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소 할머니 "자녀들 전화로 난리…농작물 걱정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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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산초등학교 대피 주민들, 홍수경보 해제로 모두 귀가
역대 최고치 필승교와 군남댐 수위 점차 내려가

경기세무고등학교 임시 대피소(사진=고무성 기자)

 

6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에 위치한 경기세무고등학교 임시 대피소.

강당 겸 체육관인 임시 대피소 앞에는 자원봉사자들이 분주하게 점심 준비에 한창이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인근 주민 31명이 대피해 있었다. 대부분이 노인들이었다.

주민들은 두꺼운 스티로폼 위에 얇은 이불을 깔고 쉬고 있었다. 앞에는 옷과 담요, 비누, 슬리퍼 등이 담긴 응급 구호세트들이 각각 놓여져 있었다. 대피소 왼쪽 구석에는 라면과 구호물품 박스들이 쌓여져 있었다.

한 노부부는 함께 휴대전화로 뉴스특보를 시청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일부 주민은 밤새 잠을 못 이뤘는지 피곤한 기색으로 누워서 쉬거나 잠을 자고 있었다. 앞쪽에는 할머니 6명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기자가 만난 주민들은 다행히 큰 피해를 입지 않았고 다행히 밝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일부 물에 잠긴 농작물 피해를 걱정했다.

50년 넘게 농사를 지은 장모(68) 할머니는 "벼에 물이 좀 들어왔는데 가봐야 알 것 같다"며 "바람이 불어서 참께와 인삼이 다 날아갔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장 할머니는 "(집에서) 안 나올려고 했는데 (파주시) 직원들이 찾아와서 나가야 된다고 해서 피신했다"며 "자녀들도 자기들 집으로 들어오라고 전화해서 난리였는데 동네분들이랑 같이 보냈다"고 말했다.

파주에서 70년째 살고 있는 강모(75) 할아버지는 "어제 사이렌이 울리고 지자체에서 빨리 나오라고 해서 여기 머물고 있다"며 "60년도와 90년도 이후 처음으로 대피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강 할아버지는 "콩하고 고추 피해를 약간 입었다"면서도 "하늘에서 그런 걸 어떡하겠냐"며 웃음 지었다.

◇문산초등학교 대피 주민들, 홍수경보 해제로 모두 귀가

문산초등학교 강당(사진=고무성 기자)

 

경기세무고등학교에서 20km가량 떨어진 문산초등학교 강당에는 인근 주민 107명이 이미 하루를 보내고 모두 집으로 돌아간 상태였다. 강당은 시청과 소방서, 자원봉사자 관계자들, 구호물품들만이 자리를 지킨 채 텅 비어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은 주민들에게 나눠주고 남은 응급구호키트를 상황이 더 안 좋은 경기세무고등학교로 보내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

파주시자원봉사센터 소속 연모(65) 씨는 "언론에서 크게 보도되는 것과 달리 주민들은 다행히 차분했다"며 "상황이 종료된 건 아니지만, (비룡대교 일대의)홍수경보 해제로 주민들이 아침 식사를 하고 모두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6일 오전 임진강 인근인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율곡1리에 시내버스에가 침수돼 있다.(사진=박종민 기자)

 

두 학교를 이동하는 동안 파평면의 한 도로에서는 대부분이 빗물에 잠긴 시내버스가 눈에 띄었다. 인근 율곡습지공원도 완전히 잠겼다. 도로 곳곳은 통제됐고, 포트홀(아스팔트 포장 표면에 생기는 작은 구멍)도 수차례 발견됐다.

전날 오후 인근 학교와 마을 회관 등으로 대피했던 경기 파주와 연천 주민 1466명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임진강 최북단 필승교와 군남댐의 수위가 점차 내려가자 속속 귀가 중이다.

◇역대 최고치 필승교와 군남댐 수위 점차 내려가

전날 오후 8시 10분 13.12m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필승교는 6일 오후 2시 50분 9.38m로 낮아지고 있다.

군남댐도 전날 오후 11시 10분 40.14m를 기록해 계획홍수위(40m)를 넘어섰으나, 오후 3시 기준 37.09m로 내려갔다.

군남댐 유입량은 전날 오후 6시 40분 초당 1만 4478t에 달했지만, 현재 8405.36t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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