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권 나온 故김상열 희곡집…뒤엔 아내의 정성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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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인 故김상열, 연극과 방송 오가며 수 백편 쓰고 연출
3년간 드라마 수사반장 극본 100편 남짓 집필
오는 26일 22주기 맞아 김상열 희곡집 16·17권에 담겨 출간
아내 한보경, 22년간 희곡집 작업…"내가 살아가는 힘"

(사진=김상열연극사랑회 제공)

 

"짜자자잔, 짜자자잔~"

MBC 인기 드라마 '수사반장'(1971~1989) 극본이 '김상열 희곡집' 16·17권에 담겨 오는 26일 출간된다. 연극인 故 김상열(1941~1998)의 22주기를 맞아 고인의 아내이자 김상열연극사랑회 대표인 한보경이 엮었다.

고인은 3년간(1978~1980) 수사반장 극본을 100편 넘게 집필했다. 희곡집 16·17권에는 이중 26편을 추려 실었다. 수사 실화극을 표방한 수사반장은 배우 최불암이 범죄를 해결하는 과정을 그려 인기를 모았다.

1978년부터 수사반장 연출을 맡아 고인과 인연을 맺은 고석만 PD는 "우연히 KBS 추석특집극 '팔베개'를 시청하던 중 극본을 쓴 김상열 작가에게 꽂혀 직접 수사반장 극본을 부탁했다"고 했다.

이어 "고인의 극본은 80년대 언어감각으로 21세기를 달리고 있었다. 오늘 읽어도 신선하다. 시어가 넘쳐나고 사물의 객관 묘사가 뛰어나다"고 평했다.

고인은 33년간 공연과 방송을 넘나들며 극작가와 연출가로 바쁘게 살았다. 1966년 극단 '가교'의 초기 멤버로 합류해 연극계에 발을 디딘 뒤 극단 '현대극장' 상임연출(1978~1983)과 마당 세실극장 대표(1984~1987)를 거쳐 1988년 극단 신시(현 신시컴퍼니)를 창단했다. 88서울올림픽과 93대전엑스포 개·폐회식에서 구성대본과 연출을 맡기도 했다.

생전 활동 영역이 광범위한 만큼 고인이 남긴 작품 분량도 방대하다. 공연 쪽에서는 연극, 뮤지컬, 어린이뮤지컬, 마당놀이, 악극을 90편 넘게 쓰고 연출했다. TV극본은 20여 편 집필했다. 영화 시나리오 '제이슨 리' 등 미발표 작품도 10여 편에 이른다.

고 김상열(사진=김상열연극사랑회 제공)

 

고인의 수많은 작품은 김상열 희곡집으로 출간된 덕분에 새 생명을 얻었다. 이는 아내 한보경의 정성이 있어 가능했다.

한보경은 1998년 남편이 암으로 작고하자 3권까지 나온 김상열 희곡집 작업을 이어받았다. 남편의 원고를 정리하고 책을 만들다 보니 22년이 훌쩍 지났다. 희곡집 분량은 어느새 17권으로 늘었다.

희곡집 16·17권은 출간하기까지 과정이 녹록지 않았다.

가장 먼저 서재에 꽂힌 수사반장 대본 70여 편을 스캔했다. 너무 오래된 종이 활자를 놓고 워드 작업에 들어갈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스캔하는 데만 둘이 하루 꼬박 8시간씩 2달이 걸렸다.

이어 이양구 작가 겸 연출가가 스캔한 작품 하나하나의 줄거리를 요약한 다음 고석만 PD에게 보냈다. 고 PD는 이중 26편을 선별했고, 한보경은 일일이 워드 작업을 하고 여러 차례 원본 대조까지 진행했다. 이런 노고 끝에 550쪽 분량 책 2권이 세상에 나왔다.

이 작가는 "1년간 한보경 선생이 수사반장 책 만드는 작업을 엿본 바로는 그를 아키비스트(기록연구사·Archivist)로 불러도 될 듯하다. 故 김상열의 목소리는 한보경의 노고를 통해 빛을 보고 소리를 얻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상열이 쓴 수사반장에는 약자를 향한 연민, 그들에게 가해지는 사회의 구조적 폭력과 그 속에서 이기적인 욕망을 추구하는 사람에 대한 분노가 일관되게 흐른다"고 덧붙였다. 이 작가는 제3회 김상열연극장학금(2007)을 받았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 희곡집 한 번 내고 나면 거의 탈진 상태가 된다. 하지만 "희곡집은 이제 마지막"이라는 그의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보경은 말한다. "희곡집 작업은 내가 살아가는 힘이에요."

김상열 희곡집 16·17권인 '수사반장 1·2' 출판기념회는 오는 26일 오후 6시 김상열연극사랑의집에서 열린다. 제22회 김상열연극상 사상식과 제16회 김상열연극장학금 수여식도 함께 개최한다. 올해 수상자는 연출가 겸 극작가 박해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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