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양대 신형 전략무기…덩치 커지고 사거리·안정성 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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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 커진 신형 ICBM…엔진 개량과 사거리, 안정성 등 증대 가능성
다탄두 재돌입 비행체 탑재 가능성 나오지만 완성도엔 의문
신형 SLBM 북극성-4A 등장, 신형 잠수함 건조 등과 발맞춘 듯
정부, 북한의 새 무기체계 미국과 함께 정밀 분석

10일 열린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공개된 신형 ICBM(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은 지난 10일 새벽 열린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북극성-4A'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공개했다.

북한 매체들이 공개한 열병식 모습에서는 검정색과 흰색의 도색에 기존 ICBM보다 더 커진 미사일이 이동식 발사차량(TEL)에 실려오는 광경이 포착됐다. 검정색과 흰색의 도색에 '북극성-4A'라는 글자가 적힌 미사일을 트럭이 싣고 오는 모습도 포착됐다.

따라서 북한은 이번에 두 종류의 전략무기를 새로 공개한 셈이 된다. 국방부는 11일 "우리 군은 북한이 새로운 장거리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무기 등을 공개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새롭게 공개된 북한의 무기체계에 대해서는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열린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에서도 이번에 공개된 새로운 무기체계들의 전략적 의미와 세부사항에 대해 계속 분석하며, 이에 대비한 우리의 방어 능력도 점검해 나가기로 했다.

◇덩치 커진 신형 ICBM…이름은 공개 안 돼, 엔진 등 개량했을 가능성

10일 열린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 등장한 기존 화성-15형 ICBM(사진=노동신문/뉴스1)
이번에 공개된 신형 ICBM은 일단 덩치가 커졌다. 기존 화성-15형의 TEL 바퀴가 9축(18개)이었던 것과 달리, 이 미사일의 TEL 바퀴는 11축(22개)이다. 탄두 부분 또한 영상에서 정확히 확인되지는 않지만 약간 길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12월 14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국방과학원 대변인 명의로 전날(13일)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이 진행되었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최근에 우리가 연이어 이룩하고 있는 국방과학연구성과들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믿음직한 전략적 핵전쟁 억제력을 더 한층 강화하는 데 적용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그 며칠 전인 8일에도 북한은 같은 명의로 전날(7일) '대단히 중대한 시험'을 진행했다며, "이번에 진행한 중대한 시험의 결과는 머지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략적 지위를 또 한 번 변화시키는 데서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해 위성발사장은 우리에게는 '동창리 미사일발사장'으로 더 잘 알려져 있으며, 북한은 이 곳에서 지난 2012년 은하 3호 로켓과 2016년 광명성 4호 지구관측위성을 발사했다. 우주 로켓과 ICBM은 상당 부분 기술을 공유한다.

북한은 구 소련의 R-36(NATO 코드명 'SS-18') ICBM 등에 쓰인 RD-250 엔진을 기반으로 '백두산 엔진'을 만들어 쓰고 있다. 이를 여러 개 묶어 추진력을 늘리는 방식인데, 지난해 12월에 두 번 했다는 '중대한 시험'의 정체는 이를 개량한 엔진의 테스트일 가능성이 엿보인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런 식으로 만들었다고 추정되는 개량형 엔진을 신형 ICBM에 적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한다.

다만 북한이 사거리를 꼭 연장해야 할 필요성은 크지 않을 수도 있다. 주한미군사령부는 지난해 7월 발간한 '2019 전략 다이제스트'에서 화성-15형의 사정거리를 8천마일(1만 2874km)로 추정하며 "미국 본토의 전 지역을 타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예비역 해군 중령)는 "이미 화성-15형의 사거리로 미 본토 전역 타격이 가능하다면 굳이 사거리를 더 늘릴 이유는 없다고 본다"며 "단순히 사거리보다는 탄두의 중량 증대나 안정성, 신뢰성이 핵심이 아닐까 한다"고 설명했다.

◇MIRV로 여러 목표 동시 타격?…여러 가능성 따져볼 때 실제론 '글쎄'

10일 열린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공개된 신형 ICBM(사진=노동신문/뉴스1)
일각에서는 이번에 등장한 신형 ICBM에 다탄두 각개 재돌입 비행체(MIRV)가 탑재될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기존 화성-15형보다 탄두의 길이와 미사일 본체의 길이가 더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MIRV란 발사된 뒤 대기권 밖에서 탄두부가 분리돼, 그 안에 탑재된 여러 개의 탄두가 다시 대기권으로 돌입해 여러 개의 표적을 공격하도록 하는 비행체를 뜻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전략무기로서의 효용성과 여러 정황을 근거로 들어 MIRV 탑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으면서도 완성도 자체는 높지 않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장거리 미사일의 정확도를 늘리는 데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북한은 미사일의 정확도를 의미하는 원형공산오차율(CEP)을 줄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사일 그 자체의 기술뿐만 아니라 위성 등을 이용한 정밀유도 시스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ICBM에 MIRV를 탑재했다면 탄두가 여러 개라는 특성 때문에 각개 탄두의 파괴력은 당연히 탄두를 한 개만 탑재했을 때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차라리 탄두의 파괴력을 보다 늘리는 데 집중해서, 정확도가 다소 떨어지더라도 원하는 목표를 어느 정도 타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평가다.

북한 입장에선 선진국의 핵탄두들보다 부정확하고 파괴력이 낮은 MIRV를 ICBM에 꼭 넣어야 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MIRV를 위해선 핵탄두를 보다 작고 가볍게 만들어야 하는데 북한의 관련 기술이 그 정도까지 진보하지는 않았다는 추측도 나온다.

김동엽 교수는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경량화 기술 수준을 고려해 봤을 때 아직은 MIRV가 아니라고 본다"며 "(MIRV는) 단순히 미사일을 크게만 만든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신형 SLBM '북극성-4A' 등장…새 잠수함에 탑재하기 위해 개발한 듯

10일 열린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공개된 '북극성-4A' SLBM(사진=노동신문/뉴스1)
한편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북극성-4A' 미사일은 신형 SLBM으로 추정된다. 조선중앙TV 방송 멘트를 통해 '수중전략탄도탄'으로 소개됐는데 이것이 SLBM을 뜻하기 때문이다.

'북극성' 계열 미사일은 고체연료 기반의 SLBM으로, 1형은 2016년 8월 이른바 '신포급' 또는 '고래급'이라고 불리는 잠수함에서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2형은 지상발사형 모델로, 북한은 이를 2017년에 시험발사했으며 3형은 지난해 10월 2일 바지선으로 추정되는 플랫폼에서 시험발사했다. 다만 북한은 신포조선소에서 건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신형 3천톤급 잠수함에서 이를 시험발사하지는 않았다.

때문에 3형의 테스트가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4A형이 등장한 셈이다. 일단 4A형은 기존 3형보다 직경이 조금 더 굵어진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SLBM은 ICBM보다 사거리가 짧은데 고체연료 기술이 발전했다면 사거리도 그만큼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이 미사일을 현재 건조하고 있는 신형 잠수함에 탑재하기 위해 만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3형에 대해 실제 잠수함 발사 테스트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4A형이 등장한 이유는 불분명하지만, 북극성 계열 고체연료 미사일을 지상발사형으로 개발하고 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동엽 교수는 "고체연료의 직경이 커졌다면 SLBM뿐만 아니라 지상발사형인 북극성-2형을 업그레이드해,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비슷한 사거리의 탄도미사일 화성-12형을 대체하는 지상발사형 고체연료엔진 탄도미사일 개발도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체연료 미사일은 연료를 탑재한 채로 오래 보관할 수 있어 발사에 필요한 준비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다. 액체연료 미사일은 발사 직전 연료를 주입해야 하기 때문에 다소 시간이 걸려, 이 과정에서 한미 정보당국의 눈에 포착될 가능성이 높다.

◇전략무기 개발 담당 리병철 승승장구…'가짜'일 가능성은 낮은 듯

10일 열린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 등장한 리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박정천 총참모장. 두 사람은 주석단에서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바로 옆자리에 위치했으며 얼마 전 원수 칭호를 받았지만, 리병철은 대장에서 차수를 건너뛰고 원수가 됐다.(사진=노동신문/뉴스1)
위에서 거론된 모든 전략무기들이 아직은 개발 단계의 모형이거나, 허세를 위해 가짜를 내보냈을 가능성도 완벽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이번 열병식의 경우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11일 열병식에 나온 무기들에 대해 "직경과 길이가 증가한 ICBM은 군사적 실전용보다 테스트를 거치지 않은 정치적 과시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안보전략연구원은 전략무기 개발을 담당하는 리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원수 칭호를 부여하고, 주석단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옆자리에 배치한 것에 대해 "전략무기 개발의 성과에 대한 인정"이라고 평가하며 "그의 승진가도로 볼 때 이번에 공개된 ICBM과 SLBM은 속임수가 아닌 '진품'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북한군을 지휘통제하는 당의 기구이다. 리병철은 지난 5월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됐고, 8월에는 김덕훈 내각 총리와 함께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으로까지 승진했다.

북한 국정운영의 핵심이자 권력의 상징으로 평가되는 정치국 상무위원은 두 사람을 포함해 김정은 국무위원장,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겸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겸 당 부위원장까지 합쳐 5명뿐이다.

리병철은 2016년 8월 북극성-1형의 실제 잠수함 시험발사 성공 당시 김 위원장과 맞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포착된 적이 있다. 그는 이번 열병식에서도 얼마 전 함께 원수 칭호를 받은 박정천 총참모장(한국의 합동참모의장에 해당)에게 열병부대를 대표해 보고를 받은 뒤, 최고사령관인 김정은에게 이를 다시금 보고했다.

5년 전인 2015년 열병식에서는 리영길 당시 총참모장이 김정은에게 이를 직접 보고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안보전략연구원은 이를 "같은 원수급이지만 리병철이 당직에서 상급이기 때문이며, 이는 군에 대한 당적 지도의 구현을 상징한다"고 풀이했다.

리병철이 대장에서 차수를 건너뛰고 원수로 진급하는 등의 이러한 승승장구는 자연스럽게 그가 담당하고 있는 전략무기 개발 분야에서 일정한 성과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추론을 낳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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