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근진' 고삐 푼 EBS, 끼 드러낸 '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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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걍 리뷰] EBS스토리 유튜브
'EBS 1일 7깡 커버댄스(feat. 이동현 기자)' 영상

(사진='EBS스토리' 영상 캡처)

 

※ 스포일러 주의
※ 진짜 기자 주의
※ '찐' EBS 콘텐츠 맞음 주의

한 번도 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가수 비의 '깡' 뮤직비디오와 다양한 커버 영상들. 누리꾼들은 '깡' 커버, 어디까지 봤나요.

어느덧 익숙해진 EDM의 인트로 비트와 정체를 알 수 없는 '헌드레드 달러 빌(Hundred Dollar Bill)' 추임새와 함께 LDH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나타난 그. '자이언트 펭TV-펭귄 의혹 전격 해부' 편에도 출연했던 이동현 기자다.

EBS가 꼭꼭 닫아놨던 빗장을 열고, 직원들은 족쇄 아닌 족쇄를 풀고 나섰다. 교육공영방송이라는 수식어를 단 EBS는 어쩐지 '엄근진'(엄격하고 근엄하고 진지하다) 분위기가 감돌았다. 연습생 펭귄 펭수가 그 엄근진을 깨고 포문을 열었다면, 이동현 기자는 인간 정직원으로서 EBS의 고삐를 본격적으로 풀었다.

그 시작이 '걍'이라는 부제를 단 'EBS 1일 7깡 커버댄스'다. 교육(Education)뿐 아니라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로서 영역을 확장하려는 EBS의 역사적인 행보인 만큼 '걍' 써보기로 했다. 이동현 기자의 모든 것을 녹인 걍 댄스 리뷰를 말이다.

(사진='EBS스토리' 영상 캡처)

 

인트로에는 걍 기자가 '진짜 기자'임을 강조하는 화면이 나온다. EBS 기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겠다는 표식이기도 하다. 앞서 '자이언트 펭TV'에 펭수와 함께 출연했을 당시 자신이 기자라고 밝혔음에도 방송 이후 그가 기자라는 데 여전히 의구심을 갖는 누리꾼이 많은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영상에서 거듭 '기자'임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그가 기자임을 밝히는 것은 이후 커버할 '깡'에서 약간의 부족한 댄스 실력을 해명할 수 있는 일종의 '밑밥' 역할로 보인다. 덕분에 어쩐지 어색한 부분 역시 그가 기자라는 사실을 인지함으로써 이해 가능한 영역으로 옮겨간다.

(사진='EBS스토리' 영상 캡처)

 

기술적인 면에서는 수준급의 영상이다. 역동적인 카메라 워크, 화면 반전과 분할 등 현란한 편집 기술 등 전문가들의 손길이 더해진 '걍' 뮤직비디오는 아이러니와 B급 감성의 조화가 돋보인다. 중간에 가수 비의 영상을 하단에 등장시켜 해당 영상이 '깡' 커버이며, 동시에 이동현 기자가 얼마나 충실히 비의 표정을 재현하는지 강조하는 것 역시 관전 포인트다.

'깡' 커버 영상을 단순히 '깡 패러디' 등으로 정의하지 않고 '걍'이라는 이중적 의미의 제목을 단 것 역시 제작진의 한 수로 보인다. '걍'은 '깡'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새로운 '깡'을 만들어냈다는 의미에서 '걍'이 될 수도, 그냥 한 번 도전해본다는 의미에서 '그냥'의 축약인 '걍'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또한 이 기자와 '걍' 뮤직비디오 스태프인 EBS 직원들은 본래의 목적을 잃지 않는 일관성까지 보인다. EBS 공사창립 20주년을 기념하고 홍보하는 영상인 만큼 EBS의 지형지물을 아낌없이 활용한 점 역시 'EBS' 감성과 홍보가 담긴 새로운 '깡' 커버 영상의 탄생에 일조했다.

(사진='EBS스토리' 영상 캡처)

 

EBS의 엔터테인먼트 고삐를 푼 최초의 존재 펭수가 거대하게 새겨진 EBS 외벽을 시작으로, 펭수의 선배들인 방귀대장 뿡뿡이, 뽀로로, 타요 등 '이벤져스'(EBS와 어벤져스의 합성어)를 대거 간접 등장시켜 홍보 효과도 극대화했다.

여기서 EBS의 오랜 노하우가 엿보인다. EBS 공사창립 20주년을 맞아 제작한 홍보영상인지, 그동안 억눌러 온 끼와 재미를 방출하기 위한 창구로써 이용한 영상인지 헷갈릴 수 있는 지점에서 EBS는 곳곳에 EBS 캐릭터와 장소들을 넣으면서 영상의 주제를 잃지 않는다. '깡' 속 분위기를 EBS라는 한정된 장소 안에서 찾아 엮어냈다는 것 역시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그러나 무엇보다 '걍'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낸 중심은 '걍 기자' 이동현 기자다. 앞서 '자이언트 펭TV'를 통해 자신의 영혼을 일부 내보인 이 기자는 '걍'에서 나머지 영혼의 대부분을 꺼낸 것으로 보인다.

어색한 듯 즐기는 걍 기자의 꾸러기 표정과 2.8% 부족할지언정 춤의 포인트를 정확히 짚어낸 그의 열정적인 댄스 실력이 이번 EBS 공사창립 20주년을 기념한 '깡' 커버 영상의 핵심이다. 무엇보다 그의 정체성이 가진 반전적인 재미가 시청자와 누리꾼들에게 큰 기쁨을 제공한다.

(사진='EBS스토리' 영상 캡처)

 

한 번 풀린 고삐는 쉽게 제어할 수 없는 법이다. '자이언트 펭TV'와 펭수를 계기로 수줍게 숨어 있는 끼를 더 이상 힘들게 감추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많은 EBS인이 느꼈을 것이다. '엄근진'이 아니어도 EBS와 김명중 사장은 물론 시청자와 누리꾼이 수용할 수 있음은 이미 증명됐다. 그걸 '걍 기자' 이동현 기자로 재차 확인한 셈이다.

그저 EBS인들이 숨겨진 끼를 꺼내어 다들 일어나길 바랄 뿐이다. 'EBS'라는 자물쇠를 열고, 엔터테인먼트의 세계로 나오길 말이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주세요, EBS! 그리고 어서 2편을 내놓으세요, 걍 기자님!

EBS스토리 유튜브 채널, 2분 14초 분량, (아마도) 전체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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