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B컷]조국 동생도 인정한 '배임수재', 왜 무죄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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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임무와 관계 없는 청탁, 배임수재죄 성립할 수 없어"
檢 "도무지 납득 어려워, 공범 재판부도 조권 채용 책임자로 인정"
※ 수사보다는 재판을, 법률가들의 자극적인 한 마디 보다 법정 안의 공기를 읽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드립니다. '법정B컷'은 매일 쏟아지는 'A컷' 기사에 다 담지 못한 법정의 장면을 생생히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중요한 재판, 모두가 주목하지만 누구도 포착하지 못한 재판의 하이라이트들을 충실히 보도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2020.9.18 조권 전 웅동학원 사무국장 1심 선고 中
재판장 "판결 이유를 먼저 말씀드립니다. 웅동중학교 교사 채용 관련 업무 방해는 유죄로 인정되고 실형 선고가 불가피합니다. (중략) 이 교사 채용과 관련한 배임수재죄는 유죄 아닙니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여야 범죄의 주체가 될 수 있고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해도 임무와 관계없이 부정한 청탁을 받은 경우에는 범죄가 성립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피고인은 재산 관리하는 사무국장일 뿐이어서 범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웅동중학교 교사 채용 비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동생 조권씨(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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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동생 조권씨에 대한 1심 선고가 열린 서울중앙지법 소법정. 재판부는 채용비리 관련 업무방해죄를 제외한 허위소송 의혹 등 다른 혐의들을 줄줄이 무죄로 판결했습니다. 그간 법정에서 채용비리 의혹만을 인정하고 나머지 의혹을 전면 부인했던 조씨의 손을 들어준 것입니다.

그런데 이같은 조씨 측 주장과 재판부가 다르게 판단한 죄명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채용업무 관련 부정한 청탁을 받고 응시자로부터 금품을 수령했다는 배임수재죄. 조씨 측은 재판 시작부터 애초에 인정하며 선처를 구한 혐의인데 재판부는 오히려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다소 예상 밖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조씨는 채용비리 의혹(업무방해, 배임수재)을 비롯해 웅동학원을 상대로 한 허위소송 의혹(특경법상 배임, 강제집행면탈), 증거인멸교사 및 범인도피 등 모두 6개의 죄명으로 기소됐습니다. 채용비리와 관련해서 조씨는 자신이 사무국장으로 있던 웅동학원 소속 중학교가 2016년과 2017년 두 차례 정교사 채용을 진행할 당시 금품 약 2억 1천만원을 받고 응시자 2명에게 시험문제 및 답안지를 유출한 혐의를 받습니다.

검찰은 이중 시험지와 문제지를 유출해 학교의 채용업무를 방해한 부분은 업무방해죄를, 청탁을 들어주고 금전적 이득을 취한 부분은 배임수재죄를 적용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조씨의 제안을 받고 돈을 나른 대가로 각각 3800만원과 2500만원을 챙긴 공범 A씨와 B씨도 기소됐는데 올해 1월 두 죄명 모두 유죄 판결이 나와 각각 징역 1년 6개월과 징역 1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이 형량은 항소가 기각되며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그런 만큼 조씨의 의혹 중 채용비리 혐의만으로 한정해도 범행을 주도한 조씨가 '전달책' 공범들보다 무거운 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법조계 안팎에서 나오기도 했습니다.

2020.4.22 조권 전 웅동학원 사무국장 1심 결심공판 中
변호인 "피고인이 기소된 범죄 중에서 배임수재 및 업무방해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나머지에 대한 공소사실은 부인하는 것으로 초기 변호인 의견서와 다를 바 없는 입장을 말씀드렸습니다. 지금 피고인이 당연히 다른 것은 무죄라고 해도 배임수재, 업무방해는 위중하고 문제유출은 피고인이 한 행위로 엄중하게 처벌받아야 합니다"


조권 "채용비리는 부정한 돈을 받아 학교의 명예나 사회 물의를 일으킨 것을 깊이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으며 법적 처벌도 달게 받겠습니다. 다만 증거인멸과 범인을 도피시킨 일은 절대 없었습니다. 다시 한번 반성하며 제가 지은 죄 달게 받겠습니다.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동생 조권씨(사진=연합뉴스)
그래서인지 조씨 측은 허위소송이나 증거인멸 등 혐의는 전면 부인했지만 채용비리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재판 초기부터 채용과정의 유출 범위와 수령한 금액이 일부 다르다고 주장할 뿐 전반적인 사실관계는 대부분 인정했습니다.

물론 업무방해죄만이 아니라 배임수재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선고 전 마지막 결심공판에서도 변호인은 두 죄명을 모두 언급하면서 "위중하고 엄중히 처벌받아야 한다"고 인정했고 조씨 본인도 "부정한 돈을 받은 것을 반성하고 뉘우친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렇다면 공범도 유죄가 인정됐고, 피고인 스스로도 인정한 배임수재죄를 재판부는 왜 죄가 안 된다고 본 것일까요?

재판부가 문제 삼은 지점은 바로 조씨의 지위입니다. 배임수재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와 관해 청탁을 받고 금전적 이득을 취할 때 성립합니다. 즉 조씨의 경우, 해당 죄명으로 처벌하려면 채용업무를 담당하는 자여야 하는데 재판부는 웅동학원 사무국장은 채용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판단한 겁니다. 재판부는 사무국장의 역할은 재산 및 부동산 관련 업무이며 교직원 채용은 이사장 또는 교원인사회 위원의 몫이라고 봤습니다.


즉 부정하게 청탁을 받고 돈을 수령했더라도 채용 담당자가 아니었던 조씨에게 배임수재죄는 전제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게 재판부의 시각입니다.
2020.9.18 조권 전 웅동학원 사무국장 1심 선고 中
재판장 "업무방해의 공범들에 대하여 타 재판부의 판결에서 선고된 형량은 우리 재판부와 달리 관련 배임수재를 유죄로 보는 전제에서 정해진 것이어서 피고인에 대한 형을 양정함에 있어 이를 그대로 반영해서는 안 되는 점 기타 이 사건에 나타난 여러 양형 조건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합니다.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합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공범보다 형을 높여 선고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업무방해와 배임수재죄가 둘다 인정된 공범과 달리 업무방해만 인정했기에 형평을 맞출 필요는 없다고 본 것인데요. 구체적으로 "공범들에 대한 타 재판부가 선고한 형량은 우리 재판부와 달리 관련 배임수재를 유죄로 보는 전제에서 정해진 것이며 이를 그대로 반영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조씨의 배임수재죄가 이렇게 무죄로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조씨를 기소한 검찰은 판결 직후 “도저히 납득이 어렵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배임수재 관련 채용 업무와 관련한 조씨의 지위를 검찰은 1심 재판부와는 정반대로 해석하는데요. 웅동학원의 정관 상 '법인의 사무를 처리하기 위해 사무과를 둔다'고 규정돼있고 사무과장이 법인의 주요 사무 중 하나인 채용 업무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게 검찰의 입장입니다.

아울러 이미 다른 재판부에서 공범들에게 유죄를 선고하며 조씨의 지위를 '교직원 채용 관련 사무책임자'로 인정한 것도 조씨를 채용업무 담당자로 봐야하는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 검찰 관계자는 "교사를 채용하는데 전혀 관여를 못 했다고 한다면 대체 관여할 수 없는 사람이 어떻게 응시자들에게 먼저 필기시험 문제지를 가져다 줄 수 있냐"며 "다 양보해도 돈을 받고 교사를 채용해준 사실 자체는 변동이 없는데 공범보다 돈도 더 받은 조씨의 형량은 이해가 안 된다"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검찰은 지난 24일 배임수재죄를 비롯해 무죄가 나온 5가지 죄명에 대해서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를 유일하게 유죄가 인정된 업무방해죄에 대해서는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습니다.

검찰의 항소로 이제 2라운드로 향하는 조씨의 재판. 조씨가 채용 업무 담당자였는지 아닌지가 2심의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1심의 판단이 유지될지 검찰이 결론을 뒤집을지 관심이 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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