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5회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날 서울 광진구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장으로 관계자들이 들어서는 모습.(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정부가 국가고시를 거부한 의대생들의 재응시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에서 국시거부 의대생들을 구제하지 않는다면 심각한 의료 공백이 찾아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전협은 지난 18일 '올해 2700명 의대생 국시 응시 불가?=필수과 의사인력 공백' 이라는 제목의 카드뉴스를 제작해 공개했다. 이를 통해 '만약 올해 전국 2700명의 의대생이 국시를 응시하지 못하면? 1년뒤, 2021년부터 향후 5년간 1만 3500명의 의사 수급이 불가능 하다'고 강조했다.
대전협의 의사 수급 불가능 주장은 사실일까.
(사진=대전협 페이스북 캡처)
◇"국시 재응시 불가 공백 5년간 1만 3500명"…"의미 부풀린 것"
대전협은 1만 3500명이라는 수치를 산정한 것은 정부의 의대생 증원 확충과 같은 논리라는 설명이다.
대전협 한재민 회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부에서 의대생 증원과 관련해서 지역의사제로 제안했던 내용이 10년간 4천명에 대한 안을 제시를 했었는데 그것과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정부가 밝힌 의대정원 확충 내용은 '지역 의사제 특별 전형' 등을 통해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한해 4백명씩 늘려 10년간 총 4천명의 의사를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대전협의 주장대로 1만 3500명이라는 수치가 정부 방침과 같은 방식으로 산정됐다면 중복되는 학생 없이 매년 신규 국시 거부 의대생이 2700명 발생해야 한다. 그러나 대전협은 올해 시험을 치르지 않은 인원 만으로 1만명이 훌쩍 넘는 의료 공백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다.
산출 방식에 대한 지적이 따르자 대전협은 SNS를 통해 "1만 3500명의 의사 수급이 불가능하다 라는 대목이 비직관적이라는 피드백이 있었다"며 "1년에 2700자리씩 비어서 5년 누계로 1만 3500명 감축에 해당하는 영향을 끼친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해명 역시 매년 신규 국시 거부 학생 2700명 발생한다는 전제가 반드시 따라줘야 한다. 의료계에서는 이러한 카드뉴스가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또다른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정형선 교수는 "(의사 수급 부족현상은)1년간 줄었다가 다시 들어오는 것"이라며 "(해당 발언은)5년동안 아무도 시험안보고 아무도 배출안한다는 전제하의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이보라 공동대표도 "의미를 부풀려서 설명한 측면이 있다"며 "올해 부족한 의사 2700명은 (다음년도에)응시를 하고 이번에 부족한 의사수만큼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민사회 관계자는 "과거 공공의대 관련 (의사 파업 정당화하는)카드뉴스 형식의 게시물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삭제하는 케이스가 있었다"며 "(이 게시물은)공식입장이기 때문에 정확한 자료를 가지고 만들어야 하는데,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인력공백 T.O 늘리지 않을 것"…"5년 동안 인력공백 비울 수 없을 것"대전협은 올해 국시를 치르지 못한 의대생들이 내년 국시에 임하더라도 병원으로 향하는 길은 쉽지 않은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한재민 회장은 "인턴이 끝나면 (레지던트)1년차로 올라가고 (해당 연차의 인원이) 전부다 빌 것"이라며 "(병원에서)2022년도에 레지던트 T.O를 두배로 늘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소장도 "대형병원에서는 전공의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편이다. 한 해 인력이 비어있는 형태가 된다면 (내년에)비어있는 효과가 계속가는 것"이라며 "(2022년도 인력 확충에 대해서)연차별로 필요한 숫자가 있어 (만약 대규모로 확충한다면)전공의 교육환경이 깨지게 돼 (인력을)확충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시 재응시 불가로 병원에서 공백이 발생하면 5년동안 메워지지 않고 지속될 것이며 인원수가 부족하더라도 연차별 하는 일이 달라 인턴·레지던트 T.O를 늘리기는 어렵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국시 재응시 불가라는 특수한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에 T.O 확충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정형선 교수는 "(병원에서)1년동안 인력이 줄었다가 (5년 동안)완전히 비울 수는 없고 (공백이)메워질 것"이라며 "발단은 의사 부족으로 의대 정원을 늘린다는 것이었는데 이에 대한 반박은 부족하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1년동안 잠깐동안의 공백조차 의사부족으로 의료공백이 발생한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무 재분배를 통한 의료 공백 최소화 역시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이보라 대표는 "인턴·레지던트의 연차별 업무가 다르긴 하지만 평상시에 다른 것이고 한 해년차가 빠지는 경우에는 일의 분배를 다시해서 (공백이)메워질 것"이라며 "(인력부족이 해소되지 않는다면)봉직의를 더 고용하거나 연차별 업무분담으로 병원업무는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협이 공개한 카드뉴스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국시 재응시 불가와 의료공백에 대한 해석이 분분한 것은 아직 발생하지 않은 상황을 가정해 제작됐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집단적인 국시 거부 후 재응시가 허용된 적은 없었고 한 해 80%이상의 의사인력 공백이 발생한 적도 없었다. 주장을 펼치기 위한 데이터를 단순 추정에 의존했다는 것은 또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위험이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