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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형기 끝낸 전과자 17명 교도소서 6일째 단식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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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처벌' 보호감호…15년전 폐지됐지만
폐지 전 확정판결 수형자들은 '유지' 결론
'사회 적응' 위함이라지만…월급 2~5만원
"돈 없이 나갔다가 범죄밖에 더 하겠나"
별개시설 수용·최저임금 보장 등 요구

지난 9일부터 단식 투쟁에 돌입한 천안교도소 피보호감호자들의 '저항권 행사 천명서'(사진제공=사단법인 두루 이상현 변호사)

 

천안교도소에서 '보호감호'를 받고 있는 피보호감호자들 십수명이 지난 9일부터 무기한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 이들은 한 달 작업에 대한 대가로 최대 5만원을 받고 있는데, 이를 모아서는 도저히 사회에 나가 적응할 수 없다며 처우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1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천안교도소 내 피보호감호자 17명은 이날로 6일째 단식 투쟁을 하며 집단행동에 들어갔다. 이들은 △교도소가 아닌 별개시설 수용 △사회복귀에 필요한 기술습득 △최저임금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 연령 분포는 53~66세이고, 당뇨중증환자는 2명, 고혈압 환자는 7명 등이라고 한다.

'보호감호'란 형의 집행이 종료된 자에 대해서 '재범의 위험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수용시설에 추가로 수감시키는 제도를 말한다. 1980년 전두환 신군부가 삼청교육대를 해산하면서 전과자를 사회에서 격리 수용하겠다는 목적으로 보호감호의 근거법률인 '사회보호법'을 제정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이중처벌'이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고, 결국 '사회보호법'은 지난 2005년 폐지됐다. 당시 폐지된 이유는 "보호감호처분이 이중처벌적인 기능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집행실태도 구금위주의 형벌과 다름없이 시행되고 있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문제는 부칙을 통해 폐지 이전에 이미 선고된 보호감호 판결에 대해서는 그대로 집행하게 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2005년 이전에 확정판결을 받은 전과자들은 현재에도 형기를 마친 이후 교도소 등 수용시설에 수용돼 보호감호를 받고 있다. 근거법률이 사라졌음에도 일부 피보호감호자에 대한 이중처벌은 그대로 남아 있게 된 셈이다.

이후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5년 해당 부칙을 다시 한번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그 이유로 "적지 않은 수의 보호감호 대상자가 일시에 석방될 경우 초래될 사회적 혼란 방지", "이미 내려진 법원의 양형과 확정판결을 존중" 등을 내세웠다.

이어 헌재는 "징역형 수형자에 대해서는 작업이 강제적으로 부과되고 소액의 작업장려금이 지급되는 반면, 보호감호처분을 받고 있는 자는 '본인의 신청 또는 동의'에 의해 작업을 부과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즉 전과자에 대한 '징역형'과 보호감호자에 대한 '보호감호'는 완전히 다르므로 이중처벌이 아니라는 논리다.

하지만 헌재의 이 같은 판단은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보호감호 처분을 받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선택하지 못할 뿐더러, 노동에 대한 대가도 '교정 기대가능성'을 기준으로 설정된 '처우등급'에 따라 매우 열악하게 지급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3년 동안 청송교도소에서 보호감호로 수감돼 위생장갑 포장 일을 한 A씨의 경우 다른 수형자들과 함께 생활했고, 같은 곳에 수감돼 똑같은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수형자들이 수형생활에서 겪는 여러 '제한'도 똑같이 적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징역형과 보호감호의 차이가 없던 셈이다.

단식 투쟁에 돌입한 피보호감호자들은 이상현 변호사(사단법인 두루)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헌재의 합헌 결정이 나왔다는 기사를 접하고 우리나라 인권은 말로만 앞섰지 진정 약자를 위한 인권은 아직 멀었나보다 하는 생각에 한숨만 나왔다"며 "정말이지 헌재 재판관들이 단 한 번만이라도 이곳 감호자들이 생활하는 공간을 답사한 다음 그런 판결을 한다면 덜 억울할 것 같다"고 호소했다.

이어 "감호처분은 형벌과 다르다는 이유로 합헌결정을 했으니, 형벌과는 다른 사회적 처우를 받을 수 있는 곳에 수용하고 교도관이 아닌 법무부 산하 보호관찰소 직원이 관리·감독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교도소 위탁으로 방치하는 수용이 아닌, 외부 기업체·법무부 산하 법무보호복지공단·보호관찰소 등에 위탁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불어 지금의 보호감호로는 본래 취지인 '사회정착', '사회적응'을 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들에 따르면 지난 7월 한 달동안 하루 4시간씩 일하고 받은 임금은 가장 적은 사람이 2만원이었고, 가장 많은 사람은 5만 3천원이었다. 한 달에 5만원 벌이를 하는 셈이다.

이들은 "감호자들이 당장 나가서 기거할 곳이 없는 형편들이다. 임대주택에 선정이 돼도 당장 필요한 보증금 5백만원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최소한 사회 복귀에 필요한 기술습득과 최저임금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해줘야 출소해서 작은 월세 방 한 칸이라도 얻을 수 있을 것 아니냐"면서 "가족들, 사회와 단절되고 사회 적응 부족 및 취직의 어려움 등을 고려하면 필요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심지어 한 노인 감호자는 주변에서 '취업보증서를 줄테니 나가라'고 해도 이를 거절했다고 한다. 그는 "남은 감호를 다 살면서 근로보상금 몇 푼이라도 모아서 나가야 한다"며 "갈 데도 없고 잠잘 곳도 없는데, 돈 한 푼도 없이 나갔다가는 범죄밖에 더 하겠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호감호의 본래 취지인 '전과자들의 사회적응'을 위해서라도 이들에 대한 처우가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상현 변호사는 "피보호감호자에게 지급되고 있는 근로보상금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어서 이는 출소 후 자립의 밑거름이 되기 어렵다"며 "이들의 사회적응을 위해서라도 근로보상금 증액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헌재는 보호감호제도가 이중처벌금지 원칙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하면서 그 이유로 '보호감호는 사회복귀를 촉진하기 위한 목적의 제도라는 점에서 형벌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들었다"며 "피보호감호자를 수형자와 다름 없이 대우하고 있는 현재의 교정실무는 이중처벌금지 원칙에 관한 헌재의 결정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공익인권법재단 공감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등은 지난달 13일 헌법재판소에 여전히 남아 있는 보호감호제도에 대한 위헌 여부를 심판해 달라며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이들은 "이중처벌은 법이 폐지된 이후에도 계속됐다. 악법은 폐지됐지만, 부당한 제도는 그대로 남은 것"이라며 헌법 소원을 낸 취지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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