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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엔 '스카팽'이지…프랑스 코미디에 '빵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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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 국립극단 연극 '스카팽' 재공연
노래와 춤, 가면과 의상 돋보이는 몰리에르 희극
하인 스카팽 통해 정략결혼으로 신분 유지 집착하는 재벌 조롱
"연결해" "도대체 군함을 왜 탔어" 등 중독성 있는 대사 재미

(사진=국립극단 제공)

 

낯선 프랑스 코미디 연극. 관람 전 기대 반, 걱정 반이었던 관객들은 극 초반부터 무장해제됐다. 지난 14일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한 연극 '스카팽'은 시종일관 빵빵 터졌다. 1년 만의 재공연도 객석이 웃음으로 물들었다.

스카팽은 프랑스 극작가 '몰리에르'(1622~1673)의 희곡 '스카팽의 간계'가 원작이다. 몰리에르는 프랑스 희극의 출발점으로 평가받는다. 비극만이 예술이라 평가받던 17세기, 풍자와 위트가 넘치는 공연으로 연극사를 새로 쓰고 사회를 뒤흔들었다. 미국에 토니상이 있다면 프랑스엔 몰리에르상(1987년 제정)이 있다.

형식 면에서는 이탈리아 희극 양식인 '코메디아 델라르테'(Commedia Dell'arte)를 차용했다. 코메디아 델라르테는 두 쌍의 연인, 희극적인 하인 등 전형적인 인물이 등장한다. 캐릭터마다 특징적인 옷과 가면을 착용하고, 동작과 대사에서 즉흥성이 돋보인다. 흥겨운 노래와 춤도 함께 한다.

(사진=국립극단 제공)

 

스카팽은 극중 극 형식이다. 막이 오르면 작가 몰리에르가 무대 위에 등장한다. 긴머리 가발에 반가면을 쓴 몰리에르는 10여 분간 작품과 등장인물을 소개했다. 무성영화 변사처럼 대사가 귀에 착착 감겼다. 공연 중에는 무대 한 켠 책상에서 머리를 쥐어 뜯으며 원고를 쓰거나 배우들에게 "연결해"라고 지시했다.

몰리에르가 건넨 배턴(baton)은 스카팽이 이어받았다. 재벌가(아르강뜨·제롱뜨)의 두 아들(옥따브·레앙드르)이 정략결혼의 희생양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롱뜨의 하인 스카팽의 활약상이 관람 포인트다. 꾀를 내어 어리숙한 주인들을 골탕먹이고 두 쌍의 젊은 연인의 사랑을 지키는 과정이 묘한 카타르시스를 준다. 스카팽은 지배계급과는 거리가 먼 사회적 약자다. 사회적 신분 유지에 집착하는 재벌에 대한 조롱이 통괘하다.

제롱뜨(우)가 '도대체 군함을 왜 탔어?" 대사를 하는 장면(사진=국립극단 제공)

 

무대 한 켠 김요찬 음악감독이 보인다(사진=국립극단 제공)

 

"내 사랑, 내 친구, 너 없이는 못 살아, 왜 그런지는 난 몰라" 반복되는 노래가 극의 재미를 더해준다. 극 처음과 마지막 장면에서 모든 등장인물이 악기를 연주하며 합창하는 노래 '내 사랑, 내 친구'가 대표적이다. 제롱뜨의 대사 "도대체 군함을 왜 탔어"도 귓가에 계속 맴돈다. 110분 내내 극의 상황과 배우들의 움직임에 맞춤한 라이브 효과음은 화룡점정이다. 김요찬 음악감독의 작품이다.

이중현(스카팽), 성원(몰리에르), 박경주(실베스트르), 이호철(옥따브) 등 주요 배역 대부분이 초연 멤버 그대로다. 공연은 이러한 장점이 십 분 드러났다. 작품의 형식 상 배우들의 움직임이 많고 대사 속도가 빠르지만 합이 좋다.

그렇게 몰리에르의 유랑극단은 무사히 공연을 마쳤다. 연극은 극장에서 관객을 만나야 완성되는 법. 관객에게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여러분, 힘 내세요." 작품을 각색연출한 임도완은 "이것이 바로 코로나 시대 광대의 역할"이라고 했다. 11월 15일까지.
(사진=국립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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