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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풍 불기 시작한 삼성 노사…변화 바람도 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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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상급단체 소속 노조와 창사 이래 첫 단체교섭
이재용 부회장 "무노조 경영 폐기" 선언, 성과 거두고 있어
법적 의무인 교섭 응한 것만으로 과도한 평가 내리기는 아직 무리
"삼성 노조 탄압은 여전…진정성 있는 변화 아직 보이지 않아" 비판도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이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사 단체교섭 상견례 및 1차 본교섭에서 사측 교섭위원들과 인사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NOCUTBIZ
삼성전자 노사가 이재용 부회장의 '무노조 경영 철폐' 선언 이후 첫 교섭에 돌입하면서 삼성 노사관계에 변곡점이 될 것인지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 상급단체 노조와 첫 교섭…이재용 '무노조 경영 폐기' 행보 시작하나

한국노총 금속노련 전국삼성전자노조와 상급단체가 없는 사무직노조·구미지부노조·삼성전자노조 등 4개 노조로 구성된 삼성전자노조 공동교섭단과 사측은 지난 3일 1차 본교섭을 진행해 기본 합의서에 서명했다.

재계 서열 1위인 삼성그룹 안에서도 삼성전자가 갖는 위상은 남다르다.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 그룹 매출액 중 삼성전자의 매출액이 49.2%에 달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익 비중은 각각 72.7%, 78.3%에 달한다.

이처럼 삼성, 더 나아가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인데도 상급단체에 가입한 노조가 주축이 된 교섭은 1969년 삼성전자 창사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앞서 개별 노조 차원에서 사측과 교섭한 적은 있었지만 실제 단협 체결에는 실패했다.

또 만약 단체협약 체결에 성공한다면 이 역시 삼성전자가 세워진 이래 첫 단협이 만들어진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노사협의회 등을 통해 임금 협상 등을 진행했지만, 노조와의 교섭을 거쳐 단협을 맺은 적은 없었다.

그동안 노조와의 대화에 소극적이었던 삼성전자 사측의 변화는 지난 5월 이 부회장의 "이제 더 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예고된 바다. 실제로 사과문 발표 이후 삼성그룹에서는 삼성전자 외에도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울산공장 노조가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동안 삼성은 '무노조 경영'을 대외적으로 천명하면서 언제나 노동계의 비난이 집중됐다. 사측은 직원에게 업계 최고 대우로 노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하겠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노조 설립을 시도하는 노동자에게 각종 불이익을 주거나 '어용노조'까지 동원하는 등 다양한 수법으로 노동자들의 노조 설립을 막아왔다.

2011년 사업장 내 복수노조가 허용되면서 삼성 그룹 최초로 노동자가 직접 세운 노조인 삼성에버랜드노조가, 2년 뒤에는 삼성전자서비스노조가 출범했다. 그러자 삼성은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보다 조직적이고 본격적인 노조와해 공작을 벌였다.

이러한 삼성그룹 차원의 노조파괴 공작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삼성전자 강경훈 부사장을 비롯한 관련 임직원은 물론 이들의 범행에 가담한 경찰, 어용노조, 자문위원 등에도 유죄판결을 내리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게다가 이 부회장 본인이 국정농단 사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수감되기까지 하자 그룹 내 준법감시위원회 권고에 따라 지난 5월 사과문을 발표하고, 노조에 대한 태도에도 변화를 보인 것이다.

실제로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 이후 삼성의 태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노조 파괴를 진두지휘했던 미래전략실을 해체했고, 조합원 시신 탈취 사건까지 벌이며 노조를 탄압했던 삼성전자서비스 직원을 정규직으로 고용했다. 11년 넘게 법정공방을 벌이며 국민적 이슈로 주목받았던 삼성전자 직업병 집단발생 사태도 최종 중재판정을 따라 매듭을 짓고 있다.

더 나아가 지난 달 25일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사망하면서 이 부회장이 회장 직함을 물려받고 '이재용 체제'로의 전환을 마무리 지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삼성의 노사 관계 '선진화'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전히 부족한 삼성의 노동의식…"삼성의 노조탄압은 현재진행형" 지적도

일부 언론에서는 이러한 삼성의 '변화'를 놓고 '글로벌 스탠더드', '뉴삼성' 등의 수식을 붙이며 삼성이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시작했다고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단체협약안도 제시되기 전에 이번 교섭의 의미를 섣불리 제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삼성전자노조와 진행했던 교섭에서 삼성전자 사측은 회사 내에서의 노조 활동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거나, 파업 등 쟁의행위에 대해서도 과도하게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단협안을 제시했다 논란에 휩싸인 적도 있다.

이에 대해 이번 교섭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노총 정태교 금속노련 조직국장은 "아직 단협안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임금·성과금을 결정하는 고과체계에 대한 정보 공개는 물론, 그동안 논란이 됐던 건강권 보장 등도 함께 다룰 것"이라며 "비정규직 등의 권리 보장에 대한 내용도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통해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을 추진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이다. 또 기업이 노조의 교섭 요구에 응하는 것도 노조법에서 정한 '성실교섭 의무'다.

이 때문에 노동계는 이제야 일부 노조와 교섭을 진행하기 시작한 것보다는 그동안 당연히 응해야 할 법적 의무를 그동안 제대로 지키지 않던 삼성의 과거 잘못에 대한 평가가 선행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의 노조와해 공작 피해자들을 대리해 소송을 진행하는 금속법률원 박다혜 변호사는 "삼성전자가 단체교섭을 하는 것은 법상 의무를 이행한 것일 뿐이고, 이를 응하지 않은 것이 불법이다"라며 "비로소 일부 노조에 대해 교섭에 응한 것을 갖고 사회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우리의 기대수준이 너무 낮은 것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게다가 삼성의 노조 탄압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주장은 아직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노총과 삼성그룹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지난달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삼성그룹의 노동3권 침해 규탄 기자회견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1일 민주노총이 진행한 '삼성그룹의 노조탄압 실태 및 대응 토론회'에 참석한 삼성웰스토리지회의 임원위 지회장은 "지난 6월 파업이 끝나고 현장에 복귀하자 기피부서로 연거푸 발령이 났다"고 주장했다. 또 삼성에스원노조 연승종 위원장은 '노사협의회가 사측으로부터 지원까지 받으며 노조탄압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가장 큰 갈등을 빚었던 삼성전자서비스의 경우 소속 직원들은 정규직화 됐지만, 노조 활동 과정에서 해고됐던 직원들은 아직 복직되지 않고 있다. 또 노조와해 공작에 관한 항소심에서도 삼성은 '부당노동행위는 없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의 변화가 그저 국정농단 항소심의 파도를 피해가려는 노림수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그만큼 아직 삼성의 노사 문제에 대한 진정성이 충분히 보이지는 않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 이현석 금속노조 미조직전략조직부장은 "이 부회장은 정작 노조파괴 공작의 피해자에게는 직접적인 사과도 하지 않았고, 삼성 그룹 차원에서 보면 여전히 소규모 노조는 무시한 채 노사협의회만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는 사례가 많다"며 "전향적인 변화라고는 하지만, 아직 실질적인 변화는 부족한 점이 더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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