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유튜브 화면캡처)
"어렸을 때부터 일을 해서 저를 성숙하다고 생각하시더라고요. 힘들다고 이야기해도 들어주는 사람도 없었어요." _MBC '다큐플렉스-설리가 왜 불편하셨나요?' 속 설리 인터뷰 중어린 시절부터 연예계 활동을 한 설리. 그렇기에 모든 이의 시선 한가운데 위치했고, 그만큼 힘들고 외롭기도 했다. 그럼에도 표현하고 싶어했고, 자유로워지려 했다.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시선 속에서도 혐오와 차별, 고정관념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 설리를 왜 불편해 했을까.
1994년생인 설리는 지난 2005년 드라마 '서동요' 속 어린 선화공주 역으로 캐스팅돼 배우로 데뷔했다. 지난 10일 방송한 MBC '다큐플렉스-설리가 왜 불편하셨나요?'에서 연출자인 이병훈 감독은 "설리가 연기를 잘했다. 당당하고 밝고 얼굴 전체가 공주처럼 화려했다"고 회상했다.
(사진=MBC 유튜브 화면캡처)
배우 설리가 가수 설리가 된 과정에 담긴 건 어쩌면 세상의 편견과 차별어린 시선이다. 설리의 엄마는 "갑자기 키가 크면서 아역배우로 입지가 애매해졌다"며 걸그룹으로 데뷔하게 된 배경을 이야기했다.
설리와 같은 소속사에 있었던 티파니는 그를 "살아남기 위해서 눈치를 정말 많이 봤던 것 같다"고 기억했다. 큰 키는 외모 지상주의 사회에서 여자 배우에게 단점이나 마찬가지였다.
설리 엄마는 "언니들이 체중계 올라가고 진짜 많이 혼난다던 아이가 어느덧 체중계를 끼고 살게 됐다"며 "초등학교 졸업할 때 갑자기 키가 172cm 넘게 크면서 늘어나는 몸무게 때문에 힘들어했다"고 밝혔다.
설리의 외모, 설리의 말, 설리의 사랑 등 설리의 모든 것이 화제가 됐고 입에 담을 수 없는 비방으로까지 이어졌다. 어떤 누군가에게 설리는 불편하게 보였고, 문란하게 보였고, 기행을 벌이는 것처럼 보였다.
한 예로 노브라 사진을 올린 설리에게 당연하다는 듯이 수많은 악플이 쏟아졌다. 설리는 "브래지어는 내게 액세서리라고 생각했다. 편견과 사고의 틀을 깨고 싶었다"고 말했지만, 그에게 악플을 다는 이들이 듣고자 한 건 설리의 말이 아니었다.
설리를 불편하게 여기던 이들 시선에 담긴 건 여성을 향한, 여성 연예인을 향한 '편견'과 '고정관념'이었다.
실제로 '여성 연예인'들은 책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는 것만으로도, '소녀는 뭐든 할 수 있다(Girls can do anything)'란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누군가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된다. 그렇게 악플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한다. 심지어 살이 쪄 보인다는 것만으로도 악플의 표적이 된다.
(사진=MBC 유튜브 화면캡처)
고정관념이나 편견의 시선과 말에 저항하는 여성 연예인들 목소리는 예민함이 되고, 불편함이 된다. 그 단적인 모습이 연예인이란 이름으로 가장 앞에서 혐오와 차별을 깨나가기 위해 발언하고 행동한 설리를 통해 드러났다. 여성의 저항에 저항하는 목소리는 결국 설리를 힘들게 했다.
설리와 그를 둘러싼 이러한 현실에 대해 티파니는 "어딜 가도 글이 올라오고 사진이 찍히고…. 그저 평범한 데이트를 하러 가고 싶었던 자리였는데 갑자기 화제가 되면 너무 힘들 것 같다"며 "설리는 이제 막 스무 살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표현하고 싶어하고 자유롭고 싶어하는 설리의 용기에 박수 쳐주고 싶다"며 "자신 같은 사람이 있어도 된다며 세상에 질문을 던졌는데 세상은 계속 아니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홀로 세상에 맞서던 설리는 스물다섯 살이던 지난해 결국 세상을 등졌다. 언젠가 설리는 "도와달라고 손을 뻗기도 했었는데 그때 사람들이 잡아주지 않았어요, 제 손을. 그래서 그때 무너져 내렸어요. 말할 곳이 없으니까"라고 말한 바 있다.
설리를 불편해하는 시선과 말속에 담긴 '진짜' 불편함은 무엇이었을까. 정말 '설리'가 불편했던 걸까, 아니면 잘못된 사회적 시선에 불편함을 제기하는 불편함이 불편했던 걸까. 우리가 진짜 마주해야 할 '불편함'은 무엇일까.
계속 설리에게 "아니"라고 한, 설리의 표현에 악플과 비난으로 답했던 세상에 묻고 싶다. 설리가 왜 불편하셨나요?
'다시, 보기'는 CBS노컷뉴스 문화·연예 기자들이 이슈에 한 걸음 더 다가가 현상 너머 본질을 들여다보는 코너입니다. 발빠른 미리 보기만큼이나, 놓치고 지나친 것들을 돌아보는 일은 우리 시대의 간절한 요청입니다. '다시, 보기'에 담긴 쉼표의 가치를 잊지 않겠습니다.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