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철이 없다'는 야당 의원 질의에 맞장구를 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여당 내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진성준 "홍 부총리, 언행에 신중해야", 이상민 "홍 부총리야말로 무대책, 무책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부별심사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사진=박종민 기자)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1일 홍남기 부총리에게 "언행에 신중하시기를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참으로 경솔한 답변이 아닐 수 없다"며 "홍 부총리는 나라 곳간을 책임지는 분이니 재난지원금 지급에 반대하는 소신이 있을 법도 하다. 그렇다면 자신의 논거를 들어 입장을 밝힐 일이지, 분별없는 비난에 동조할 일이냐"고 따져물었다.
이어 "저는 기왕에 2차 재난지원금을 중하위 소득계층에 지급하면 좋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고,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이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국민 지급론을 근거 없이 비난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상민 의원은 "경제환란을 해결할 총책임자 경제부총리의 생각이라기엔 고뇌나 궁휼 의지가 없다"면서 "정말 화급한 상황에 한가하게 국가부채 운운하며 재난지원금에 완고한 홍 부총리야말로 무대책이고 무책임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규민 "홍 부총리, 국민 모독…공식 사과해야", 김원이 "홍 부총리, 논리도 없이 경솔"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홍 부총리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규민 의원은 "1천만 경기도민이 선택한 도지사에 대해 공식적인 자리에서 '철이 없다', '책임감이 없다'라는 식의 발언은 국민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은 것"이라면서 "보편적 지급을 희망하는 과반 이상의 국민들도 철이 없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예결 특위라는 공적영역에서 '철이 없다'는 인신공격적인 발언은 국민을 모독한 것"이라면서 "홍남기 부총리는 공식적으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김원이 의원은 이 문제를 놓고 홍 부총리를 대신해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안일환 기획재정부 2차관을 몰아붙였다.
김 의원은 "기획재정부가 반대한다면 논리를 내놓으면 되는데 논리 없이 '철 없다'는 야당 의원 주장에 대해 홍 부총리가 '그렇다'고 했다"며 "이는 경솔하고 신중하지 못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안 차관은 "부총리께서 하신 말씀에 대해 제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용혜인 "4월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힘들어…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이유 '이해 못 해'"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도 미래통합당 임이자 의원과 홍 부총리의 발언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했다.
용 의원은 "지난 4월,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앞장서 주장했던 미래통합당도 철없는 소리를 한 것인가? 아니면 지금은 미래통합당이 철 들어버린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서민들의 경제 상황은 4월이나 지금이나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이유를 국민들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홍 부총리는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 시급하고 충분한 재정여력도 있다'고 강조한 이재명 지사를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홍 부총리는 전날 '재난지원금을 30만원씩 100번 지급해도 선진국 평균 국가부채 비율보다 낮다'는 이 지사의 주장에 대해 "책임 없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 미래통합당 임이자 의원이 이 지사의 발언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홍 부총리는 특히 임 의원이 "아주 철없는 얘기죠"라고 다시 묻자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 자칫 잘못하면 국민들에게 오해의 소지를 줄 수 있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지난 28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30만원은 50~100번 지급해도 선진국 평균 국가부채 비율인 110%에 도달하지 않는다"면서 국가부채비율이 40%대인 우리나라의 재정여력을 강조한 바 있다
◇이재명 "재정건전성 강조한 것…3차 4차 지급도 불가피"
이재명 경기도지사(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이 지사도 홍 부총리의 발언이 알려지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그는 "정부책임자인 홍남기 부총리님께서 국정동반자인 경기도지사의 언론인터뷰를 확인도 안한 채 '철이 없다'는 통합당 주장에 동조하며 책임 없는 발언이라 비난하신 건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또 언론인터뷰와 관련해 "'지급여력이 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한 건데 이를 '재난지원금을 100번 지급하자'거나 '100번 지급해도 재정건전성이 괜찮다'고 말한 것으로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그러면서 "경제는 꽁꽁 얼어붙을 수밖에 없고 여기저기서 비명이 들려오고 있다"면서 "국가부채 증가를 감수하며 국민 1인당 100만원 이상을 지급한 여러 외국과 달리 국민 1인당 겨우 20여만원을 지급한 우리나라는 2차 재난지원금은 물론 3차 4차 지급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심폐소생술 아끼다 죽은 다음에 후회한들 무슨 소용 있겠느냐"면서 "재정건전성 걱정에 시간만 허비하다 '경제회생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