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가습기 '살균필터', 지금도 무허가로 버젓이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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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복지부 '의약외품' 지정…식약처·환경부 거치며 '방치'
"흡입독성 실험 등 유해성 판단 全無…수거조치도 미실시"
삼성전자·LG전자·코웨이·쿠첸·리홈 등 온·오프라인 판매 활발
삼성 등 "원리 달라서 먹는 물 수질검사로 대체" 無실험 해명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6일 기자회견에서 제시한 살균부품(필터)가 장착된 가습기 제품들(사진=이은지 기자)

 

수천 명의 피해자를 양산한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실상이 알려진 이후에도, 가습기 제품에 장착해 사용하는 살균부품(필터)은 안전성 검증 없이 시중에 버젓이 판매돼온 것으로 확인됐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6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기업 중 피해구제 분담금을 면제받은 업체 등 '피해지원 적정성'을 조사한 중간결과를 공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인체에 해를 끼치는 가습기살균제에는 물에 희석해 사용하는 생활제품뿐만 아니라 가습기 내에 부착해 사용하는 살균부품 역시 포함되지만 지금껏 정부나 기업 차원의 판매중지나 수거, 독성실험 등이 없었다는 것이다. 사참위는 "자칫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줄 수 있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참위 황전원 지원소위원장은 "지난 2011년 12월 이후로 가습기살균제는 생산이 중단됐는데, 살균부품은 지금도 판매가 되고 있다"며 "이전에 몇 년에 걸쳐 기업들에 의해 무수하게 많은 제품이 팔렸고, (필터는) 소모품이라 교체가 필요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지금도 구매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지난 2011년 말 보건복지부가 살균부품에 대해서도 '의약외품 범위지정' 고시를 통해 정부의 허가 및 관리를 받아야 한다고 지정했다는 점이다. 해당 개정안은 가습기살균제에 대해 '미생물 번식과 물때 발생 예방 목적으로 가습기 내의 물에 첨가해 사용하는 제제'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듬해인 2012년, 식품의약품안전처(당시 식약청)는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를 포함한 전문가, 공무원, 기업인사 등과 '가습기 내 물 속 미생물을 살균(향균)할 목적으로 사용하는 무기성분 제품'(살균부품)이 의약외품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논의했다. 이에 따라, 살균부품 역시 가습기살균제(의약외품)로 봐야 하고, 해당 제품을 제조·판매하기 위해서는 의약외품으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6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가습기살균제 살균부품(필터)의 구조(사진=이은지 기자)

 

하지만 살균부품의 재고를 처리해야 했던 기업들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단, 가습기 설계요소로서 가습기 제조자에 의해 장착되고, 제공된 부품은 제외한다'는 예외규정을 추가해달라고 건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황 지원소위원장은 "이에 대해 식약청은 상급기관인 보건복지부로부터 '해당제품(살균부품)은 의약외품 범위지정 고시에서 정하고 있는 사용목적과 방식에 부합하므로, 이 제품을 의약외품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판단된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다"며 "동시에 그날 '무허가 의약외품'(살균부품)이 광고·판매되지 않도록 주의를 요청하니 적극 협조해달라는 공문을 보내기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즉, 가습기살균제 '살균부품' 역시 정부의 공식 승인 없이는 시중에 유통될 수가 없다고 정의됐지만, 복지부에서 식약처, 환경부로 소관이 거듭 바뀌는 동안 살균부품에 대한 독성 검증 및 성분분석은 일체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황 지원소위원장은 "어느 정부부처도 이 제품(살균부품)이 안전한지, 아닌지 흡입독성을 실험한 바가 없는데 무허가·무승인 상태로 유통이 되고 있는데도 아무런 관심 없이 방치를 해두고 있다는 것"이라며 지난달 삼성전자서비스, LG전자 홈페이지에서 사참위가 직접 구매한 살균부품들을 들어 보였다.

그 외 웅진코웨이, 쿠첸, 리홈, 오성사, 한일전기 등 다른 가전기업들도 온라인 쇼핑몰 등의 채널로 살균부품을 활발히 판매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참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살균부품을 넣은 가습기를 76종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지만 사측에서는 30종만을 판매했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도 사참위가 확인한 가습기 모델 수는 56종에 달했지만, 기업 측은 9종만을 판매 모델로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사참위 측에 흡입독성 실험을 따로 실시하지 않은 근거로 기존 가습기와 사용 원리가 다르기 때문에 '먹는 물 수질검사'로 대체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LG전자 또한 사용되는 주(主) 성분이 다르다는 이유를 들어 인체흡입 시험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참위 황전원 지원소위원장이 6일 살균부품의 문제를 설명하는 가운데 정진극 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팀장이 살균부품을 제품에서 분리해 들어 보이고 있다.(사진=이은지 기자)

 

이에 대해 황 지원소위원장은 "가습기살균제는 흡입독성이 중요한 부분인데 수돗물을 검사해서 이상이 없었다고 하니 기업도 상당히 문제가 있다"며 "(살균부품의) '안전성은 입증된 바 없다'는 게 (정부 차원의) 공식적 입장인데 그럼 (기업에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자체검사를 하거나 다른 제품으로 바꿔주는 게 온당한 자세지만, 일체 함구하고 (살균)부품은 팔고 있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일"이라고 비판했다.

사참위 정진극 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팀장 또한 "삼성이 제출한 자료 중엔 오산화인이란 유해물질이 포함돼있다. 환경부에서 정한 기준으로 (이 물질을) 25% 이상 함유한 게 유독물질에 해당하지만 삼성이 제출한 자료상으론 0.13%만 들어있어서 기준에 미달한다"며 "하지만 그렇다고 (살균부품이) 무해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의 (가습기살균제) 매뉴얼을 보면 필터 교환주기가 3개월로 돼있고 코웨이는 4~5개월로 돼있어 대략 3~5개월 사이 교환을 권장하고 있다"며 "(살균부품의)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필터를 제거하고 사용하시길 권해드린다"고 덧붙였다.

다만, 사참위는 아직 '기업의 피해지원 적정성' 조사가 완결되지 않은 만큼 보건복지부와 식약처, 환경부에 △가습기살균제 살균부품에 대한 흡입독성 시험 △절차상 필요한 제품허가 조치 등 시정을 요구하는 공문을 먼저 보내기로 했다.

아울러 살균부품 사용으로 인한 피해규모와 판매 현황 등 추가조사가 이뤄지는 대로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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