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시민들이 거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당국의 철거명령에 항의하기 위해 미테구청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른바 '베를린 소녀상' 철거 위기는 우리 정부의 공식 대응 없이 민간의 힘만으로도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보편적 여성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순수 민간단체 활동이란 점이 주효해 독일 여론을 움직인 것이다.
이 운동을 주도한 한정화 베를린 코리아협의회 대표는 14일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인터뷰에서 "(한국 대사관이 나서지 않은 게) 지금은 전적으로 다행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베를린 소녀상 계기, 공공외교력 재조명…대미 로비에서도 한일 각축
국제사회에선 이처럼 정부가 개입하기 애매한 외교 사안의 경우, 평소 쌓아온 해당국가의 평판과 이미지로 승패가 결정 되는 일이 많다.
국가 매력도를 높이려면 경제력이나 문화 수준 등 종합 국력이 기본적으로 뒷받침돼야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덤으로 상대 국가의 여론 주도층은 물론 기층 민심까지 파고드는 공공외교 전략이 요구된다. 주한미국대사나 주한중국대사가 경쟁적으로 한국 국민과의 접촉면을 넓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한국의 경우는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세계 패권국가인 미국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 비영리단체 책임정치센터(CRP)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로비 금액(2016년~올해)은 정부 부문의 경우 세계 2위, 정부와 민간 합산의 경우 9위를 기록했다.
일본이 두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지만 정부 부문에선 한국과 큰 차이가 없었다. 정부의 대미 로비 액수는 2016년 693만 달러에서 2017년 1443만 달러, 2018년 1791만 달러, 2019년 2626만 달러로 빠르게 증가했다.
박근혜 정부 때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한일 갈등 사안을 놓고 대미 공공외교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다.
다만 미 의회와 행정부에 대한 직접적 로비와 관계없는 코트라나 한국관광공사 등의 관련 예산을 제외할 경우 금액은 크게 줄어든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실이 분석한 결과 2015년~2018년 상반기 대미 로비 규모는 1040만 달러로 매년 260만~350만 달러 수준이다. 그러나 같은 기준을 적용해도 일본은 이 기간 1734만 달러를 기록해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