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윤석열의 운명' 사필귀정인가, 토사구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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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오 칼럼]

기로에 선 '슈퍼 검찰총장 시대'…자초한 측면도 커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지검장 및 선거 담당 부장검사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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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필귀정(事必歸正), 인과응보(因果應報), 토사구팽(兔死狗烹)

윤석열 검찰총장과 문재인 정권과의 관계는 위 3개 고사성어로 요약될 수 있다.

'우리 윤석열 총장'이라던 검찰총장이 검찰 개혁을 스스로 자초한 인물이 됐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조국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 등과 관련하여 권한을 과도하게 행사했다는 지적에서 보면 '인과응보'(원인과 결과는 서로 물고 물린다)로 해석할 수 있다.

검찰총장은 모든 수사에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장은 매주 한 차례씩 총장에게 직접 대면 보고를 하며 상의하고 지침을 받는다.

전국 지검과 지청들도 특정 사건·사고 수사를 할 때 대검찰청에 보고를 하고 지침대로 구속영장 청구·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조형물에 건물이 투영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검찰은 검찰총장의 권한이 절대적인 조직으로 출입 기자들은 '흡사 조폭조직과 비슷하다'고 평하기도 할 정도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청와대(민정수석)가 검찰의 각종 수사에 대해 관여하지 않으면서 검찰총장의 권한은 '무소불위'에 가까웠다는 것이 대검 주변의 얘기다.

그 중심에 윤석열 총장이 있다.

수사는 검찰총장이 주도하더라도 인사권은 법무부와 청와대, 검찰총장이라는 삼분지계를 이뤘으나 지난해 7월 윤석열 총장 시대가 개막되면서부터는 인사 역시 윤 총장 주도로 이뤄졌다.

한동훈 검사장(오른쪽)과 윤 총장(왼쪽).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한동훈 검사장을 비롯해 윤 총장의 측근들(2200여명의 검사 가운데 1~2%)은 지난해 7~8월 인사에서 검찰의 요직을 독차지하다시피 했다.

결국 조국 전 법무장관 가족에 대한 수사로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기 전까지는 윤석열 천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추미애 법무장관 등장 이후 인사와 수사를 놓고 갈등과 충돌을 반복됐다.

특히 윤 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 연루됐다는 '검언 유착' 수사 과정에서 정점에 달했다.

급기야 검찰총장의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의 권고안이 27일 나왔다.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김남준)는 이날 검찰총장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비검사도 총장에 임명할 수 있도록 하라는 권고안을 제시했다.

검찰총장의 구체적 수사지휘권은 폐지하고 각 고등검사장에게 분산할 것, 고등검사장의 수사지휘는 서면으로 하고 수사 검사의 의견을 서면으로 들을 것을 포함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전체회의에서 긴급 현안질의를 받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또한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는 고검장에게 서면으로 하되 사전에 고검장의 서면 의견을 받도록 권고했다. 불기소 지휘는 원칙적으로 금지하도록 했다.

검찰총장 임명에 관해선 "현직 검사에서만 검찰총장을 임명하는 관행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이어 "검찰총장의 임명 자격이 다양하게 규정돼 있는 검찰청법 제27조를 고려해 판사, 변호사, 여성 등 다양한 출신의 명망 있는 후보 중에서도 검찰총장을 임명하라"고 덧붙였다.

검사 인사 시 검찰총장이 검찰인사위에 서면으로만 의견을 내도록 권고한 것에 대해서는 "검찰 인사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고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 검사 보직 인사와 관련한 갈등을 방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추미애 법무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주권재민 원칙에 따라 선출된 권력인 대통령을 정점으로 임명받은 장관으로서 정치적 책임을 지는 입장에서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이 법무부에 추미애 법무부장관(왼쪽)를 예방 하기 전 관계자와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추 장관은 "검찰 권한은 막강하다"며 "수사, 기소, 공소 유지, 영장청구권까지 갖고 있어 견제 받을 필요가 있다"며 민주적 통제를 위한 수사 지휘권 유지 필요성을 강조했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권을 규정하고 있는 검찰청법 8조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윤석열 총장의 수용 여부와 관계없이 검찰총장의 권한이 축소될 수밖에 없어 '슈퍼 파워' 검찰총장은 윤석열 총장 시대로 마감하게 될 것 같다.

지검장과 차장 검사, 지청장, 부장 검사들의 권한과 판단이 앞으로 중요해짐으로써 검찰총장에게 집중됐던 권력이 분산되는 효과가 나타날 긍정의 소지가 있다.

반면, 일선 검찰청의 무리한 실적주의와 인권 경시 풍토가 우려되는 부정적 영향도 있을 것이다.

그럴지라도 검찰총장 한 사람에게 쏠린 작금의 검찰총장의 권한은 너무 비대해 조정하는 것이 시대 조류에도 어울린다.

처음에는 그릇된 것처럼 보였던 일도 결국에는 모두 바르게 돌아간다는 뜻의 '사필귀정'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윤 총장이 스스로 부른 권한 축소의 결과이기도 하다.

윤 총장은 선출된 권력(대통령)에 의해 주어진 권한을 백 퍼센트 쓰다가 그 칼이 자신과 조직을 겨냥하게 된다는 권력의 생리를 간과했다.

법과 원칙에 따라 '국민만 보고 간다'는 윤석열의 수사 원칙은 박근혜·이명박 정권에 대한 '적폐청산' 수사에서나 통용될 뿐, 조국이라는 문 대통령의 최측근을 겨냥할 때는 어떤 일이 빚어질지를 놓쳤다.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수사가 현 정권을 위한 것'이라는 윤 총장의 발언은 동지애로 끈끈한 정권 실세들에게 먹혀들 여지가 없었다.

윤 총장은 그들과 신뢰가 없으면서도 검찰 시각에서 그들을 판단했고, 실세들을 너무 몰랐다.

필요할 때 요긴하게 써 먹고 쓸모가 없어지면 가차 없이 버린다는 '토사구팽'이라는 고사성어를 반추하지 못했다.

적폐 청산 명문으로 휘둘러댔던 칼날이 결국 자신과 측근들을 향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박종민 기자)
윤 총장은 자신이 맞서면 추미애 장관이 물러서고, 국민의 지지에 힘입어 검찰지휘권이 살아날 것으로 판단했을 수 있으나 너무 안이했다.

윤 총장이 박영수 특별검사 밑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훌륭하게 수행했을지라도 현 정권의 핵심 그룹에겐 윤 총장이 정권의 공신이라는 의식은 없다.


현재 검찰 내부에선 윤 총장에 대한 여론이 별로 좋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운영을 정치화했으며 측근을 과도하게 챙긴 나머지 대부분 검사들의 소외의식을 심화시켰다는 것이다.

한동훈 검사장이 수사심의위원회에서 "지금의 광풍의 시대"라며 "추미애 장관이 날 구속하려고 해도, 억울하게 감옥 가도 이겨내겠다"고 한 발언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번 주에 발표될 검사장급 고위직 인사는 윤석열 총장에게 좌절을 안길 것으로 예상된다.

고난을 받는 듯한 모습은 윤 총장에 대한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안개와도 같은 대선 후보 지지율이 윤 총장의 안목과 평정심을 잃게 하지나 않을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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