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국산 인증중고차'…"역차별" VS "시장독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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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적합→생계형 적합 '전환', 10월 분수령
'허위‧미끼 매물' 고질병 VS '대기업 독점' 가격 상승
정부 결정 미루는 사이…업계‧소비자 '불만', 수입차 '승승장구'

중고차 시장(사진=연합뉴스)

 

당초 9월까진 결론이 날 것으로 기대했던 국산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 여부가 쉽게 결정되지 않고 있다.

쟁점은 대규모기업집단(대기업)에 속하는 완성차 5개사-현대‧기아‧르노삼성‧한국GM‧쌍용-의 인증중고차 사업 및 정비‧폐차 업종 진출에 대한 허용 여부다.

지난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지정된 뒤 3년 단위로 갱신돼 6년이 흘렀다. 만약 올해 다시 지정되면 2025년까지 연장된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이번에 허용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허위‧미끼' 매물 등 고질적인 중고차 시장의 '품질'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고, '좋은 차를 믿고 사고 싶다'는 소비자들의 욕구가 대기업의 시장 진출에 우호적인 편이다.

또 국내 5개사가 규제를 받고 있는 사이 굴지의 글로벌 수입차 업체들이 중고차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점도 '국산 역차별' 논란과 함께 대기업의 시장 진출 명분을 강화한다.

그러나 한편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소상공인에 대한 '밥그릇 뺏기' 문제뿐 아니라, 시장 지배력이 엄청난 대기업의 독주를 허용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중고차 가격 상승' 등 소비자에게 결코 유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반론이 그렇다.

때문에 대기업과 소상공인, 소비자 등 시장 주체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규제를 풀되, 각 경제 주체들이 수긍할 수 있도록 시장 자율화의 폭과 칸막이, 분쟁 조정 장치 등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매출 30조원…'황금 알 낳는 거위' 중고차 시장

첨예화된 논쟁은 중고차 시장의 확대와 관련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 중고차 판매업의 매출액은 2016년 약 8조원에서 2018년 약12조5천억원으로 성장했다. 여기에 차량 정비와 렌탈 등 주변 산업까지 합치면 30조원에 육박한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 계열사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이미 현재 진행형이다. 현대차는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를 통해 현대캐피탈과 공동으로 중고차 경매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자동차 공유 서비스인 쏘카의 2대 주주인 SK그룹도 향후 소매업 진출이 점쳐진다. 쏘카는 온라인 중고차 판매 사업 진출을 추진하며 특허청에 '캐스팅'이라는 브랜드 상표 출원을 마친 상태다.

대기업의 시장 확대는 4차산업 혁명 등 '혁신'과도 관련된다. 자동차를 구매하거나 빌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구독하는 서비스를 현대차가 실시 중이다. 대기업 입장에선 구독 서비스에서 퇴역한 차를 도매 내지 소매의 형태로 판매할 루트가 절실하다.

렌터카 시장에선 대기업의 중고차 판매가 절반 이상은 실현된 상태다. SK네트웍스의 올 상반기 중고차 매매 수익은 1360억원이고, 롯데렌탈이 지난 1~8월 판매한 중고차는 전년 동기 대비 24.5% 증가했다.

완성차와 렌터카 사업에 뛰어든 대기업 입장에서 중고차 소매업 시장 진출이 필수적인 것은 가격 방어 때문이다. 차량 품질에 대한 인증과 정비 서비스 등을 결합해 중고차 감가를 막고, 높은 가격을 유지할 수 있으면서 신차 판매와 연계한 프로모션 등을 활발하게 펼칠 수 있다.

실제 이미 준비가 완료된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차량 정비, 부품 서비스 등을 목격한 업계 관계자들은 시장의 진출과 함께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을 빠르게 장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고차 시장을 둘러싼 대기업과 소상인 간 논쟁이 각 대리협회를 중심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자동차산업협회 정만기 회장은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철저한 품질 관리, 합리적인 가격산출 등 객관적인 인증절차를 거친 중고차 제품을 공급하는 것을 보장하면 소비자 역시 안심하고 중고차를 거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기존 중고차업계는 대기업이 시장에 진입할 경우 중고차 가격이 지금보다 상승해 소비자가 피해를 떠안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곽태훈 회장은 "대기업이 양질의 중고차 매물을 선점, 독점할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가격 인상으로 인한 부담은 소비자가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입자동차 시장(사진=연합뉴스)

 

◇수입 인증중고차 약진, '역차별'…중재 못하는 정부

이런 가운데 2013년 당시 규제에 포함되지 않았던 수입차 업체들은 중고차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수입차의 중고차 사업 역시 판매사가 자사의 판매망과 기존 AS 정비망을 활용해 품질을 보증 후 가격을 정해 판매하는 '인증중고차' 방식이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경우 판매대수가 2017년 3800대, 2018년 4600대, 2019년 6500대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BMW 판매량도 2015년 5200대에서 2017년 1만200대 이후 꾸준히 1만대 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밖에 아우디와 볼보코리아도 인증 중고차 사업을 운영 중이다.

정부 소관 부처인 중소기업벤처부는 쉽사리 결정을 못하고 있다. 일단 중고차 업체들이 2019년 '중소기업 적합업종' 기한 만료 뒤 다시 '생계형 적합업종' 선정을 5년 시한으로 먼저 요구했다. 이후 동반성장위원회는 같은 해 11월 '선정 불가' 입장을 냈고, 올해 7월 중기부 간담회에서 완성차 업체들은 매매업 진출 의사를 표명한 상태다.

이에 대해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1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복합적이라 쉽지 않은 문제"라면서도 "정부가 결정을 미루는 사이 중고차 시장 개방을 원하는 완성차 업체와 소비자들이 손해를 보고 있고,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소상공인들은 그들대로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시장의 혁신과 소상공인 보호라는 두 정책의 충돌 사이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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