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을 계기로 서울시 내부의 조직적 은폐 의혹, 2차 가해, 시 내부 성폭력 문제 등까지 불거지며 '후폭풍'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드러난 상황에서 자체 조사단의 '무용론'도 일고 있다. 경찰은 TF(태스크포스)를 꾸려 수사 인력을 대폭 투입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朴 전 시장 '성추행' 사건發, 서울시 '총체적 난국'피해자를 보호‧지원하는 한국여성의전화 등에 따르면 피해자는 지난 8일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이후 서울시 전현직 고위공무원과 정무 보좌관, 비서관 등으로부터 회유와 압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너를 지지한다"면서도 여성단체에 휩쓸리지 말라고 조언하고, 기자회견을 만류하며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 힘들다"라고 말하는 등의 사례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같은 정황을 종합하면 시 내부의 조직적 은폐와 방조, 묵인 기류가 있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해당 사례는 '2차 가해', '방조' 등의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이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은폐와 방조, 묵인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광범위하게 관계자들을 조사할 것"이라며 "조사 결과와 경중에 따라 혐의가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17일 박 전 시장 사건 수사와 관련 서울지방경찰청 임용환 차장을 팀장으로, 생활안전부장과 수사부장을 부팀장으로 하는 전담TF를 꾸렸다. 성추행 사건 자체는 박 전 시장 사망으로 '공소권 없음' 종결할 방침이지만, 2차 가해와 방조 부분에 대해선 본격 수사에 나선 셈이다.
경찰은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 서울시 관계자들을 방임·묵인 등의 혐의로 고발한 사건에 대해선 이날 오후 3시 강용석 소장을 불러 조사하기도 했다.
경찰은 고발건 외에 제보 등도 인지해 수사의 폭을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는 등의 강제수사 여부도 검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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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층 비서실' 성범죄 예방 사각지대?…서울시 내부 성폭력 등도 도마수사 과정에서 서울시 내부의 문제점들이 파헤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사장실, 비서실, 정무직 공무원 사무실 등이 있는 '6층'이 도마 위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비서실의 경우 성폭력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법적으로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성희롱 예방교육이나, 성폭력 고충상담원 배치가 이뤄졌는지 부분도 조사 대상으로 꼽힌다. 앞서 피해자 측은 주변에 여러차례 피해 호소와 인사배치 요구를 해왔다고 밝혀왔다. 전반적으로 묵인, 방조 부분에 해당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서울시 관계자는 성희롱 예방 활동과 관련 "성희롱 예방 교육을 안 받을 수가 없다. 시장님부터 전 직원이 다 받게 돼 있다"며 "고충상담원의 경우도 전 부서가 다하는 것이다. 특히나 시장실은 젠더특보가 있어 더 강조해서 했다"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기된 서울시청 전반의 성폭력 문제도 추가 조사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한국여성의전화 측은 △회식 때 노래방에서 허리를 감거나 어깨동무 △술에 취한 척 뽀뽀 △집에 데려다준다면서 택시 안에서 추행 등 다수의 제보를 접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서울시청 내부의 성폭력 문제도 유심히 보고 있다"며 "고소나 고발 등 수사단서가 잡히는대로 수사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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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자체 조사단 벌써부터 '무용론'…수사는 '속도'
박 전 시장과 함께 서울시 전체의 의혹이 제기되면서 서울시가 꾸리는 '민관 합동조사단'은 출범 전부터 '무용론'이 일고 있는 양상이다. 결국 외부 조사단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가령 서울시 송다영 여성정책실장의 경우 지난 13일 피해자 측의 기자회견을 미뤄달라고 요청하기 위해 피해자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에게 연락을 취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송 실장은 조사단의 구성을 주도하는 인사로 '적절성'에 의문점이 더해졌다.
서울시는 일단 여성단체들에 협조를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성폭력상담소에 공문으로 협조 요청을 보냈는데 아직 답을 못 받았다"며 "해당 단체들의 뜻을 받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또 외부 조사단을 꾸리는 것에 대해선 "아직 모르겠다"라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여성단체들은 서울시 조사단을 믿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지난 16일 입장문을 통해 "서울시는 본 사건을 제대로 규명할 수도, 할 의지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조사단이 출범부터 '삐그덕'대는 사이 수사는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현재 사건은 검찰의 '수사상황 유출', 경찰의 '박 전 시장 변사', '2차 가해', '묵인 및 방조' 등으로 진행되고 있다. 높아지는 진상규명 목소리만큼 사건의 전반적 실체가 드러날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