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세계최고 '동박' 만드는 SK넥실리스 공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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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1-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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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 핵심부품, 음극재 집전체 '구리호일(copper foil)' 제조 현장
"얇고 넓고 길게", 세계 최고 기술력…업계서 5~8년 앞서
전기차 뜨면서 활황, 3분기 매출 사창 최초 1천억원 돌파
1~4공장 가동 이어 5‧6공장 증설, 글로벌 진출 준비

SK넥실리스가 제조한 동박 제품(사진=SK넥실리스 제공)

 

거대한 드럼통이 서서히 회전하며 맞물려 돌아가는 롤에 구리 막이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드럼통과 롤의 표면이 각자 돌아갈 때는 텅 빈 매끈한 표면인데, 둘이 만나고 나면 신기하게 구리 막이 생겨났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동박(구리호일‧copper foil)이 만들어지는 순간이다.

"올해 3분기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1천억원을 돌파했습니다. 4공장 가동을 본격화한 데다, 유럽 전기차 판매 증가 등으로 배터리 수요가 늘었기 때문입니다."

전상현 SK넥실리스 생산본부장은 9일 CBS노컷뉴스 기자와 만나 힘주어 말했다. 유리창 바깥에서 관람할 수 있게 돼 있는 공장에선 한 눈에 보기에도 쉴 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전북 정읍에 위치한 동박 생산 공장은 구리 용액을 막으로 만들어 판매용 포장수단이 롤에 감기까지 끊김 없이 유기적으로 돌아갔다.

이처럼 활황이 찾아온 것은 SK넥실리스의 기술력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얇고 폭이 넓고 긴 동박을 만들어낸다. 기술력이 집약된 상황이 전기차 보급이 급증한 자동차 산업의 맥락과 맞아 떨어졌다.

전 본부장은 "SK넥실리스가 출하한 2차전지용 동박은 9월 기준 2600톤 이상으로, 지난해 월평균보다 1천톤 가량 증가했다"며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SK넥실리스의 제품을 찾는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K넥실리스 정읍공장 전경(사진=SK넥실리스 제공)

 

SK넥실리스는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능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있다. 올해 정읍공장에 최신 시설의 5공장과 6공장을 착공한 데 이어 해외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세계 최고 기술력에 걸맞은 최신 생산시설을 확보해 '글로벌 No.1' 동박 제조사로 자리매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2차전지용 동박(전지박)은 전기자동차에 널리 쓰이는 리튬이온전지의 핵심 소재로 음극 집전체(集電體) 역할을 하는 얇은 구리막이다. 리튬이온은 음극에 저장됐다가 방전되면서 양극으로 이동한다. 구리가 충전과 방전 중에 활물질로 전류를 전달하거나 활물질에서 전류를 전달하도록 한다.

동박이 얇을수록 한정된 배터리 공간에 많은 음극 활물질을 채울 수 있어 고용량화, 경량화에 유리하다. 전기차의 경쟁력이 배터리 용량에서 결정되고, 배터리 용량은 동박이 얇을수록 커지기 때문에 SK넥실리스의 기술력이 2차전지 배터리 제조사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또 길면 길수록 배터리 제조시 롤 교체시 로스를 줄일 수 있고, 넓을수록 고객사 생산성 향상에 크게 기여한다.

전지박은 티타늄으로 만든 드럼(음극)과 양극 사이에 황산구리 용액을 공급하고 직류전기를 흘려보내 만든다. 드럼의 속도와 전류의 세기에 따라 두께가 달라지는데, 드럼을 빨리 돌리면서 전류를 약하게 하면 얇아지는 식이다. 모든 업체가 얇은 제품을 만들어내려고 하지만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얇을수록 잘 찢어지고 주름이 생기기 때문이다.

SK넥실리스 김자선 동박생산팀장이 SK넥실리스가 2013년 세계 최초로 40km 길이로 양산한 두께 6㎛의 이차전지용 동박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사진=SK넥실리스 제공)

 

올해 1월 SKC의 투자사로 새롭게 출발하고 4월 새 사명으로 출범한 SK넥실리스는 2차전지용 동박을 세계에서 가장 얇게, 그리고 가장 길고 넓게 생산하는 기술력을 가졌다. SK넥실리스는 10월 20일 KRI 한국기록원으로부터 '가장 길고 폭이 넓으며 얇은 동박 제조'로 2차전지용 동박 국내 최고 기록을 인증받았다. 지난해 6월 3박 4일 동안 두께 4.5㎛, 폭 1.33m의 동박을 56.5km 길이로 생산하는 데 성공한 것을 인정받은 것이다.

SK넥실리스의 기술력은 업계 내 평균 5~8년 정도 앞섰다는 평을 받는다. 2013년에는 6㎛ 두께의 전지박을 세계 최초로 양산했고, 2017년에는 5㎛ 전지박을 세계 최초로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에는 세계 최초로 4㎛ 전지박을 30km 길이로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SK넥실리스는 세계에서 가장 얇고 가장 길고 가장 넓은(Thinnest, Longest & Widest) 전지박을 제조하는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SK넥실리스는 성능 면에서도 차별화된 전지박을 생산한다. 배터리는 반복적으로 충‧방전하면 전극이 수축, 팽창을 거듭해 배터리가 변형되거나 전극이 끊어져 성능이 떨어진다. 성능 저하를 막기 위해서는 전지박의 물성이 매우 중요하다. SK넥실리스는 지속적인 수축, 팽창에도 유연하게 견딜 수 있게 도금액의 조성, 첨가제 종류, 도금 온도 등 각종 공정 조건을 최적화하는 독자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그 결과 연신율을 2배 이상으로 높이고 인장 강도도 1.7배 가량 높여 배터리 제작 공정에서 고질적으로 발생하는 주름이나 접힘 문제를 개선했다. 이러한 기술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지난 7월 2019 IR52 장영실상 가운데 최우수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SK넥실리스 김자선 동박생산팀장이 SK넥실리스가 지난해 세계 최초로 30km 길이로 양산한 두께 4㎛의 이차전지용 동박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사진=SK넥실리스 제공)

 

이 같은 기술력에 빛나는 SK넥실리스 전지박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이미 올해 본격 가동한 4공장은 풀 가동 중이다. 지난 9월 SK넥실리스의 출하량은 2600톤을 넘어서며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월평균 대비 1천톤 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그 결과 3분기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1천억원을 돌파한 1031억원을 기록했다.

SK넥실리스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증가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SK넥실리스의 현재 생산능력은 3.4만톤 가량으로 전지박 기준으로는 글로벌 톱 수준이다. 다만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생산능력 확충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 시장은 2025년까지 연평균 28%, 배터리 시장은 40% 성장한다.

SK넥실리스는 2400억원 규모의 5~6공장 증설 투자를 결정했다. 5공장은 2021년 7월, 6공장은 2022년 1월 준공이 목표다. 두 공장이 모두 준공될 경우 SK넥실리스의 생산 능력은 약 5.2만톤 가량으로 증가한다. 특히 두 공장 모두 올해 상업가동을 시작한 4공장과 같이, 품질과 생산성을 높이는 데 최적화한 최신 설비를 도입한다. 4공장은 기존보다 더 긴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설비를 개선했다.

SK넥실리스 김자선 동박생산팀장이 5공장 증설 현장을 설명하고 있다.(사진=SK넥실리스 제공)

 

SK넥실리스는 글로벌 증설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현재 동남아시아, 유럽 등 여러 지역의 투자 후보지를 대상으로 부지, 용수, 전력 공급 등 입지 조건을 검토하고 있다. 심도 있는 분석을 거쳐 올해 안으로 SK넥실리스의 첫 해외 진출 계획을 밝히고, 정읍공장과 같은 최신식 시설을 구축한다. 2025년까지 현재의 3~4배 수준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전 본부장은 "SK넥실리스는 고객사의 요청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기술력의 한계를 시험하며 선제적으로 제품을 개발하는 한편, 생산능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면서 "올해 안으로 해외 첫 투자결정을 내리고 빠르게 제품 공급을 늘려 글로벌 고객사와 함께 전기차 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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