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가 죽던 날'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배우 김혜수, 노정의, 박지완 감독, 이정은.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오스카10스튜디오, 스토리퐁 제공)
"'내가 죽던 날'이란 제목에 시선이 퀵 줌이 되면서 홀드가 쫙 되는 거죠. 이건 뭔가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어떤 작품이건 배우나 작품이 만나게 되는 건 결과적으로 운명 같은 느낌이 있지만, 글을 접하기도 전에 이런 경험은 처음인 것 같아요." _배우 김혜수배우 김혜수가 처음으로 만난 경험이라고 표현했다. 운명처럼 시나리오를 읽기도 전에 제목만으로도 시선을 사로잡은 작품 '내가 죽던 날'에 대한 이야기다.
'내가 죽던 날'(감독 박지완)은 유서 한 장만 남긴 채 절벽 끝으로 사라진 소녀와 삶의 벼랑 끝에서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그리고 그들에게 손을 내민 무언의 목격자까지 살아남기 위한 그들 각자의 선택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에서 김혜수는 절벽 끝에서 사라진 소녀 세진(노정의)의 흔적을 추적하며 삶의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형사 현수 역을 맡았다.
8일 오전 온라인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김혜수는 영화에 출연하게 된 이유에 관해 "시나리오를 보고 배우뿐 아니라 스태프들까지도 정말 진심으로 만났다. 그래서 느껴지는 진심과 진실을 어떻게 하면 제대로 담아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컸다"며 "배우와 스태프가 정말 한마음이었고, 하나하나 섬세함을 놓치지 않고 잘 전달하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의뢰가 된 시나리오 중에서도 '내가 죽던 날'은 운명 같은 느낌? 이상하게 '내가 죽던 날' 프린트된 제본으로 내 시선이 줌인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장르가 뭔지, 어떤 스토리인지 읽기도 전에 이 영화는 운명적으로 나의 것, 내가 해야 할 것 같은 그런 특별한 경험을 하면서 시작하게 된 작품"이라고 회상했다.
김혜수는 "보통 영화 속에서 사건의 진실이라고 하면 정황과 실마리에 포커스가 가는데, 극 중 현수가 이 사건을 바라보는 방식이 관객이 영화를 바라보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그가 맡은 캐릭터에 대해 "현수는 시작부터 자신의 삶에서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무관하게 심리적인 벼랑 끝에서 어린 소녀가 벼랑 끝에서 사라져야만 한 사건을 만나게 된다"며 "어린 소녀의 사건과 이면의 이유 같은 것들을 알게 되면서 자기 자신을 좀 더 들여다보고, 자신의 선택과 현실을 정면으로 맞이할 용기나 희망을 품게 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내가 죽던 날'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배우 김혜수, 노정의, 이정은.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오스카10스튜디오, 스토리퐁 제공)
세진은 사망한 아버지가 연루된 범죄 사건의 주요 증인으로 채택되어 섬마을에 고립되어 보호를 받던 소녀다. 유복한 가정에서 부족함 없이 살아가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고 홀로 상처를 안고 견뎌내던 어느 날, 유서 한 장만을 남긴 채 절벽 끝에서 사라진다.
사건의 시작이자 영화의 시작이기도 한 중심에 선 인물 세진 역의 노정의는 "나는 이번 작품을 안 할 이유가 없었다"며 그 이유로 김혜수와 이정은과의 만남을 들었다. 그는 "같이 작품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는 기회 자체를 무조건 잡아야 했다. 이 작품은 어떻게든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고 말했다.
영화의 또 다른 주요 인물은 무언의 목격자 순천댁이다. 사고로 목소리를 잃은 섬마을 주민 순천댁은 세진의 실종 사건 이후 형사 현수에게 마지막으로 본 세진의 행적을 알려준다.
순천댁 역을 맡아 말이 아닌 표정과 몸짓으로 모든 감정을 표현해야 했던 이정은은 "진심과 진실을 보여주는 최고의 방법이 언어인데, 언어를 빼고 하는 역할을 했을 때도 그런 게 닿을 수 있을까 생각하며 하게 됐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영화 '내가 죽던 날' 스틸컷.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오스카10스튜디오, 스토리퐁 제공)
보통의 이야기는 사건의 진실을 좇아 실마리를 풀어가는 과정을 담는다면 '내가 죽던 날'은 사건의 끝에서 다시 이야기가 시작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독특한 구조의 이야기를 그려낸 박지완 감독은 지난 2008년 단편영화 '여고생이다'로 여고생들의 일상을 세밀하게 포착하며 주목받는 감독으로 떠올랐다. 첫 장편영화 '내가 죽던 날'에서도 감독의 섬세함을 만날 수 있다.
박 감독은 "사람들이 다 끝났다고 생각하고 생각을 멈추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그게 인생이자 이어지는 이야기다. 조금 더 정성스럽게 들여다보며 그다음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던 욕심이 있었다"며 "영화를 통해 사건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사건이 아니라 그 안에 어떤 사람들이 있었고 어떤 걸 느껴서 이 일이 이렇게 됐는지 더 들여다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주 가까운 사람이 인생에 힘이 되어주는 경우도 있지만, 모르는 사람들이 열심히 사는 것, 혹은 그 사람의 모습을 지켜봤을 때 내 인생의 어떤 걸 반영해서 나만 보이는 게 있다"며 "그걸 발견했을 때 힘은 크고, 그런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위로와 격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김혜수는 "처음 시나리오 읽으면서 굉장히 잔잔하면서도 묵직한 위로를 느꼈다"며 "나 자신도 위로와 치유 같은 감정을 느끼면서 이런 감정을 관객에게 조금이라도 진실하게 전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고 바람을 전했다.
영화 '내가 죽던 날'은 오는 11월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영화 '내가 죽던 날' 포스터.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오스카10스튜디오, 스토리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