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서울은 어쩌다 '천박한' 누명을 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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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MHz (18:25~20:00)
■ 방송일 : 2020년 7월 31일 (금요일)
■ 진 행 : 정관용(국민대 특임교수)
■ 출연자 : 강유정(강남대 교수), 김만권(정치철학자 박사)


◇ 정관용> 매주 금요일 날카롭고 예리한 시선으로 다양한 사회문화 현상들 짚어보는 시간. 강유정, 김만권의 <시선> 코너입니다. 강남대학교 강유정 교수, 정치철학자 김만권 박사 어서 오십시오.

◆ 강유정> 안녕하세요, 강유정입니다.

◆ 김만권> 안녕하세요, 김만권입니다.

◇ 정관용> 오늘 제목, ‘서울은 천박한 도시일까’라는 제목으로 붙여봤습니다. 이해찬 대표가 세종시에서 열린 무슨 세미나 이런 자리에서 이렇게 한 얘기 가운데 이 대목. 천박한 도시라는 표현이 있어서 논란이 됐던 거죠?

◆ 강유정> 그렇죠. 그런데 저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표현이라고 생각을 해요. 어떤 부분에서는 천박한 면도 있죠. 하지만 훨씬 더 견고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서울이라는 도시는 천박하다는 말도 견딜 수 있을 만큼 사실은 견고한 도시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굉장히 얕은 도시한테 이런 말을 하면 휘청휘청할 수 있지만 역사적으로나 그리고 한편으로 어떤 천박한 부분이 있지만 그 뒤에 견디고 있는 어떤 서울의 면모를 보면 충분히 견딜 수 있는. 그러니까 천박하기도 하고 천박하지 않은 면도 있는 도시죠, 사실은.

토크콘서트에서 발언하는 이해찬 대표 (사진=연합뉴스 제공)

◇ 정관용> 그런데 이 대표가 세종시청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한 말을 쭉 인용을 해 보니까 이랬어요. 서울 한강을 배를 타고 지나가다 보면 무슨 아파트는 한 평에 얼마라는 설명을 쭉 해야 한다. 갔다가 올 적에도 아파트 설명밖에 없다. 프랑스 센강 같은 곳을 가면 노트르담 성당 같은 역사 유적이 쭉 있고 그게 큰 관광유람이고 그것을 들으면 프랑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안다. 우리는 한강변에 아파트만 들어서서 단가 얼마, 얼마라고 하는데 이런 천박한 도시를 만들면 안 된다 이렇게 말한 거거든요. 그런데 이 말이 잘못된 말이에요?

◆ 김만권> 잘못된 말은 아니죠. 사실 서울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서울에 사람이 어떻게 살 것인가, 삶을 어떻게 누릴 것인가가 목적이라기보다는 그 주거의 용도가 재산이나 어떤 그런 것들을 불리는 것 자체가 목적으로 된 그런 도시가 되어버렸다 그것이 너무 획일화된 어떤 그런 도시가 되어버렸다라는 점에서 비판점이라고 한다면 저는 충분히 가능한 비판이라고 생각이 들기는 드는데요.

◇ 정관용> 멀리 갈 것도 없이 프랑스에는 강변에 노트르담 성당도 있고 다 있는데 우리는 아파트밖에 없고 평당 얼마짜리 이 얘기밖에 못하는 거 이건 천박합니다 이 말하면 안 돼요?

◆ 강유정> 그렇게 생각하는 저는 사람들이 천박하다라는 말을 사실은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서울이라는 도시 자체가 천박하다기보다 사실 걸어가면 저는 봉준호 감독과 같은 한강이지만 거기에 괴물이 나올 수 있다라는 영화까지 만들었잖아요. 사실은 부재는 한강입니다. 거기에 나오는 주된 OST의 제목도 한강인데 그렇게 상상력을 발전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한강을 따라가면서 집값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들이 몇 퍼센트나 될까. 대개 평범한 사람들은 많이 그렇죠. 그런데 만약에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천박합니다라면 훨씬 더 복잡한 얘기가 됐을 거예요. 왜냐하면 사람에 대한 지칭이 되기 때문에. 그러니까 그런 걸 보는 사람이 천박하다는 얘기인데 저는 한편으로는 서울이 만원이다라고 얘기한 이호철 작가 얘기를 들자면 그게 1966년이었어요. 벌써 거의 60년 전에 서울에 자리가 다 찼다라고 얘기하는 겁니다. 더 올 데 없다, 만원버스처럼 만원서울이다. 그다음부터는 결국은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이전투구가 있을 수밖에 없다라는 얘기를 벌써 60년 전에 했던 건데 그때 인구가 아시다시피 380만 명밖에 안 됐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1000만 가까이 되어 있잖아요. 1000만 넘었다가 조금 줄었다고 알고 있는데 1000만 도시인데 인구가 3배가 됐고 여기에 사실은 이 천박함이라는 얘기는 대한민국의 많은 욕망들이 결국 결집되는 장소가 서울이라는 얘기지 공간 자체가 천박하다라는 얘기는 저는 아니라고 여겨져요.

◆ 김만권> 그리고 실제 여기 저도 천박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떤 면에서 천박하다고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모든 도시는 천박한 측면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이 들기는 들거든요. 그런데 제가 봤을 때는 이제 거기서 천박하다는 측면은 어떤 뭐라고 해야 될까요? 재산의 가치로 사실은 이웃에 담장을 치고 그리고 그 재산의 가치로 사람들을 차별하는 그런 현상들이 사실 서울에서 나타나기 시작했었잖아요. 그런 측면에서는 저 같은 경우에는 천박하다라고 충분히 부를 수 있다, 재산의 가치로 사람을 차별한다는 점에서. 부를 수 있다라는 생각은 들고요.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또 어떻게 생각이 좀 드냐 하면 서울 같은 경우에는 저는 좀 이제는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유학 경험이 있었는데요. 한 10년 제가 바깥에 나갔다 왔는데.

◇ 정관용> 어디에 있었어요?

◆ 김만권> 제가 뉴욕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올 때마다 제가 느낀 게 뭐냐 하면 서울이 많이 바뀌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 정관용> 엄청나게 바뀌죠.

◆ 김만권> 정말 그리고 빨리빨리 바뀌는 게 겉모습만이 바뀌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인식, 태도 이런 것들도 많이 바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리고 외부인에 대한 폐쇄성 같은 것들이 사실 제가 유학 갈 무렵만 해도 상당했던 것 같거든요. 그런데 지난 한 십몇 년간 정말 외부에 대한 개방성도 엄청나게 늘어났던 것 같고요. 그런 측면에서는 서울도 우리가 흔히 말하는 코스모폴리탄시티라고 하나요. 이런 것으로 적응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 정관용> 그럼요. 세계의 대표적인 코스모폴리탄의 하나죠.

◆ 강유정> 그런데 없는 게 뭐냐 하면 가령 저는 뉴욕 하면 데이비드 호크니라든가 혹은 피츠제럴드 소설들이 떠올라요. 그런데 우리는 그런 보존을 너무 안 하고 개발 위주로 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가령 내셔널트러스트라는 제도 같은 걸 이용해서. 이게 뭐냐 하면 국가의 주요한 자산이 될 수 있는 주요한 작가들의 생가라든가 아니면 그들의 작품의 배경이 된 곳을 보존한다거나 이러면 아마 우리도 그런 가치들을 존중할 텐데 지금 그런 곳들이 다 전부 다 거의 재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다 없어졌고이게 욕망과 정책의 대결이 됐을 때, 가령. 그 땅을 보존해서 공원으로 만든다거나 혹은 역사적 유적지로 만들 것이냐. 주변 시민들한테 이걸 아파트라든가 재건축을 해서 지가를 높일 것이냐라고 얘기했을 때 우리의 선택은 언제나 지가를 높였다라는 점에서 이 천박함이라는 사실은 돈으로 가치를 따진다는 것 이상으로 우리가 기억할 수 있는 서울의 문화적인 유산이라는 것들이 얼마나 보존돼 있느냐를 따지기 시작하면 정말 사실 할 말 없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 김만권> 저는 그거 좀 할 말이 있긴 있는데요.

◇ 정관용> 말씀하세요.

◆ 김만권> 저는 어떤 생각이 좀 드냐 하면 뉴욕이나 아니면 파리나 런던을 보면 여기가 메트로폴리스, 근대적 메트로폴리스로 발전한 것은 19세기 중반부터거든요. 그러면 아주 오랜 역사가 우리보다 100여 년은 더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 같은 경우에는 메트로폴리트라는 역사가 1960년대부터 거의 50년 안에 압축적으로 이루어졌는데요. 특히 우리 같은 경우에는 런던이나 아니면 이렇게 파리 같은 경우에는 원래 제국주의의 중심이었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또 역설적으로 어떻게 보면 제국주의가 만든 식민지 역사가 또 일부 있었잖아요. 그 과정 속에서 우리가 그걸 극복하는 과정 속에서 저 같은 경우는 무엇을 보존할 것인가. 무엇을 남길 것인가는 사실 정치적 합의가 있어야 되는데 역사적인 혼란 속에서 이런 이러한 정치적 합의가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무엇을 보존하고 무엇을 지킬 것인가에 대해서 우리가 제대로 선별해내지 못했다라는 그런 생각도 들어요.

◆ 강유정> 저도 그게 안타까운 거예요.

◇ 정관용> 급속한 변화는 항상 그럴 수밖에 없어요. 천천히 변화해야 지키는 거에 대한 합의도 만들고 하죠.

◆ 강유정> 봉준호 감독의 외할아버지가 박태원이잖아요. 박태원이 천변풍경이라는 소설을 썼단 말이죠. 이 천변이 청계천변 아닙니까? 얼마나 지금 많이 바뀌었어요. 이게 사람들의 합의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고가도로가 있었다가 사라지고 그리고 이런 모든 것들이 지금 천변풍경을읽으면 상상을 하면서 읽어야 되는겁니다. 그렇다면 뭔가 지표라도 남겨서 이걸 전달 해주는 어떤 역할이라든가. 가령 제가 문학적으로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세운상가에 대한 소설을 쓴 게 황정은의 백의 그림자라는 소설이 있고 그리고 노량진에 대해서 김애란 작가가 건너편이라는 소설을 썼는데 이런 것들을 생각해 보면 나중에는 우리가 한 10여 년, 20년 지나면 이건 소설로만 남아 있지 흔적이 남아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라는 거죠. 한편으로는 이걸 보존해야 된다라고 생각했을 때 거의 정책적으로 밀어붙이지 않으면 동의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이 들고 저는 김현옥 시장이라는 분이 계시잖아요.

◇ 정관용> 불도저 시장.

◆ 강유정> 그렇죠. 그게 어떤 점에서는. 근대화, 서울의 이미지를 만드는 너무 좀 잘못된 첫 단추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도 좀 듭니다.

자료사진 (사진=박종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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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관용> 그러니까 이제 제가 말한 것처럼 급속한 변화. 그것도 또 군사 독재정권 시의 급속한 변화. 그거는 반대하는 의사도 없고 그냥 하라면 하는 식의 변화. 그런 변화들이 서울을 굉장히 망쳤죠, 솔직히 말해서. 그래도 그나마 지난 한 2000년대 이후에는 우리 녹지공간도 많이 생겨나고, 과거보다도. 과거 런던의 하이드파크, 뉴욕의 센트럴파크. 이런 게 가장 부러웠던 거라면 못지않게 이제 한국도 서울도 도심 한복판에 큰 공원들도 생기고 고궁들도 좀 새단장을 하고. 무엇보다 런던이나 뉴욕에는 전혀 없는 산이 있잖아요, 산이. 북한산, 관악산 이게 그러니까 한복판에 있잖아요.

◆ 김만권> 그리고 도시 한가운데를 흘러가는 커다란 강. 정말 보기 힘듭니다.

◆ 강유정> 저는 무엇보다 자꾸 골목이 사라지는 게 너무 아쉬워요. 이 골목이라는 게 사전적 의미로 따져보면 건물 사이나 뒷면에 형성된 길이라는 의미인데 이 골목이 있음으로 인해서 사람 사는 동네가 될 수 있는 그리고 재미있는 제가 글을 읽었는데 도로폭이 4m가 되지 않으면 도로가 아니라서 공사를 하거나 집을 짓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런 데 집을 지어놓으면 차가 못 들어가기 때문에 정말 사람들만 다니는 곳이 되는데 지금은 일부러 집을 무너뜨리고 4m 도로를 만들어낸다라는 거죠.

◇ 정관용> 4m 도로 없으면 집 짓는 건축 허가가 안 나요.

◆ 강유정> 그러니까 그래서 지금 그런 곤란함을 얘기하는 건축사들의 이야기였는데 한마디로 이제 우리가 자주 가는 핫플레이스들이 가만 보면 다 골목을 끼고 있거든요. 이 골목을 끼고 아까 말씀하신 뉴욕도 결국은 골목이기 때문에 건너갈 수밖에 없고 무단횡단도 할 수 있고 이런 것들인데 서울이 천박해지는 가장 큰 이유들은 한편으로 이렇게 골목이라는 것들을 사람들이 지킬 생각이 없이 저는 가장 아쉬운 것 중에 하나가 그래서 피맛골 사라진 것이 제일 아쉬운 것 중에 하나예요. 그 역사도 너무 재미있잖아요. 양반네들이 지나가는데 귀찮아서 사람들이 뒤로 돌아가기 시작한 건데 이런 골목들에 대한 어떤 애정 같은 것도 떨어지는 게 서울이 좀 너무 밋밋한 얼굴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

◇ 정관용> 한양 시절로 가면 이게 600년이 도시잖아요.

◆ 김만권> 엄청난 역사가 있는 도시죠.

◇ 정관용> 바로 그 때문에 서울의 최대 장점은 오래된 것과 산이에요. 제일 흉물은 마구잡이로 지은 아파트예요.

◆ 강유정> 맞습니다.

◇ 정관용> 그런 거 아니에요?

◆ 김만권> 실제 아파트가 골목을 없애는 데도 엄청나게 기여를 많이 했거든요. 개발이 되면서 대단지 아파트를 만들면 골목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되는 현상이 나타나서 어떻게 보면 아파트 개발이 정말 그런 우리가 알고 있는 좀 소중한 문화들이 사라지는 데 상당히 많이 기여했다고 해야 되나요? 원인이 되었던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제가 보니까 우리 서울의 주거형태를 보니까 42. 2%가 아파트에 살고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지금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라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아요.

◆ 강유정> 그러니까요. 처음에는 제가 예전에 영화 <돼지꿈>이라는 영화에 안성기 씨가 출연하고 있는데 아주 소년으로. 문화주택에 대한 얘기예요, 문화주택. 그때만 해도 아무리 인구가 늘더라도 주택의 양식으로 그래도 좀 더 주거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건데 지금은 주택이 선택이 아니라 조금은 살기에 너무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서 보통의 삶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다시 말해서 서울시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기 바쁜 사람들인데 여유가 없기 때문에 선택이 자꾸 밀리는 한편으로는 수요가 떨어지는 주거형태가 되고 있으니 점점 더 많은 아파트를 요구하게 되고 그래서 그게 결국은 한편 되돌아가기가 힘들 정도로. 이제는 아파트 외 주거시설에 한다는 것 자체가 상상이 안 되는 정도까지 상상이 안 되는 정도까지 바뀌어버려서 이제는 아파트 탓이라고 말하기에도 되돌아가기에 너무 멀리 온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 정관용> 오늘 우리가 이해찬 대표의 발언 처음 시작한 게 “한강변 유람선 타고 다니다 보면” 이러다가 시작한 거잖아요. 그것도 전두환 정권 때 그렇게 모양이 갖춰진 겁니다. 강북 강변도로 올림픽대로로 한강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다 막아버린 거예요.

◆ 강유정> 고수부지라는 게 생겼죠.

◇ 정관용> 그러니까요. 그냥 인공적으로 자동차 전용도로로 한강과 사람들 사이에 엄청난 간격을 만들어놓은 거예요. 그래놓고 그 주변은 전부 아파트로 그냥 채운 거거든요. 그런데 우리가 외국의 멋진 도시들 강변을 보세요. 떠올려보세요. 강변에 가까이 갈 수 있고 조그만 공원이 있고 바로 거기 카페가 있고 조금만 더 가면 골목이 나오고 이렇게 연결이 되는 거 아닙니까? 걸어서, 걸어서.

◆ 강유정> 골목이 있어서 걸어갈 수 있어야 되는데. 사실 예전 영화 보면 강수욕을 하거든요. 해수욕이 아니라 강에 가서 모래사장에서 하고 사실은 한명회가 압구정을 지은 이유도 워낙 모래가 좋고 거기가 강이 가깝기 때문에 자신이 정자를 지었을 텐데. 그러니까 지금은 말 그대로 고도개발이라든가 혹은 차가 다니기 더 쉬운 도시가 되어버린 게 서울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는데 게다가 최근에 약간 사람들이 놀리죠. 사우론의 탑 아니냐라고 얘기하고 있는 게 뭐냐 하면 바로 잠실에 굉장히 높게 올라간 빌딩이 하나 더 있는데 곧 삼성동에도 하나 더 높게 올라가면 이게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두 개의 탑 아니냐고 사람들이 농담을 할 정도인데 어떤 점에서 이렇게 수직상승적인 건물로 우리 도시의 랜드마크를 만들려는 현상 자체는 사실은 50년대에 끝났어도 되는 문제라는 거죠.

◇ 정관용> 전 세계 어느 도시를 가도 초고층빌딩 필요합니다. 그럼 초고층빌딩 구역이 따로 있어요. 이건 하나도 없다가 갑자기 혼자 백몇십 층? 이런 걸 허가하는 그런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 강유정> 그러니까요. 그래서 저는 되게 좋아하는 소설 구절 중의 하나가 이제 설국인데 기차를 벗어나자마자 눈의 공간이었다라는 건 수직적으로 이동해서 눈을 보고 다른 곳에 왔다. 이제는 저희는 서울에 왔다를 뭘로 아느냐 가만히 생각해 보면 바로 그런 백몇 층 건물이 보이는 걸로 서울에 왔음을 인식한다면 이건 정말 퇴보하는 거다, 말 그대로. 이곳이 서울의 정말 대표얼굴이 돼도 되는가 이런 얘기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김만권> 저는 그런 것 같아요. 우리가 어떤 큰 욕망을 몰아넣고 있는 것 같아요. 부와 문화적 자원을 그걸 채워넣고 다 몰아넣잖아요. 여기에 가면 다 그것을 만날 수 있다라는 식으로 보여주는 잘못된...

◇ 정관용> 혹시 두 분 기억하세요? 남산변에 있는 아파트 폭파시킨 장면.

◆ 강유정> 그렇죠. 저는 기억합니다.


◇ 정관용> 기억하시죠? 얼마 전이에요. 그리 오래도 안 됐죠?

◆ 강유정> 맞습니다.

◇ 정관용> 그게 이제 남산의 전망을 해치던 아파트. 잘못 허가난 거 이제 이건 없애버리자 그랬잖아요. 그것보다 훨씬 큰 하얏트호텔은 왜 안 없애요?

◆ 강유정> 그게 아마...

◇ 정관용> 그러니까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다니까요. 조망 확인하자, 환경 보호하자라는 운동도 한편에는 있어요. 그러면서 또 백몇십짜리를 턱턱 이상하게 허가를 내주고요. 참 이상한 도시예요.

◆ 강유정> 그러니까 한국에 전통적으로 차경이라는 표현을 쓰더라고요. 경치를 빌리는 걸 부의 권세로 삼았다고 하고 일본인들은 조경. 말 그대로 경치를 만들었고 경치를 만들었고 그리고 영국은 언제나 뒤뜰에 얼마나 많은 정원을 가지고 있느냐가 자신의 삶의 수준이라면 고층아파트를 비롯해서 한강변은 결국은 한강을 차경하고 싶은 한국인만의 독특한 어떤 욕망이 또 한강변 아파트에 대한 굉장한 로망을 낳고 이 욕구가 결국은 가격을 올리게 되는 건데 그래서 제가 지금 말씀드리지만 그 욕구가 되게 오래된 사실 역사적 DNA이기도 하기 때문에 쉽게 잡히지는 않을 거라는 거죠. 쉽게 잡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버려둘 문제인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 김만권> 저는 사실 이게 철학적인 이야기이기는 한데요. 저는 서울을 볼 때마다 근대라는 의미가 가장 잘 실현된 곳인 것 같아요. 원래 전통과 근대의 의미가 뭐냐 하면 전통은 낡은 것, 근대는 근대라고 해서 모더니티라고 해서 새로운 것이라고 구분하는 이분법이 생겼었거든요. 그런데 이 모더니티, 새로운 것이라는 것에 이 근대가 갖고 있는 가장 큰 문제가 뭐냐 하면 자기가 만들어낸 것을 계속 폐기시켜야만 새로워질 수 있어요. 그래서 우리가 지금 근대화 욕망이라는 것들을 아까 이야기했었잖아요. 그것 때문에 도시에 건물을 계속 쌓아올렸는데 이걸 30년, 40년 만들면 다 무너뜨리고 또다시 새로운 건물을 더 높이 쌓아올리는. 그런 점에서 제가 봤을 때는 이 근대적 욕망이라는 것들이 가장 잘 작동하고 있는 공간이 서울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 정관용> 불과 30년밖에 안 된 멀쩡한 건물을 안전진단을 해 봤더니 조금 위험하다고 안전진단 우리가 통과했습니다. 그 통과가 뭐냐 하면 안전하다는 게 아니라...

◆ 강유정> 안전하지 않다.

◇ 정관용> 불안전하니까 우리 재건축해야 됩니다라고 이걸 경축이라는 플래카드를 거는 참 어처구니없는 모습이 펼쳐지는 곳입니다. 저는 좀 서울의 굉장히 천박한 모습만 많이 얘기하는 것 같은데. 아까 얘기했잖아요. 산이 있고 고궁이 있고 이건 참 서울만이 갖고 있는 또 장점이다. 한마디로 서울은 어떤 도시다. 강 교수.

◆ 강유정> 저는 흉터를 화장으로 잘 가린 얼굴이다.

◇ 정관용> 김만권 박사.

◆ 김만권> 저는 욕망의 파열음이라고 하겠습니다. 저는 여기에 부, 권력 그다음에 문화적 자본이 다 몰려 있잖아요. 저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욕망들이 정말 대한민국 욕망이 다 몰려 있는 곳 같아요.

◇ 정관용> 다 몰려서 파열음을 낸. 그래서 그렇게 난 상처를 화장으로 감춘.

◆ 강유정> 그렇죠.

◇ 정관용> 그런 거네요.


◆ 강유정> 맨 얼굴을 보면 흉터가 많습니다.

◇ 정관용> 두 분 다 별로 서울을 그렇게 사랑하지 않는군요?

◆ 강유정> 아니에요. 너무 사랑해요.

◇ 정관용> 그래요. 여기까지 할까요? 김만권 박사, 강유정 교수, 고맙습니다.

◆ 강유정> 감사합니다.

◆ 김만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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