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 문화' 문화재 등재됐지만…정작 보존·계승은 '더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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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7-2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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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동해안 해녀들의 이야기④]
문화적 가치 높지만…해녀 지속성에는 '빨간불'
후계양성 힘쓰는 제주…강원은 계승 방안 '전무'
강원, 해녀 관련 통계자료도 제대로 축적 못해
전문가 "문화 보존·계승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해녀 문화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지 올해로 3년째다. 해녀들의 삶에는 변화가 있었을까. 지방도시 인구소멸 위기까지 나오는 강원 지역에서 해녀들의 고령화도 궤를 같이하고 있다. 해녀들이 고령화하면서 매년 안타까운 사망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강원영동CBS는 해녀들의 삶을 조명해 보고, 보존·계승 움직임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짚어보는 연속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르포]"청춘아, 내 청춘아"…오늘도 물질 나가는 해녀
②"물질 후 탈의실도 없어"…열악한 환경 속 해녀들 '한숨'
③갈수록 찾아보기 힘든 강원도 해녀…최근 7년간 추이는?
④'해녀 문화' 문화재 등재됐지만…정작 보존·계승은 '더뎌'
(끝)
강원 동해안 해녀들(사진=유선희 기자)

 

국가무형문화재로 '해녀 문화'가 이름을 올린 게 무색하게 현실에서 보존·계승 움직임은 더딘 수준이다. 이대로 손을 놓고 있다가는 자연 감소로 인해 '살아있는 문화'가 아닌 박물관에서 '박제된 해녀'를 만나보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문화적 가치 높지만…해녀 지속성에는 '빨간불'

전 세계에서 해녀는 한국과 일본에만 있는 유일한 직종이다. 다만 일본에는 해녀보다 해남(男)이 더 많다고 알려졌다. 한국에서 나잠어업을 하는 이들은 해녀가 압도적으로, 여성들이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어 '연대'한다는 독보적인 특징도 있다.

게다가 해녀들은 일반 어선어업과 달리 '전통'적인 방식으로 물질을 한다. 해녀들은 자신의 호흡에 의지해 바닷속에서 수산물을 채취한다. 깊게는 수심 10m 이상씩 들어가기도 한다. 맨몸으로 이뤄지다보니 바다 적응력과 체력, 의지가 관건이다.

강원 고성 거진읍에서 물질을 하는 해녀들로, 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황금자(74), 김영옥(62), 김순녀(74) 해녀.(사진=유선희 기자)

 

그러나 전국의 대다수 해녀들의 연령은 평균 70세 이상으로 점점 고령화하고 있다. 50년 이상 물질을 한 베테랑들이 많지만, 고령화로 사고 위험에 노출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동해안에서는 매년 해녀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70세 이상에서 80% 넘게 사고가 발생한다.

고령화는 가속화하는데 후손이 제대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해녀가 자연 소멸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해녀의 일이 고되기도 한데다가 3D 업종처럼 인식되면서 제대로 계승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지구 온난화로 인한 환경 변화, 제한된 시장 판로 등은 해녀의 지속가능성을 가로막는 악조건이다.


무형문화재 등록 등 해녀의 문화적 가치는 높아졌는데, 정작 해녀들의 삶은 큰 변화가 없거나 더 암울한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후계양성 힘쓰는 제주…강원은 계승 방안 '전무'

제주도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에서 한 해녀가 물질한 해조류를 말리고 있다.(사진=유선희 기자)

 

해녀 문화를 보존·계승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지자체는 제주도다. 제주도는 지난 2016년 11월 '제주 해녀'가 유네스코인류무형문화에 등재된 이후 2017년 해녀문화유산과를 신설했다. 해녀 전담 부서를 세운 셈으로, 이곳에서 해녀와 관련한 현황파악, 지원 정책 등을 담당하고 있다.

가장 눈여겨 볼 대목은 해녀 양성을 위한 학교 운영이다. 제주도에서는 지난 2008년 문을 연 한수풀해녀학교와 2015년 개교한 법환해녀학교 등이 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에서 지원을 받아 운영된다. 이들 해녀학교에서는 실제 직업해녀들을 배출하며 후계 양성에 힘쓰고 있다.

한수풀해녀학교는 지난 2019년까지 625명의 졸업생을 배출했고, 이중 20여 명이 현직 해녀로 활동하고 있다. 또 법환해녀학교에서는 지난해까지 150명이 졸업했고, 30여 명이 직접 물질에 나서며 해녀로 일하고 있다. 점차 사라져가는 해녀 문화를 젊은 세대에 전수하고, 실제 해녀일을 이어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제주도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의 한 어촌계 건물로, 해녀 벽화가 그려져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사진=유선희 기자)

 

이에 반해 강원도는 물론 동해안 각 시·군에서 해녀와 관련한 정책으로 볼만한 내용은 없다. 해녀와 관련한 전담 부서도 마련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관련 통계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않고 있다.

해양과 관련한 전반적인 업무는 환동해본부에서 담당하고 있는데, 지난 2013년을 기준으로 파악하고 있는 자료가 전부다. 각 지자체에서 조사한 해녀 현황도 제각각이다. 표본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적확한 정책이 나올리 만무하다.

물론 강원도가 아예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강원도는 여성어업인과 나잠어업인들을 대상으로 나잠어업인 안전보험, 잠수어업인 진료비, 나잠어업인 잠수복, 여성어업인 복지바우처 등을 지원하고 있다. 다만 이들 지원책은 해녀'만'을 위한 정책은 아니어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해녀 문화를 계승하기 위한 방안책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가 "문화 보존·계승 위해 정부가 나서야"

강원 고성군 대진리에서 해녀들이 물질을 하고 저울로 계량하고 있다.(사진=유선희 기자)

 

지자체마다 지원책이 제각각인 가운데 전문가들은 해녀와 관련한 정책은 국가 차원에서 수립돼야 한다고 꼬집고 있다.

한국해양대학교 국제해양문제연구소 안미정 교수는 "직업학교처럼 학교교육을 통해 어업 권리를 육성·부여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겠고, 가장 바람직한 것은 세대 계승을 위한 정부 정책"이라며 "그래야 할머니부터 어머니, 며느리나 딸 등으로 가계가 전승되는 기본 골반이 유지될 수 있고, 이는 문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짚었다.

이어 "그러려면 농어촌에서 살아야 하는데 지금은 누구도 살고 싶어하지 않는 것이 문제로, 농어촌 거주자에 대한 지원책이 뒤따라야 한다"며 "그래야 연안이나 마을에서 공동체들이 활성화할 수 있고, 그 속에서 인구가 유지되고 젊은 세대도 뒷받침 돼 문화도 전승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현재 해녀들이 채취할 수 있는 수산물이 제한된 부분에 대해서는 "어장 부존자원이 많아야 이를 상품화 해서 소득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지금은 해산물의 다양성이 너무 없다"며 "국내에 판로가 개척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나서 정책적으로 발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주특별자치도 해녀문화유산과 윤영유 해녀정책팀장은 "해녀 문화가 국가무형문화재로 등재됐는데도 정작 국가 차원에서 해녀 전담 부서가 없다"며 "정부에서 관심을 가지고 각 지자체에 적어도 팀 단위 조직을 구성해 보존·계승 위해 힘써야 한다"고 일갈했다.

또 "해녀가 없어지면 문화가 없어질 수밖에 없다"며 "한쪽은 행정에서 담당하고 다른 한쪽에서 민간이 주축이 돼 정보를 교환하는 등 투 트랙으로 가는 방향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강원연구원 김충재 박사는 "강원도의 경우 해녀와 여성 어업인 등 수산업 분야가 턱없이 열악한 수준으로 정부정책에서 후순위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가 지향하는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서 살펴보더라도 강원도만의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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