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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딱지' 누명, 모진 세월 견뎌낸 선생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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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반 만에 첫 복직 전교조 김재균 교사
아이들과 풍물 야영도 불가한 시절부터
박근혜 정부 '법외 노조' 통보로 음지로
청와대 앞 노숙과 삭발, 단식, 삼보일배
현 정부도 하세월…정년 지난 복직자도
"전교조가 일반 노조와 다른 건 참교육"

2016년 2월 29일자로 '직권 면직'된 김재균 교사가 2020년 9월 8일 '직권 면직' 취소 처분을 받았다.(사진= 남승현 기자)

 

터널. 어두운 터널을 뚫고 나왔다. 어쩌면 평생 갇혀 지냈을 수도 있다.

해직. 저마다 고통을 가진 사업장에서 이런저런 사유로 근무를 하지 못한 노동자가 해당한다.

4년 반. '전교조판'에서 30여 년을 지내다 해직된 교사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이렇게 표현해냈다.

"긴 세월 해직의 고통을 가진 분에게는 송구스럽지만, 4년 반 희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지나온 것 같았습니다. 학교가 많이 바뀐 것 같아요.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한편으로는 두렵네요."

2020년 9월 8일은 김재균 교사가 꿈꾸는 세상과도 같았다.

전북교육청은 지난 8일자로 김재균 전 오송중 교사와 노병섭 전 이리여고 교사 등 2명을 임실 관촌중과 부안 서림고로 각각 임용 발령했다.

사립학교인 전주 신흥고에 근무했던 전 전교조 전북지부장 윤성호 교사에 대해서도 '직권면직 취소와 복직처리 안내' 공문을 학교에 발송했다.

김 교사는 새로 부임한 임실 관촌중학교를 둘러보며 과거를 떠올렸다.

창립연도인 1989년 9월 1일 교원 발령을 받고 2주 후 전교조에 문을 두드렸다. 당시만 해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라는 이름도 생소한 단체였다.

"진안 동향중학교에서 교사 일을 처음으로 시작했어요. 전교조 선배와 대화를 하다 보니 '결코 본인의 삶을 위한 게 아니라 아이들 때문에 하는구나'라는 걸 느꼈죠. 그래서 가입했어요."

전교조 전북지부 정책실장이었던 김재균 교사는 청와대 앞에서 노숙과 삭발, 단식, 삼보일배로 투쟁을 이어 나갔다.(사진= 김재균 교사 제공)

 

'불법 노조'라는 딱지에 아이들과 함께 풍물을 하거나 야영도 불가했다.

국민의 정부 1999년 7월 1일 전교조가 합법화가 되고 교원노조법이 시행되면서 비로소 음지에서 양지로 올라왔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2013년 10월 24일 '법외 노조' 통보를 받으면서 전교조는 다시 어려운 길로 들어섰다.

법정 투쟁으로 접어든 2014년 1심 판결에서 패소한 전교조는 2심 가처분 신청이 인용됐는데 2016년 대법원에서 상고와 함께 본안소송에 나선 뒤 가처분 신청이 되지 않았다.

정부는 전교조가 "법외노조"라며 현장 복귀를 명령했고 2016년 2월 29일자로 '직권 면직' 조치가 이뤄졌다.

청와대 앞에서 노숙과 삭발, 단식, 삼보일배로 투쟁을 이어 나간 김재균 교사 등 총 34명이 해직 통보를 받았다.

"교사는 아이들 곁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데 아이들 곁으로 가고 싶어도 못 가는 게 저에게는 가장 힘들었어요. 언제쯤이나 학교에 갈까…"

전국에서 가장 먼저 복직된 김 교사의 올해 나이는 55세다.

교육공무원 정년이 62세인 점을 생각하면 앞으로 학교에 있는 시간은 7년 8개월이다.

복직을 앞두고 한 교사는 해직 기간에 정년이 지났고 두 교사는 내년 2월 정년을 맞는다.

해직 교사들의 삶은 사방으로 마모가 돼 있다.

2016년 말 박근혜 탄핵 국면에서 촛불을 든 시민의 모습을 본 김 교사는 복직의 부푼 희망을 품었다.

권정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 선고를 마치고 김재하 비상대책위원장과 기뻐하고 있다.(사진=이한형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때 공약했고 당선이 되면 전교조 문제가 해결되리라 기대했다.

"박근혜 정부가 잘못하면 문재인 정부가 뒤집어야 하는데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국회의원 선거 결과를 보자며 차일피일 미루면서 핑계만 대는 모습에서 너무 실망스러웠습니다. 대법원의 판결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로 보고 있습니다."

김 교사는 직권 면직과 복직을 처분을 직접 행사한 김승환 전북교육감에게 감사를 표했다.

박근혜 정권 시절 당시 직권 면직이라는 처분을 할 수밖에 없었던 김 교육감의 아픔을 헤아리기도 했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복직 조치된 김 교사에게 전화를 걸어 "힘든 건 훌훌 털고 지금도 잘했지만 더 잘하는 교육행정을 펼쳐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런 김 교사에게 용기를 준 건 가족과 제자들이다.

"간혹 가르쳤던 제자들이 전화나 문자로 '선생님 지지합니다. 선생님은 옳아요. 저를 지탱해 준 힘입니다'고 응원해요. 큰 힘이 됐죠."

전교조가 노조이긴 하지만 일반 노조와는 다른 건 '참교육'이라는 김 교사는 또 하나의 수레바퀴를 밀고 나가는 '참 선생님'의 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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