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요 '엄마'인 여성의 거듭나기 '웰컴 투 X-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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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 다큐멘터리 영화 '웰컴 투 X-월드'(감독 한태의)

(사진=㈜시네마달 제공)

 

※ 스포일러 주의

남편 없이 12년째 시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엄마 이야기 '웰컴 투 X-월드'에서 'X-월드'를 보는 순간 무엇을 떠올릴까. 누군가는 '시월드'를 떠올릴 수 있고 누군가는 부정, 반대를 뜻하는 'X'를 떠올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X'에 무한한 가능성을 담았다.

'웰컴 투 X-월드'(감독 한태의)는 남편 없이 12년째 시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엄마 미경과 그런 엄마를 보며 결혼을 피하게 된 딸 태의가 독립하는 여정을 담은 가족 다큐멘터리 영화다.

감독은 자신의 어머니이자 한 여성을 따라가며 '며느리' '엄마'가 아닌 '최미경'이라는 개인이 살아갈 미래와 가능성을 바라본다. 동시에 자신도 미처 몰랐던 엄마의 모습을 발견하며 그간 오롯이 이해하지 못했던 엄마의 마음을 알아간다.

영화는 감독이자 주인공인 '나'(한태의)의 시선을 따라 '나', 엄마 그리고 친할아버지가 함께 사는 공간에서부터 출발한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지 12년이나 흘렀지만, 엄마는 여전히 시아버지를 모시고 산다. 집안 경조사를 챙기는 것도 모두 엄마 몫이다. 그런 엄마를 보며 '나'는 의문을 품게 된다. 왜 엄마는 늘 희생하며 살까. 이러한 질문은 '나'에게 한 가지를 결심하게 만든다.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사진=㈜시네마달 제공)

 

엄마 미경에게 커다란 변화가 생겨나는 지점은 바로 할아버지가 엄마와 '나'에게 따로 살자고 말하면서부터다.

갑작스러운 시아버지의 선언에 엄마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두려운 마음마저 들지만 딸 태의와 함께하기 위한 집을 알아보러 나선다. 누군가의 아내, 며느리, 엄마로만 존재할 것 같던 미경의 삶에 변화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말 그대로 더 넓은 세상으로 한 걸음 내딛는 순간이다.

그러나 '독립'조차 녹록지 않다. 홀로 두 아이를 키우고 마트에서 일하면서 모아 온 돈이 있지만, 세상은 모녀에게 쉽게 집을 내어주지 않는다. '나'는 먼 곳으로 벗어나고 싶지만, 엄마는 어쩐지 지금 있는 곳에서 멀리 떠나고 싶지 않은 눈치다.

독립 과정에서 엄마는 끊임없이 현실과 내면의 고민과 걱정에 부딪힌다.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 미래도 희망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하지만 든든한 우군이자 딸인 '나'의 응원과 격려로 하나하나 돌파해나간다. 현실의 장애물도, 변화에 대한 두려움도 헤쳐나가며 비로소 '며느리' '엄마'의 굴레에서 벗어나 '최미경'으로 거듭난다.

물리적인 독립뿐 아니라 '해야 한다' '해서는 안 된다'는 어떤 책임과 틀로부터 내면의 독립을 이룬 미경은 '자신'의 꿈을 꾼다. 영화 후반, 무엇이 하고 싶고 무엇을 할 것이라 말하며 하나씩 시도해가는 모습은 흐뭇하기까지 하다.

그동안 미경에게 'X'란 어떠한 한계를 상징했다면, 이제는 무한한 가능성을 담은 미지수 가 됐다. 어떤 것을 대입하느냐에 따라 미경의 삶은 다양하게 빛날 테니 말이다.

(사진=㈜시네마달 제공)

 

'시월드' '며느리'라는 단어를 생각한다면 영화는 한국 여성들이 겪는 현실이자 난제가 또다시 눈앞에 펼쳐질 것이란 생각에 어떠한 진입장벽이 생길 수도 있다.

긴장이, 때로는 갈등이 펼쳐지는 한 지붕 아래 미묘한 동거는 보는 이를 불안하게 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을 끝까지 마주할 수 있는 데에는 감독이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큰 역할을 한다.

감독은 이 험난한 여성의 삶과 현실을 제법 유쾌하게 카메라에 담으며 펼쳐나간다. 있는 그대로를 담되, 이야기를 가져가는 방식이 무겁지만은 않다. 감독은 정체되거나 뒤돌아보거나 원망하지 않고 앞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그렇기에 관객들은 영화의 소재나 현실 반영에 짓눌리지 않을 수 있다.

여기에 최미경과 한태라는 두 여성의 연대와 위로는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둘의 끈끈함, 서로가 서로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믿음과 힘은 스크린 밖 많은 여성에게도 용기와 희망을 전한다.

혹시나 모녀가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대화가 시작되지 않을까 싶다. 최미경·한태 모녀가 그랬듯이 각자 '진실의 방'을 찾는 것도 영화의 여운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다.

81분 상영, 10월 29일 개봉, 전체관람가.
(사진=㈜시네마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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