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미래통합당이 '총선 백서(白書)' 출간을 앞둔 가운데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 정리 부족을 지목해 관심이 쏠린다.
김 위원장은 지난 11일 4‧15 선거 참패 원인을 분석한 총선 백서 초안을 보고 받은 자리에서 탄핵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의 필요성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도층 지지 부족' 주목한 총선백서…김종인은 '탄핵 사태' 사과에 무게통합당 총선백서 제작특별위원회는 백서에서 △중도층 지지 회복 부족 △중앙당 전략부재 △탄핵에 대한 명확한 입장 부족 △막말 논란 등 10가지를 선거 패배 원인으로 꼽았다. 지난 6월부터 출입기자단 대상 설문조사와 낙선자 인터뷰 등을 통해 선거 패배 원인을 분석한 특위는 가장 큰 요인으로 '중도층의 지지 부족'에 무게를 둔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 백서 초안을 보고 받은 후 김 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 탄핵'과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을 직접 거론하며 입장 정리와 대국민 사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위가 분석한 패배 원인과는 다소 결이 다른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된 지난 2017년 3월 10일 오전 안국역 주변에서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특위 소속 한 관계자는 12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 정리 여부는 사실 총선 패배와는 크게 상관이 없다"며 "코로나 사태 속에서 여당이 선거판을 흔드는 와중에 우리당 지도부의 전략 부재로 무너졌다는 게 대다수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특위 관계자도 통화에서 "탄핵 문제는 설문조사할 때도 자주 나온 내용이 아니라서 큰 비중은 없었다"며 "선거 패배에 대한 김 위원장의 개인 소신이 반영된 것 같다"고 강조했다.
백서 제작에 참여한 특위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탄핵 문제가 대두된 것은 대대적인 당 개혁을 추진 중인 김 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親호남‧중도층 향하는 통합당…시한폭탄 '탄핵 문제' 매듭짓기
통합당은 최근 정강‧정책에 '5‧18 정신'을 포함시키고, 전남 구례 등 수해 현장 봉사활동 등 최근 친(親)호남 행보를 비롯한 중도층 표심 확장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할 경우, 이같은 개혁도 모두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김 위원장이 칼을 빼든 것 아니냐는 것이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10일 전남 구례군 오일장을 찾아 침수 피해 복구에 나선 주민을 위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최근 탄핵에 대한 입장 정리와 사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최근 비공개 회의에서 '당이 탄핵에 대해 국민 앞에 진심 어린 사과를 한 적이 있냐'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대국민 사과를 시사하기도 했다.
총선 전 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은 합당 및 보수대통합 과정에서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식으로 탄핵 문제를 정리한 바 있다. 당시 탄핵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는 대신 뭉개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 승리를 위해 이번 기회에 탄핵 문제를 확실히 매듭을 짓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입장 정리와 대국민 사과를 통해 통합당의 잠재적 불안 요소인 탄핵이 재차 거론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여권에선 김 위원장의 이같은 움직임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한 민주당 소병훈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김 위원장을 향해 "개인 차원의 대리 사과, 진정성 없는 보여주기식 사과는 하지 말라"며 "통합당과 보수 세력이 사과할 생각이었다면 벌써 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 입에서 사과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며 "정녕 부끄러움을 느끼신다면 이제 그만 손 떼고 물러나시는 게 진정으로 국민 앞에 사죄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