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10시 20분쯤 부산역 인근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가 침수돼 3명이 숨졌다. (사진=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방송사들의 지역 편향적 재난 보도에 시청자들이 분노하고 있다. 부산 물난리 보도를 통해 지역 재난 상황마다 불거진 '서울공화국' 논란이 재점화된 모양새다.
지난 23일 시간당 80㎜ 물폭탄이 부산에 쏟아졌다. 폭우로 인한 침수로 곳곳에서 인명사고가 발생했지만 지상파 3사, 보도전문채널 등 재난방송을 필수 송출해야 하는 방송사들이 이를 외면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KBS 게시판에는 24일 현재 이에 항의하는 시청자들 청원글이 대거 올라와 있다.
'부산에서는 수신료 받아가지 마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쓴 시청자는 "재난전문 방송사라던 KBS. 지금 부산 비 와서 거의 모든 도로 침수되고 건물로 비가 다 들어차는데 뉴스에서 한두 꼭지 하다가 만다. 수신료의 가치 전혀 하지 못하는데 왜 강제 징수하나"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시청자 역시 재난 상황에 아무런 뉴스특보가 없었다며 KBS 보도 행태를 정면 지적했다.
그는 "공영방송 KBS 전국민 수신료 받으면서 부산 물난리 났는데 뉴스 속보도 특보도 없이 천하태평하다"면서 "부산 시민들이 커뮤니티에 사진 올리고 나서 한참 뒤에야 기사 내는 척 하는 거 보니 속 터진다. 수신료 받는 KBS는 먼저 앞장 서서 보도해 국민들 알게 해줘야 하는거 아니냐"고 일침을 놨다.
서울 등 인구가 집중된 수도권 지역과 비수도권 지역의 재난 상황에 대응하는 방송사들의 온도 차도 도마 위에 올랐다. 포항 지진, 강원 산불 등 앞선 큰 재난에서도 이들 방송사는 주목도가 낮은 지역이라 보도를 소홀하게 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이번에는 뉴스속보 속 자료화면에도 이 같은 지역 차별이 엿보인다는 주장이다.
한 시청자는 YTN의 뉴스속보 중 서울과 부산 자료화면을 비교했다. 이 시청자가 올린 속보 장면을 보면 부산의 경우 독자가 제보하거나 SNS에 올린 동영상들이 대다수다. 이와 반대로 서울은 직접 기자가 현장을 취재한 깨끗한 영상으로 심각한 호우 피해를 전하고 있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역시 서울공화국'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공화국'은 대한민국 전체가 아닌 '서울'이 곧 국가라는 뜻이다. 어떤 일이든 서울에만 관심이 쏠리면서 지역은 소외되는 현상을 빗댄 신조어다.
각 지역마다 방송국을 두고 있는 지상파 3사에는 재난보도 시스템에 대한 의문이 쏟아졌다. 지역 방송국들의 부실 취재는 물론이고, 이런 상황에서는 지역 방송사들이 재난방송을 주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한 시청자는 "지역 방송국도 키우고 재난 일어나면 그 방송국 위주로 운영하면 안 되나. 정 그게 안 되면 지역 채널에서는 무조건 지역 방송국에서 재난방송을 계속 내보내야 하는 거 아니냐"라고 했다.
또 다른 시청자도 "각 지역마다 지상파 3사 방송국이 있는데 왜 아직도 서울에 본부를 두고 있는 각 지역 방송국들이 촬영·보도를 재난상황에서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지, 그런 체계가 아직도 세워지지 않은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