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명절은 넘어갔지만…택배 파업 '철회' 아닌 '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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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김세규 교육선전국장
"분류작업, 근로시간 절반가량 투입…하지만 임금 한 푼 없는 '공짜 노동'"
"택배비 '백마진' 형태로 업체에 돌아가…과거 100~150개, 현재는3~4백개 배송해야 남아"
"제 때 배송 못하면 벌금‧계약해지까지"
"근로기준법상 보호를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인 점 이용하는 것"
"국회 발의된 '생활물류서비스법' 통과‧제정돼 처우 개선됐으면"

■ 방송 : 강원CBS<시사포커스 박윤경입니다>(13:35~14:00)
■ 제작 : 강민주 PD
■ 진행 : 박윤경 ANN
■ 정리 : 강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김민희
■ 대담 : 김세규 교육선전국장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박윤경> 이번 주부터 택배 분류작업 거부로 사실상 파업을 예고했던 택배 근로자들이 정부와 업계가 내놓은 합의안을 받아들여, 분류작업 거부 계획을 철회했습니다. 명절 택배대란, 이번에는 없어서 참 다행입니다만, 택배업계의 근본적인 문제점들은 그대로입니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김세규 교육선전국장과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김세규> 네, 안녕하세요?

◇박윤경> 사실상 파업으로 받아들여졌던 '분류작업 중단'에 대해서 투표자 90% 이상이 찬성한 걸로 알려졌는데요, 철회를 결정하셨습니다. 많은 고민이 있었겠죠?

◆김세규> 네,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저희는 '철회'라기보다는 '유보'라는 단어에 가깝다고 말씀드리고 싶고요. 이번에 분류작업 거부를 했던 이유가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를 조금이나마 방지하지는 취지였기 때문에, 정부나 택배사가 분류작업 인력을 일단 투입하겠다고 약속을 해서 이번 결정을 내렸고요. 현장에서 이러한 것들을 잘 살펴보고 실질적으로 인력이 투입됐는지를 확인한 다음에, 만약 또 다른 방식으로 약속이 잘 지켜지지 않을 경우에는 다른 고민을 할 수밖에 없음을 알려 드립니다.

◇박윤경> 네, 지금 정부와 업계에서 내놓은 합의안은 어떤 내용인가요?

◆김세규> 정부와 택배사가 분류작업 인력을 만 명정도 투입하겠다고 했고, 특히 저희 택배노동자들에 분류작업에는 2천 67명을 투입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번 발표를 믿고 (출근을 할 것을) 발표한 상황입니다.

◇박윤경> 이번 인력충원은 한시적 충원이죠?

◆김세규> 네, 그렇습니다.

◇박윤경> 명절기간 동안인가요?

◆김세규> 저희는11월까지 택배 물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조금 더 긴 대책을 요구했는데 일단은 (이번) 명절 전으로 대책이 마련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박윤경> 그래요, 자 이번에 다행히 택배대란은 피했습니다만 그래도 택배업계의 문제점은 그대로입니다. 먼저 이번에 이유가 됐던 '택배 분류작업'에 대해 잘 몰라서 여쭤보는데요, 택배 분류작업이 어떤 건가요?

◆김세규> 쉽게 얘기해서 저희가 배송하기 전에 물품을 옮기고 분류하는 작업을 말하는 거죠. 분류작업이 일도 힘든데 보통 하루에 7~8시간을 분류작업에 쏟는 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아침 6~7시에 출근해서 분류작업 때문에 빠르면 (오후) 1~2시, 늦으면 2~3시에 배송을 시작하게 되고요. 그러다보니까 밤늦게 까지 배송이 이어지게 되고 또 다음 날 분류작업 때문에 새벽에 출근해야 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겁니다. 저희 하루 근로 시간의 절반가량을 분류작업에 투여하고 있고요, 대신에 단 한 푼에 임금도 받지 못하는 '공짜 노동'입니다.

◇박윤경> 택배 분류작업에 대해서는 따로 임금이 주어지지 않나요?

◆김세규> 네, 그렇습니다. 전혀 없습니다.

◇박윤경> 보기에 택배 분류작업 아르바이트생이 투입되는 경우도 있던데 이거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김세규> 택배 노동자들 극히 소수로 정말 힘들어서 자기 돈 들여서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박윤경> 택배 회사가 아니라 택배 기사님들이 자비로 인력을 충원하는 거군요.

◆김세규> 네, 그렇습니다.

◇박윤경> 이 분류 작업이라는 게 원래 택배 기사님들의 업무인가요?

◆김세규> 과거에 택배가 지금처럼 활성화 되지 않은 시기에 분류작업을 저희가 하기 시작했는데, 그때는 한 시간이나 길어야 두 시간 정도 분류작업을 하고 바로 배송에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택배 물량이 늘어나고 택배 산업이 발전하면서 분류작업만 7~8시간이 걸리다보니까 이 문제에 대한 걸 다시 고민해야 하고 이것이 저희 택배 노동자들이 과로로 쓰러지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라고 봅니다.

◇박윤경> 보니까 분류작업에서 상하차 인력들은 따로 임금이 있는 거 같아요. 하지만 택배 기사님들은 공짜 노동이라고 표현을 하셨는데 이게 구조가 다른가보죠?

◆김세규> 큰 물류센터에서 분류하시는 분들이 따로 있는데요, 그 분들과는 다르게 저희는 근로기준법상 보호를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하루 몇 시간을 일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용해서, 일반 노동자들은 하루 8시간을 일하지만 저희는 그 시간에 맞먹는 6~7시간을 분류작업에 쓰고, 그것이 끝나면 8시간 이상의 배송작업을 하고 있는 겁니다.

◇박윤경> 그러면 택배기사님들의 하루 노동시간은 대략 어느 정도인가요?

◆김세규> 저희가 13시간에서 16시간으로 보고 있고요. 추석 때는 근무시간이 더 늘어납니다.

◇박윤경> 올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택배 물량이 크게 늘었습니다. 그리고 명절까지 앞두고 있는데 보통 경우 명절이 되면 평소와 물량이 어느 정도 차이가 나나요?

◆김세규> 추석이 되면 보통 20% 이상 물량이 증가한다고 보고 있는데요, 이미 코로나 때문에 30% 이상이 증가해 왔고 이게 장기화되면서 피로도가 누적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추석 때는 평소보다 50% 이상이 증가할거라 예상하고 있고 그래서 이번에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현재까지 택배 노동자 약 7명이 과로로 쓰러졌는데 수 십 명의 택배 노동자들이 쓰러질지 모른다는 절박함 때문에 이번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택배노동자과로사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17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택배노동자 분류작업 전면거부 돌입,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손 피켓을 들고 있다.(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박윤경> 혹시 이게 제때 배송하지 못할 경우 택배기사님에게 주어지는 패널티도 있나요?

◆김세규> 당연히 있습니다. 당일배송을 원칙으로 하고 있고, 강요를 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지키지 않을 경우에 작게는 벌금을 낸다거나 크게는 계약해지를 당할 수 있는 사유가 됩니다.

◇박윤경> 그러면 지금 과거보다 50%의 물량이 늘었다고 하니까 추석 명절을 앞두고 택배 기사님들의 마음의 부담이 어마어마 하시겠네요.

◆김세규> 옆에서 동료들이 쓰러지는 모습도 같이 보게 되니까요. 저희가 실태조사를 했는데 80% 이상이 '나도 두렵다'는 답변을 하셨습니다. 그런 만큼 이번에 정부와 택배사가 분류작업 인력 투입 결정을 했는데,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박윤경> 그런데 이런 부분도 있는 거 같아요. 만약에 지금까지 기사님들께서 해오시던 택배 분류작업을 따로 인력을 충원해서 하면 '혹시 택배비가 오르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의 시선도 조금 있는 거 같은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세규>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국민들은 지금 택배비가 대략 2500원 정도로 알고 계시는데 실제로는 1700원정도 수준입니다. '백마진'이라고 해서 리베이트 명목으로 비정상적으로 업체에 돌려주는 과정이 있는데, 지금 국회에 발의된 법 가운데 '생활물류서비스법'이라고 이런 것을 금지하는 조항도 있습니다. 이런 택배 시장의 부조리를 없으면 이런 문제들이 잘 해결될 수 있으리라 봅니다.

◇박윤경> 그렇군요. 그러면 혹시 이런 분류작업 문제 이외에 택배 업계에 개선돼야 하는 부분은 어떤 게 있을까요?

◆김세규> 방금에도 말씀을 드렸는데 택배 산업이 시작된 이래로 저희 택배 노동자들이 받는 배송 수수료가 단 1원도 오르지 않았고 매년 삭감되어 왔습니다. 그러다보니까 과거에는 100개, 150개만 배달해도 됐는데 지금은 3~400개를 배달해야 그나마 먹고 살 수 있는 상황이 된 거고요. 말씀드린 것처럼 택배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형성되고 거래되다 보니까 이런 부분만 바로 잡아도 지금의 분류작업 문제나 수수료 문제도 국민들의 택배비 부담 없이 해결될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박윤경> 혹시 마지막으로 근본적인 택배업계의 문제를 위해서 바라시는 해결책이나 덧붙일 말씀 있을까요?

◆김세규> 네, 택배 현장이 말 그대로 무법천지고요. 아무런 법조항이 없는 상황입니다. 현재 국회에서 일명 택배법이라고 하는 '생활물류서비스법'이 발의되어 있는데요. 이게 택배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에서 제정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요.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면 택배 회사들이 저희를 직원으로 인정을 안 합니다. 그러다보니까 어떤 대화와 논의 테이블이 마련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고 그래서 택배 회사들도 낡은 관점에서 벗어나서 노동조합과 대화하고 교섭해서 지금의 문제를 같이 해결해 나갔으면 합니다.

◇박윤경> 말씀 여기까지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김세규 교육선전국장과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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