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아님 말고식 폭로…'신뢰 상실' 자초하는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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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인사 포함된 옵티머스 투자자 명단 공개…동명이인 논란
유상범 "사실 확인은 검찰 몫" vs 민주당, 윤리위 제소 "의도적 망신주기"
무책임한 폭로 후폭풍, 야당 신뢰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81석 소수야당으로 전투력 빛났던 18대 민주당 참고해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19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서울고검·수원고검 산하 검찰청들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의 옵티머스 사건 관련 자료를 보고 있다.(사진=황진환 기자)

 

지난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는 시작 전부터 떠들썩했다.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가 정국을 흔들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이 해당 펀드 투자자로 참여한 여권 인사 명단을 공개하겠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5일 행안부 진영 장관과 민주당 김경협 의원 등이 실제로 펀드에 투자했던 사실이 언론 보도로 드러나면서 정치권에선 유 의원의 추가 폭로가 핵(核)폭탄급 파장을 일으키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왔다.

유 의원은 당시 오전 법사위에서 '정부·여당 인사가 포함된 옵티머스 펀드 투자자'라는 프리젠테이션(ppt) 화면을 띄운 채 질의에 나섰다.

그가 "확인을 해 보니 민주당과 청와대 관계자의 이름이 여럿 나온다"며 "동명이인일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데, 동명이인인지 확인했냐"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묻자, 이 지검장은 "해당 문건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만 답했다.

유 의원의 명단을 공개한 이후 대부분 언론들이 앞다퉈 의혹 대상을 지목된 여권 인사 이름이 담긴 기사를 썼고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명단엔 민주당 김진표, 김영호 의원과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 포함됐다.

명단에서 언급된 대부분 당사자들은 동명이인(同名異人)이라고 반발했다. 아울러 사전에 당사자들에게 확인도 없이 명단을 공개한 데 대해 유감을 표했다. 특히 김진표 의원 측은 미리 소문을 듣고 지난 16일에 이어 19일 오전 국감 시작 전엔 유 의원실을 직접 찾아가 우려를 전달했음에도 이같은 사태가 벌어졌다며 법적 조치를 준비 중이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은 20일 유 의원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동시에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사전에 동명이인 여부를 확인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강행한 것 자체가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유 의원은 과연 이런 사태를 예견하지 못한 걸까. 그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동명이인일수도 있다고 질의 도중 제가 말했다"며 "확인은 검찰이 할 일인데, 이 검사장이 확인했다는 답이 없으니 나는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궁색한 답변이다. 정치권에선 검사 출신인 유 의원의 이력을 감안하면 '미필적 고의'가 다분하다는 게 중론이다. 유 의원 개인 입장에선 해프닝으로 넘어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제1야당의 신뢰도를 급격히 떨어뜨리는 행위라는 점에선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야당의 주장대로 청와대 인사들까지 개입된 의혹이라면 '아니면 말고'식 폭로는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런 해프닝이 반복되면 대중들의 뇌리 속 야당의 이미지는 '양치기 소년'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야당은 해수부 공무원 피격 사건을 두고도 초점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한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달 말 국방위 긴급 현안질의 후엔 피격 당사자의 월북 가능성에 무게를 둔 국방부의 보고에 크게 비판하지 않았다. 그러나 유족들의 반발이 나오면서 국감에선 정부가 월북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맞서는 중이다.

지난 1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공무원 서해 피격사건 관련 진실을 듣는 국민 국감'에서 사건 희생자의 형인 이래진 씨(오른쪽)가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사진=연합뉴스)

 

피격 사건이 알려진 초기엔 야당은 문재인 대통령 UN 연설을 앞두고 피격 사건을 의도적으로 덮은 것 아니냐는 의혹에 집중했다. 피격 사태의 책임론을 결국 문재인 대통령에게 돌리며 '정권 흔들기'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었던 셈이다.

총선 참패로 '소수 야당'으로 전락했다는 국민의힘에 상기시켜주고 싶은 사례가 있다.

현재 국민의힘보다 훨씬 더 소수로 전락했던 18대 국회 당시 민주당이다. 2008년 총선에서 통합민주당은 81석에 그치며 153석의 한나라당에 완패했지만, 전투력과 야성(野性)만큼은 지금 야당과 달랐다.

소수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이명박(MB) 정권을 뒤흔든 '미국산 쇠고기' 파동에서 시민들과 함께 하며 정국을 주도했다. 중도 스펙트럼 확장성을 꾀한 끝에 2010년 지방선거에선 16개 시도지사 가운데 7개를 차지하며 승리를 거뒀다.

이듬해 2011년 10·26 재보궐선거에선 승리와 함께 '디도스 사태'를 점화시키며 당시 홍준표 전 대표 체제를 무너뜨리는 성과를 기록했다.

붕어빵엔 '붕어'가 없고, 민주당엔 '민주'가 없다고 비꼬는 야당에 묻고 싶다. 과연 '국민의힘'엔 '국민'이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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