명윤리법 제24조에 배우자의 서면동의를 받아야 하는 부분이 있지만 배우자가 없다면 (동의를)받지 않아도 된다"며 "비혼 여성이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하는 것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비혼 여성이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까지 이르는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다. 학회 지침과 그동안의 관행 때문에 사실상 정자 기증을 받기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사진=대한산부인과학회 보조생식술 윤리지침 캡처)

 

대한산부인과학회 '보조생식술 윤리지침'에는 체외수정시술과 정자공여시술은 원칙적으로 법률적 혼인관계에 있는 부부만을 대상으로 시행한다고 명시돼 있다. 해당 지침은 산부인과 의사들의 학술단체가 만든 지침이기에 법적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이로 인해 산부인과 의사들이 해당 시술을 기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렵사리 정자를 기증받더라도 적잖은 비용도 감당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따른다. 정부의 난임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부부관계가 성립돼야 한다. 결혼을 하지 않은 비혼 여성의 경우 해당 지원에서 배제되기 때문에 비급여로 진행해야 한다.

◇일본 국적 비혼 여성도 한국에서 정자를 기증받을 수 있을까

사유리씨의 경우 일본 국적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정자를 기증받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복지부 관계자는 국적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하 과장은 "법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다. 단 기증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정자를 구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며 "만약 (정자를) 구한다면 못할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사실상 비혼 여성의 임신은 정자 기증자를 찾을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선택지도 많지 않다. 주변에서 기증자를 찾아서 진행하거나 산부인과를 찾아가 의사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증자를 모색하는 것이 할 수 있는 방법의 전부나 다름없다.

만약 어렵사리 정자를 구하더라도 체외수정 시술을 할 수 있는 난임 상태를 사실혼을 포함한 부부에 대해서만 규정하는 '모자보건법'이 비혼 임신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따른다. 하지만 해당 법률은 난임 부부에 대한 국가의 시술비 지원 근거를 규정한 것이지 비혼 여성의 시험관 시술 자체를 막는 것은 아니다.

또한 사유리씨와 마찬가지로 지난 2007년 출산을 한 방송인 허수경씨의 사례 이후 생명윤리법이 강화됐기 때문에 비혼모의 출산이 더 어려워졌다는 것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하 과장은 "(법 강화는) 사실무근이다. (비혼모 출산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는데 강화된 것이 있겠나"라며 "다만 예전에는 비혼모 출산을 (국가가)정책적으로 권장하는 분위기가 아니었을 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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