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1호기 경제성 저평가" 됐다는 감사원 논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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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원전 이용율 추정치 85%에서 60%로 낮춰"
"2017년 실제 판매단가 있는데 한수원 전망단가로 적용해 판단"
"전망단가는 실제 판매단가보다 9.3% 낮아"
"줄어드는 인건비와 수선비, 실제보다 높게 계산"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직원들이 감사원이 제출한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감사결과보고서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감사원은 20일 월성 1호기 원자력발전소의 조기 폐쇄 결정 당시 해당 원전의 경제성이 부당하게 저평가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지난 2017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은 공론화위원회의 권고를 존중해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재개하고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월성 1호기는 1983년 상업운전을 개시해 2012년 11월 설계수명이 만료될 예정이었지만 5925억원을 투입해 설비를 보강해 수명을 연장했다. 이에 따라 2022년에 설계수명이 만료될 예정이었지만 한수원은 2018년 6월 15일 이사회를 열어 조기 폐쇄를 의결했다.

◇회계법인이 85%로 가정했던 원전 이용률, 60%로 낮춰

감사 결과를 살펴보면, 2018년 5월 한수원에 향후 4.4년 동안의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결과를 제시한 A회계법인은 산업통상자원부와의 면담, 한수원과의 회의에서 원래 85%로 가정했던 원전 이용률을 70%로 변경했다.

이 수치는 회의를 거쳐 다시금 60%로 변경됐으며 같은 해 5월 18일 낙관(80%)과 중립(60%), 비관(40%)까지 3개의 경우의 수를 기반으로 한 시나리오가 분석됐다. 당연히 원전 이용률이 낮을수록 경제성은 낮게 나오게 된다.

감사원은 다만 최근에 규제가 강화되고 그 때문에 원전 이용률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 이용률 시나리오별로 분석결과를 제시한 점 등을 고려할 때 60%라는 수치 자체가 적정한 추정 범위를 벗어나 불합리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20일 오후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에 가동이 정지된 월성 1호기. (사진=연합뉴스)

 

◇판매단가보다 낮은 전망단가 제시

이에 앞서 한수원은 2017년 7월 중장기 원전 발전계획에서 월성 1호기의 향후 5년(2018~22년) 평균 이용률을 84.8%로 판단했다. 이는 전체 원전의 평균 이용률 84%보다 높은 수치로, 한수원은 이를 기초로 해 전망단가를 산정했다.

문제는 여기에서부터 생겼다. 한수원과 산업부는 2018년 5월 A회계법인에 향후 4.4년 동안의 원전 판매단가를 2017년 판매단가가 아니라 한수원 전망단가로 변경하도록 했다.

판매단가란, 한수원이 원자력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 1kWh(킬로와트)를 전력시장에 판매하고 받는 단가(원/kWh)를 뜻한다. 이는 시간대별로 변동되는 계통한계가격 등에 따라 달라진다.

연간 판매단가는 이를 1년 동안 판 원전판매수익을 원자력 판매량으로 나누어 사후적으로 계산된 가격이다. 때문에 전기요금과 원전 이용률, 전력수급에 따른 계통한계가격, 한국전력공사의 영업이익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와달리 전망단가란, 이번 평가에 처음 적용된 산정 방식으로 한국전력공사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세우면서 한수원에 제공한 연도별 구입전력비(한수원 입장에서는 전기판매수익) 전망치를 연도별 전력판매량 예측치로 나눠 산정한 원전 판매단가다.

일반적으로 한수원 전망단가는 원전 이용률과 반비례한다. 즉, 이용률이 높아지면 전망단가가 내려가고, 이용률이 낮아지면 전망단가도 올라간다. 전망단가를 계산할 때 '분모'에 해당하는 전력판매량 예측치에 이용률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감사결과에 따르면 한수원은 전망단가를 추산할 때 전체 원전의 이용률 84%를 적용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원전 이용률이 한전의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서 가정한 예상 수치보다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당장 위의 3가지 분석 시나리오에서 가정된 이용률 80%, 60%, 40% 수치가 대표적이다.

때문에 시간이 지난 뒤 실제 판매단가를 계산해 보면 전망단가보다 높게 된다. 2017년의 경우를 살펴보면 그 해 판매단가인 킬로와트당 60.76원은 한수원이 전망했던 단가인 55.08원보다 9.3%(5.68원/kWh) 높다.

감사원은 실제 판매단가와 한수원 전망단가가 각각 장단점이 있어 다른 선택지가 없다면 두 가지 모두 쓸 수 있긴 하지만, 전망단가를 쓸 경우 단가의 과소추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를 보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수치가 보정되지 않고 그대로 경제성 평가에 사용됐다. 때문에 실제 판매단가보다 전망단가가 낮게 추정되는데, 한수원이 이를 알면서도 보정하지 않고 그대로 수치를 사용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20일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 과정에서 경제성이 낮게 평가되었다"고 판단했다. (사진=박종민 기자)

 

◇고리 1호기 때와 비교하면 인원 감축 지나치게 크게 설정

한수원은 또 2018년 5월 문제의 회의에서 A회계법인에 월성 1호기 즉시 가동중단 시 감소되는 인건비와 수선비 등 비용의 감소 규모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 이를 경제성 평가에 반영했다.

원자력발전소 운영에 필요한 비용 항목에는 연료비, 핵연료 처분비, 수선비, 인건비 등이 있다. 그런데 감사원은 관련 지침이나 고리 1호기의 사례 등을 고려할 때 가동을 즉시 중단했을 때 감소되는 비용을 실제보다 과하게 추정했다고 판단했다.

예를 들어 인건비의 경우 월성원자력본부 인원 1명이 감소할 경우 인건비가 줄어들게 되므로, 즉시 가동중단으로 감축되는 인력이 많아질수록 경제성은 높아진다.

그런데 한수원은 이미 고리 1호기 영구정지 당시 본부 정원을 줄이지 않았던 사례가 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본부인력 464명 가운데 1/6에 해당하는 77명이 즉시 감소하는 것으로 가정했다.

A회계법인 또한, 영구정지 기간 동안의 인건비를 산정하면서 기존 인력의 61~63%가 월성 2호기를 운영하는 것으로 가정하는 것이 합리적인데도 이 인력이 50%만 남는 것으로 가정했다.

실제로는 한수원이 2010년 개정한 '원전건설/시운전 표준직제'에 따르면 원전을 1개만 운영할 때 필요한 발전소의 인력은 2개를 운영할 때 필요한 인력의 63% 수준이다. 고리 1호기 영구정지 당시 이와 비슷한 수치인 61% 유지가 계획됐다.

그런데 한수원은 실제로는 월성 1호기 인력을 월성 1발전소 인력 444명의 절반인 222명으로 가정한 뒤, 1호기를 영구정지하면 222명이 모두 감축된다고 가정하고 잔류 인력을 222명으로 계산했다. 인원 감축이 실제로 존재하는 다른 사례보다 지나치게 많이 되는 것으로 가정된다면, 인건비가 줄어드는 것이 당연하다.

수선비의 경우 월성 1호기 즉시 가동중단에 따라 발생하지 않는 비용이 있고 여전히 발생하는 비용이 있다. 이는 발전설비, 사옥과 사택, 건물토목, 전산통신의 4가지로 다시 나뉜다.

감사원은 월성 1호기의 인력이 일부 변동된다고 해도 폐수처리시설, 본부사옥이나 사택의 업무 규모가 바뀌는 것은 아니므로 수선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감사 결과 A회계법인은 처음에는 수선비를 월성 1호기 즉시 가동중단에 영향을 받지 않는 '비관련원가'로 분류했지만, 한수원은 2018년 5월 4일 이 보고를 받은 날 월성 1호기 가동중단으로 인력이 즉시 감소한다는 이유를 들어 수선비도 감소한다는 내용으로 반영하도록 했다.

그 결과, A회계법인은 월성본부의 수선비가 인력 수에 비례해 감소하는 것으로 가정한 뒤 가동 중단 시 1호기 인력 222명 가운데 103명이 즉시 줄어들기 때문에 수선비도 같은 비율만큼 즉시 줄어든다고 가정했다. 그 결과, 감소되는 수선비가 실제보다 과하게 추정됐다고 감사원은 판단했다.

결론적으로 같은 해 6월 A회계법인이 한수원에 제출한 경제성 평가 용역보고서(최종안)에서는 월성 1호기를 즉시 가동중단하는 것보다 계속 가동하는 안의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는 것이 감사원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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