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국민이 목숨 잃어도 앞으로도 지켜만 볼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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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의 본질은 '북한군이 우리 국민을 살해한 것'
대통령과 정부, 청와대 참모들 상황판단과 인식 안일
'국민생명 못 지킨 정부'라는 비난 면키 어려워
북한이 사과했다고 끝날 문제는 아냐
국가위기 대응체제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손봐야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5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남북한 정상 친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해상에서 우리 국민을 총살한 행위에 대해 사과문을 보내왔다.

"뜻밖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문 대통령과 남녘 동포에 실망감을 더해 준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다"며 오히려 이해를 당부했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과는 지난 6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이후 경색된 남북관계 속에서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나 북한이 사과했다고 해서 모든 일이 끝날 문제는 아니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어떤 이유로든 '북한군이 우리 국민을 살해했다는 것'인데 과정에서 나타난 우리 정부의 태도는 심히 우려스럽기만 하다.

군의 대응도 문제지만 대통령과 정부, 청와대 참모들의 상황판단과 인식은 안일하다 못해 한심하기 짝이 없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지킬 책임'을 최우선 가치로 하는 대통령과 청와대, 정부가 국민을 지키지도, 수습하지도 못하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국민들은 걱정스럽게 지켜봐야 했다.

북한의 해명에도 '국민생명을 지키지도 못한 정부'라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우선 군의 태도가 문제다.

실종됐던 우리 공무원이 북한에 억류된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6시간 동안 구명이나 송환요구 등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월북이니 아니니 추정만 하면서 '강 건너 불구경하듯' 그저 지켜만 보고 있었을 뿐이다.

"NLL 북측해역에서 발생해 대응이 어려웠고 북한이 시신을 불에 태우기까지 할 줄은 몰랐다"는 변명은 궁색하다.

정작 북한은 코로나19 지침에 의해 침입자를 사격했을 뿐 화장을 하지 않았다고 밝혀 결국 상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첩보 수준이어서'라고 하지만 안보관계 장관회의까지 갖는 이러한 긴박한 상황이 대통령에게 즉각 보고되지 않은 것도 곰곰이 되짚어봐야 한다.

남북관계는 물론 국제사회에도 큰 파장을 불러올 중대한 사건을 10시간 동안 대통령이 모르고 있었다는 건 국가 위기관리시스템에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문 대통령은 보고를 접한 뒤에도 군 장성 진급식에 참석해 '평화'만을 강조했고, 다음날 오후 2시에는 김포의 디지털 뉴딜 현장을 방문하는 등 일정을 평소와 다름없이 정상적으로 소화했다.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간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들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육군 특수전사령부에서 열린 제72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 참석,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오늘 '국군의 날' 행사에서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하겠다"면서도 북한 피격 사건은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청와대와 참모진의 인식도 심각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브리핑 도중 '화장' 또는 '사고'라는 표현에 비판이 일자 부랴부랴 '시신을 훼손한 것' '반인륜적 행위'로 바꾸는 촌극도 벌였다.

청와대는 "이번 사안이 9.19 군사합의의 세부항목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도 냈다.

국민의 분노는 뒤로한 채 사고가 있었지만 남북관계는 지속되고 앞으로 견지돼야 하는 관계라는 기본 틀은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서훈 국가안보실장은 "북측은 사태 발생 경위에 대한 설명과 사과, 유감표명, 재발방지 노력 등을 약속했다"며 국민기대에 부응하는 남북관계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통해 국민들은 안보가 부실하고 위기에도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며 국민과의 눈높이도 많은 차이가 있음을 체감했다.

단순히 관련자 문책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이 기회에 안보영역은 물론 국가 위기와 관련한 대응체제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꼼꼼히 손을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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