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토끼'도 사실무근인데…디지털 교도소는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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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 결정, 개설자 검거에도 '디지털교도소'는 여전
일부 억울한 사례 속 '엽기토끼 살인사건'도 사실무근
'지목된 용의자'에 유튜버 찾아가고 저주 글까지 난무
경찰 "용의선상에서 이미 배제…사실 제대로 알려져야"
'디지털교도소' 전체차단 두고 오늘 방심위 재논의키로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정훈 기자 (CBS 심층취재팀)

◇김현정> 뉴스 속으로 훅 파고드는 시간, 훅!뉴스. CBS 심층취재팀 김정훈 기자 나와 있습니다. 어서오세요. 최근에 '디지털교도소' 논란이 뜨거웠는데 그와 관련한 주제라고요?

◆김정훈> 네 말씀하신 '디지털교도소' 주로 성범죄자들이 대상인데, 디지털교도소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이들의 신상정보를 그대로 공개하면서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김현정> 우리나라에서 성범죄자들에 대한 처벌이 미미하니까 이런 사이트까지 만들어졌어요. 그런데 문제는 '아무리 그래도 개인 신상 정보를 그대로 노출하는 건 명백한 불법 아니냐' 이런 논란이 있는 것이죠.

◆김정훈> 그렇습니다. 그래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디지털교도소에 오른 일부 정보에 대해 접속 차단을 결정했고요, 경찰은 어제 해당 사이트를 처음 만든 용의자를 인터폴 공조를 통해 붙잡았다고 밝혔습니다.

◇김현정> 어제 디지털교도소 운영자가 결국 검거됐군요.

◆김정훈> 경찰은 지난달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고, 며칠 전 베트남에 숨어 있던 용의자를 붙잡았습니다. 하지만 사이트는 여전히 그대로이고, 취재 과정에서는 그 안의 억울한 사례도 추가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훅뉴스에서는 디지털교도소 논란 속 그늘을 조명해 보려 합니다.

(사진=디지털교도소 사이트 캡처/자료사진)

 

◇김현정> 아니 지금 두 가지 얘기하셨어요. 하나는 분명히 잡았는데 디지털교도소 사이트가 여전히 운영된다고 했어요? 방송통신심의위가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까?

◆김정훈> 방심위 결정을 두고도 의견이 엇갈렸죠. 명백히 문제가 있는 사이트인데, 사이트 전체에 대한 접속 차단 조치를 취한 게 아니라 문제가 있는 게시물 17건에 대해서만 접속 차단 결정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김현정> 문제가 있다는 게시물이라는 것은 어떤거에요?

◆김정훈> 그러니까 아예 사실관계가 다르거나, 오류가 있거나 정확히 가려지지 않은 그런 것들이죠.

◇김현정> 전체 사이트 접속 차단은 과잉 규제다 이런 우려들이 나왔다고 들었는데 그게 방심위 입장으로 정해진거군요.

◆김정훈> 하지만 그렇게 작은 17건에 대한 조치만 취하라는 이런 방심위 결정조차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어요. 현재도 인터넷에서 '디지털교도소'를 검색하면 문제가 된 정보가 그대로 노출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아무런 변화가 없는 상태인데, 그 이유를 방심위 관계자로부터 먼저 들어보시죠.

[녹취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
"https로 접속이 됐을 때는 차단이 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우회접속'이라고 하는데 https같은 경우에는 기술적으로 차단요청을 해도 그게 차단이 되지가 않아요. 저희가 차단결정도 내리고 망사업자도 이행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서 노출이 되는 경우에는 운영자와 연락을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죠."

◇김현정> 기술적인 문제라는 건가요?

◆김정훈> 통신사에 결정을 통보해도 차단 조치가 내려지지 않는 것이고요. 근본적으로는 이 해외 서버에 우회 접속하는 방식으로 디지털교도소 사이트가 운영되고 있어서 기술적으로는 접속 차단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운영진에 자진 삭제를 요구했다지만, 마음먹고 사이트를 운영하기로 한 이들이 그 요구에 따를 리 만무하고요.

◇김현정> 그런데 어제 잡혔다면서요. 그 운영자가 이제 경찰에 붙잡혔으니까, 문제가 있는 게시물만이라도 바로 내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김정훈> 경찰에 붙잡힌 30대 남성 A씨는 지난 3월 처음 디지털교도소를 만든 사람인데요, 현재는 A씨가 아닌 다른 이가 디지털교도소 사이트를 운영 중입니다.

◇김현정> 그러면 지금 2대 운영자가 운영하고 잡힌 사람은 1기 운영자요?

◆김정훈> 말하자면 1기 운영자가 붙잡힌 상태에서 2기 운영자가 활동하고 있는 것이죠. 2기 운영자는 이달 초 익명의 공지글에서 '수사상황에 대비한 1기 운영자가 사이트 운영 재개를 부탁했고, 고심 끝에 운영을 맡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 사이트를 계속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죠.

◇김현정> 디지털교도소를 만든 1기 운영자가 붙잡혔더라도 이 사이트가 계속 유지될 거라는 얘기네요?

◆김정훈> 그래서 경찰은 2기 운영자에 대한 수사도 서두르고 있는데요, 이에 대한 경찰의 설명도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 : 경찰 관계자]
"이번에 검거된 사람은 1기에 유력한 용의자인거죠. 2기도 이제 엄밀히 말하면 승계적 공범이든지, 인수를 했다라고 본인이 주장하니까요. 종합적으로 봐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김현정> 공범으로 볼 수 있는 거 아니냐 그 말씀을 하시는 거 같아요. 공범 아니냐 2기 운영자도, 그럼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생각되는데 단순히 '성범죄자들의 정보를 노출했다' 이런 차원의 문제만은 아니죠?

◆김정훈> 그래서 경찰이 수사를 서두르고 있는데요. 얼마 전엔 한 대학생이 디지털교도소에 성범죄자로 지목돼 신상정보가 올랐다가, 그 억울함을 호소하다 숨진 채 발견되기도 한 일 기억하실 겁니다.

◇김현정> 그런가 하면 한 대학 교수는 'n번방' 가해자로 몰려 디지털교도소에 이름이 올랐다가 최근에야 억울함이 밝혀져서 털어내기도 한 사례가 있죠.

◆김정훈> 말씀하신 내용이 채정호 카톨릭대 의대 교수의 사례인데요. 디지털교도소에 신상정보가 오르면서 한순간 성범죄자가 됐는데, 알고 보니 인터넷상에 오른 채 교수의 텔레그램 대화라는 건 '포토샵'으로 만들어진 가짜였던 겁니다.

◇김현정> 누명을 벗었으니 망정이지 이 분은 그 전까지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을까요.

2005년 신정동 살인사건 피해자 시신 유기 장소(사진=김성경‧이채빈 인턴기자)

 

◆김정훈> 아직까지도 그 트라우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저희 취재진에 털어놓더라고요. 그런데 채정호 교수가 난도질당한 디지털교도소에는 억울한 사례가 더 있음이 취재 과정에서 확인됐습니다.

◇김현정> 이 경우 말고 억울하게 이름이 올라간 사례가 또 있다고요?

◆김정훈> '엽기토끼 살인사건'이라고 들어보셨을 거예요. 지난 2005년과 이듬해에 걸쳐 서울 신정동에서 여성 납치, 살해 사건이 잇따랐는데, 동일범에 의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있었고요. 그러다 생존 피해자 한 사람이 사건 현장 인근에서 '엽기토끼 스티커를 봤다‘는 진술을 하면서 '엽기토끼 살인사건'이라는 이름까지 붙었습니다.

◇김현정> 그런 내용이 한 방송사 시사 프로그램에서 다뤄져 더 유명해졌잖아요.

◆김정훈> 올 1월 방영된 프로그램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특정인이 이번 사건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했습니다. 제작진은 그 인물의 집을 직접 찾아가 범죄와의 연관성을 묻는 장면을 방송으로 내보냈는데, 프로그램을 보면 엽기토끼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라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거든요.

◇김현정> 그런데 그 인물이 '엽기토끼 살인사건'과 관련 없다는 거예요?

◆김정훈> 이 분이 다른 범죄 전력이 있긴 하지만, 적어도 '엽기토끼 살인사건'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이미 해당 프로그램이 방송될 무렵, 그 인물을 용의선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직 그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 까닭에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드리기는 곤란하지만, 수사로 나타난 사실과 해당 인물의 행적을 종합적으로 맞춰보면 범인일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겁니다.

◇김현정> 아예 없다고 판단했다고 서울경찰청에서 확인해줬어요? 그런데도 이 인물 역시 디지털교도소에 이름, 사진, 주소까지 다 올랐다는 거죠?

◆김정훈> 그렇다 보니 별별 일들을 당했는데요, 불쑥 사람들이 찾아가서 이 사건에 대해 추궁하고 그걸 고스란히 유튜브에 방송하는 일까지 있었는데요. 한 유튜브 방송의 일부분을 잠시 들어보시죠.

[녹취 : 유튜브 방송 한 대목]
(선생님께서 하고 싶은 말씀도 있으실 것 같고.)
"아 진짜 왜 그러는 거예요, 도대체. 예? 어딘데?"
(개인 방송하는 사람이에요)
"개인 방송이든 뭐든. 저번에 나 그것 때문에 OOO 상대로 고소하고 있는데"
(개인이에요 개인.)
"개인이든 뭐든. 짜증나 죽겠는데."


◇김현정> 이 유튜버가 그 시사 방송에서 지목했던 사람을 찾아가 다짜고짜 찍는 거에요. 그 장면을 찍어 유튜브로 방송했어요.

◆김정훈> 그뿐만이 아닙니다. 각종 인터넷 카페나 커뮤니티에도 이분을 범인으로 단정하고 비난하고 저주하는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 주변에 사는 주민들도 정확한 내막을 모르니, 떠도는 말만 듣고 두려워하고 있더라고요.

◇김현정> 억울하게 누명을 쓴 셈인데, 경찰이 찾아 나서면서 '이분이 아닙니다' 말할 입장도 아니겠고요.

◆김정훈> 재판을 받아 무죄가 나오거나 정식으로 수사해서 무혐의 결정이 나온 것도 아니니까요. 그 때문에 이번 수사와 관련한 경찰 한분은 “이런 사실 관계가 제대로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김현정> 용의자로 지모된 그분의 심경도 직접 들어봤어요?

◆김정훈> 저희 취재팀도 조심스럽게 접촉을 시도해봤습니다. 그 분은 모습도 잘 드러내지 않으려 해서, 함께 사는 가족의 목소리를 어렵사리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더이상 언급되는 자체가 싫다'며 취재에는 완강히 응하지 않았습니다.

◇김현정> 얼마나 그동안 시달렸으면 가족들의 목소리. 취재도 싫다. 이 정도일까 싶은데요.

◆김정훈> 이처럼 사실과 다르게, 디지털교도소 안에서 누명을 쓴 사례가 여기서 그칠까요? 이 사이트에는 부하 직원을 성폭행해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공무원의 사례도 올라있는데, 경찰은 이에 대해 혐의점을 찾지 못해 내사종결 처리한 바 있거든요. 이를 포함해, 사실관계가 분명히 가려지지 않은, 또는 억울한 사례들이 더 있을 수 있는 거죠.

(사진=연합뉴스)

 

◇김현정> 아무리 취지가 좋다고 해도 이런 억울한 사람들, 억울한 부작용이 나온다고 하면 사이트를 계속 놔둬도 괜찮은가 싶은데. 강력한 대안이 필요한 거 아니에요?

◆김정훈> 네 그렇습니다. 그런 여론 때문에 오늘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디지털교도소 사이트를 두고 다시 회의를 개최합니다.

◇김현정> 또 회의를 합니까

◆김정훈> 네. 사이트 전체에 대한 차단 여부를 두고 회의를 하는데요. 어떤 조치가 나온다 해도 유사한 사이트들이 또 만들어질 수 있거든요.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부터 바뀔 필요가 있습니다.

◇김현정> 오늘 또 방심위 회의한다니까 이 결과부터 지켜보죠. 김정훈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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