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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들기]MBC 신입기자 시험 '2차 가해' 논란…"공감 없는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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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신입기자 공채 필기시험 논술에 '박원순 피해자' 호칭 묻는 문제 나와
'피해호소인(피해고소인)'과 '피해자' 중 어떤 단어 적절한지 이유 논술하도록 해
해당 논제 알려지며 언론사 시험 준비생 사이에서 '2차 가해' 논란
MBC "현안 얼마나 깊게 파악하고 있는지, 논리적 전개 능력 등 보기 위한 것"
언론개혁시민연대 "명칭 선택하라고 하는 것 자체가 2차 가해 요소 담고 있어"
"기자, 한국사회 소수자 관점에서 세상 바라볼 수 있는 게 가장 큰 덕목"

MBC 사옥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MBC가 신입기자 필기시험 중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성폭력 피해자 호칭을 묻는 문제를 내 '2차 가해' 논란이 일고 있다.

MBC는 지난 13일 MBC 신입기자 필기시험 논술에 다음과 같은 문제를 냈다.

MBC 신입기자 필기시험 논술 문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뒤 성추행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의 호칭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한쪽에서는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지 않았는데 '피해자'란 단어를 쓰면 성추행을 기정사실화 하게 된다"며 '피해호소인' 또는 '피해고소인'으로 칭했다.

반대쪽에서는 "기존 관행과 달리 '피해호소인'이란 말을 쓰는 것 자체가 성범죄 사건에서의 피해자 중심주의에 반하고 2차 피해를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당신은 '피해호소인(피해고소인)'과 '피해자' 중 어떤 단어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가? 그 이유를 논술하라. (제3의 적절한 호칭이 있다면 논리적 근거와 함께 제시해도 무방함)


이 문제는 언론사 시험 준비생 15만여 명이 모인 다음 카페와 직장인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 등을 통해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공채 시험 논제로 2차 가해가 다분한 문제를 낸 것은 물론 해당 문제가 사상 검증 가능성을 품고 있다며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MBC 측은 해당 문제를 낸 배경을 두고 14일 CBS노컷뉴스에 "피해자가 맞는지 피해 호소인이 맞는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핵심은 '왜'다. 평소 현안을 얼마나 깊게 파악하고 있고, 젠더 문제를 얼마나 깊게 이해하고 있고, '피해호소인'이라는 명칭에 문제가 있다면 어떤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보는지 등을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능력을 보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기자는 문제가 있다면 문제점을 비판해야 하고, 객관성을 위해 양쪽 주장을 고르게 듣는 능력이 필요하다. 충실하게 듣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풀어낼 수 있어야 한다"며 "현안을 깊게 증명하는 능력을 보기 위한 문제였다"고 부연했다.

(사진=블라인드 앱 캡처)

 

◇ 문제 자체가 '2차 가해' 요소 담고 있어…"논리만 본다는 주장 문제"

그러나 피해자와 피해호소인 중 어떤 명칭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것 자체가 '2차 가해'를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 성폭력 의혹과 관련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피해자'가 아닌 '피해 호소인' 표현을 사용해 질타를 받았다. 이에 이해찬 당시 당대표는 직접 사과에 나서기도 했다.

피해자 명칭을 놓고 때아닌 논란이 불거지자 공영방송 KBS는 메인뉴스 '뉴스9'를 통해 "KBS 성평등센터 자문을 근거로 '피해자'로 용어를 통일한다"며 "법률적 정의를 떠나 피해가 존재한다는 폭넓은 합의가 현재 공동체에 있다고 볼 수 있고, 과거 여러 사례 등을 봤을 때 피해자라는 호칭을 써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MBC 시험 문제 논란과 관련해 언론개혁시민연대 권순택 활동가는 14일 CBS노컷뉴스에 "피해자가 맞는지 피해호소인이 맞는지를 선택하라고 하는 것 자체가 2차 가해 요소를 담고 있다. 성폭력 사건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피해자의 보호'"라며 "그런데 해당 질문은 성폭력 피해자에게 어떻게 읽힐지, 자신이 당한 사건이 '피해가 아닐 수도 있다'는 전제가 깔린 게 아닌가. 그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이미 한 차례 정리가 된 '피해호소인' 여부 논란을 다시 뒤늦게 끄집어내어 신입기자 공채에 지원한 응시생들에게 질문으로 던지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MBC가 '신입기자'에게 어떤 자질을 묻는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짚었다.

결국 "MBC의 주장이 문제인 이유는 피해자에게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본다는 게 아니라 논리만 본다는 데 있다"는 지적이다.

권 활동가는 "성폭력 사건 등 사회적 약자·소수자 이슈에 있어서 기자한테 필요한 중요한 자질은 감수성과 공감능력"이라며 "만일 MBC가 '박원순 시장 사건 관련해 피해호소인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면서 사회적 논란이 컸다'라는 전제로, 한국 사회에서 왜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는지 등을 물었다면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고들기'는 CBS노컷뉴스 문화·연예 기자들이 이슈 깊숙한 곳까지 취재한 결과물을 펼치는 코너입니다. 간단명료한 코너명에는 기교나 구실 없이 바르고 곧게 파고들 의지와 용기를 담았습니다. 독자들 가슴속 깊이 스며드는 통찰을 길어 올리겠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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