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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경찰, 사건관계자 정신병력 언론유출은 인권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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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 아동학대 브리핑 때 동의없이 임의공개" 진정 제기
"건강사항, 개인정보보호법상 더 보호돼야 할 민감 정보"
"非정신질환자 범죄율 훨씬 높아…차별·편견 부정적 영향"

국가인권위원회.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경찰이 사건 당사자의 승낙 없이 그의 정신병력을 언론을 통해 공개하는 것은 '인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11일 정신병력이 사건관계자의 동의 없이 언론에 유출되는 것은 인권 침해라고 규정하면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부득이 공개해야 하는 경우에도 내부 심의를 거치는 등 합당한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경찰청장에게 표명했다.

앞서 지난 6월 경찰은 '창녕 아동학대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계부 A(35)씨와 친모 B(27)씨와 관련된 정보를 브리핑하는 과정에서 B씨가 조현병 환자라는 점을 알렸다. 아동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들 부부에게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각각 징역 10년과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진정인은 경찰이 B씨의 정신질환 정보를 공개해 사생활을 침해했고, 해당 질환이 범죄와 직접적 관계가 있다는 부정적 인식을 심어줬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조사에 착수한 인권위는 진정인이 피해 당사자가 아니고, 피해자의 신원·권리구제 의사가 파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진정을 각하했다.

인권위는 다만 진정 처분과 관계없이 유사사건 재발방지 차원에서 의견을 밝히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래픽뉴스=고경민 기자)

 

인권위는 "건강에 관한 정보는 사생활의 영역에 속하는 내밀한 정보로서 개인정보보호법 제23조에 따른 '민감정보'에 해당한다"며 "현재 정신질환을 앓고 있거나 과거에 정신질환을 앓았던 사실의 공개는 정신질환자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 수준과 사회 통념을 감안할 때 타인에게 공개하고 싶지 않은 정보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본인이 승낙한 범위를 벗어나 국가에 의해 임의적으로 자신의 병력이 대중에게 알려지는 상황은 불쾌감 그 이상의 감정을 불러오기 충분하고, 그러한 이유에서 헌법상 개인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나아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와 관련된다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수사정보를 대외적으로 공표할 때 개인신상에 관한 내용은 공개가 제한되도록 한 경찰 내부규칙을 어긴 점도 문제삼았다. 국가기관은 정신질환자에 씌워진 부당한 차별을 근절할 책임이 있다고도 봤다.

인권위는 "지난 2016년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비(非)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율(1.4%)이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율(0.1%)보다 15배 가량 높다"며 "그럼에도 상당수 국민들은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이 더 위험한 편'이라 느끼고 있고, 이는 우리 사회가 합리적 이유 없이 정신질환자 집단 전체에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또한 "특정집단에 대한 차별과 편견은 개인의 사회적 고립을 강화하여 사회통합을 저해할 뿐 아니라, 가족에게는 사회적 낙인으로 인한 고통의 무게를, 당사자에게는 치료를 회피하게 하는 원인이 되어 사회 전체적으로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점들에 비춰 인권위는 경찰 개개인이 기자 질문에 사사로이 답변하거나 언론 브리핑 자료에 포함시켜 정신질환자의 치료전력을 유출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하고, 부득이한 경우 법무부의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와 비슷한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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