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강원도 내 한 사립고 교사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자기 자녀의 수업을 다른 교사의 명의를 빌려 맡으면서 성적까지 부여했다는 교육당국의 감사 결과가 나왔다.
강원도교육청은 도내 한 사립고를 감사한 결과 교육과정 운영 부적정,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 허위 입력과 평가 부적정, 방과후학교 운영 부적정 등 사유로 전임 교장과 현 교장, 교사 3명 등 5명에게 중징계를 해당 고교의 학교법인에 요구했다고 31일 밝혔다.
부정행위에 동조하거나 학생의 수업권을 침해한 교사 4명은 경징계를 요구했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A교사는 2018년 3월 자기 자녀 B가 이 학교로 전학하면서 1학년 '음악연주' 과목을 엄마인 자신이 직접 지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음악 전공이 아닌 C교사에게 부탁해 나이스에는 C를 입력하고 실제 수업은 자신과 방과후학교 강사 2명이 하는 것으로 협의했다.
A교사는 학기 말 평가에서 평가 권한이 없는 방과후학교 강사 2명에게 영역별 평가표를 나누어 주고 평가하게 한 뒤, 자신이 작성한 평가표와 함께 C교사에게 주어 나이스에 입력하도록 했다.
그해 2학기에는 자신이 지도하는 동아리 활동 '피아노연주반'에 B가 가입하자 D교사에게 부탁해 담당 교사를 D로 입력하고 수업은 자신이 지도했다.
이 시기는 숙명여고 성적 부정 사건으로 상피제 도입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화하던 때였다.
A교사는 동아리 활동 평가를 위한 특기사항 입력자료 또한 직접 작성해 D교사에게 카카오톡으로 보내 입력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도 A교사는 2018년 동아리 악기연주반 운영 명목으로 보조금 1천850만원을 받아 채용한 방과후학교 강사 2명에게 방과후학교 활동이 아닌 정규수업을 진행하게 하는 등 보조금을 용도에 맞지 않게 사용했다.
이 학교 전임 교장과 현 교장은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고, 허위로 작성한 문서를 결재했다.
2018년 B가 전학 오며 발생한 상피 문제를 해결하고자 인사위원회 규정을 개정하면서 전체 교원회의 개최 없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찬·반 투표로 의견을 수렴하기도 했다.
도교육청은 이 같은 감사 결과를 토대로 A교사 등 5명은 중징계를, 4명은 경징계를 내려달라고 해당 고교의 학교법인에 요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강원지부는 "가장 공정하고 투명해야 할 교육 현장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심각한 비위가 벌어지고 있음에 경악을 금하기 힘들다"며 "도교육청은 해당 고교의 학교법인이 징계 요구를 철저히 이행하도록 감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A교사는 "자녀와 관련해 어떠한 것도 관여하지 않기 위해서 상의 끝에 결정한 방법으로 행정적인 문제는 있지만, 특기사항 같은 것을 써준 적도 없고 자녀의 성적이 우수하지도 않은 등 어떠한 특혜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보조금 용도 외 사용 지적에는 "다양한 악기를 교내 교사가 모두 지도하기 어렵다 보니 방과후학교 교사를 채용해 수업을 진행했으나 관련 조례 등을 명확히 인지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