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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치매정보가 요양센터 손에? 줄줄 새는 건보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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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7-1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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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장기요양 검진 결과 알고 '계약서' 내민 요양센터장
'정보 유출' 당사자 항의에…"건보 직원인 남편이 알려줘"
"남편 이야기는 보호자만 알고 있어달라"라고 부탁하기도
공단, 직원 관계된 요양센터 자진신고만으로 관리 '구멍'
"사설 요양센터 난립, 불법 환자 유치·과열 경쟁 이어져"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승모 기자 (CBS 심층취재팀)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김현정> 뉴스 속으로 훅 파고드는 시간, 훅!뉴스. CBS 심층취재팀 김승모 기자 나와 있습니다. 오늘 심층취재팀에서 준비한 뉴스는 건강 얘기예요?

◆김승모> 누군가 앵커나 앵커 가족의 개인정보를, 그것도 질병 내용이 포함된 건강 정보를 빼돌려 이익을 챙기려 했다면 어떨까요?

◇김현정> 기분 나쁘고 섬뜩하죠.

◆김승모> 저도 같은 심정인데요. 찝찝하고 불쾌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런 일을 겪었다는 분의 제보가 저희 심층취재팀에 들어왔습니다. 제보자의 말부터 들어보시죠.

[녹취]
"'부모님이 치매 등급이 나온 거 같은데 자기네가 해주려고 지금 부모님 댁에 왔는데 초인종을 눌러도 부모님이 안 계시나 봐요?' 그러는 거예요? '어떻게 그것을 아세요?' 그랬더니 (네) 연결이 돼있고 우수 그거라서 자기네들이 다 알고 있대요. 무슨 계약서를 가지고 왔더라고요. 계약서를 이렇게 내밀면서 ‘저희가 보호를 해드릴 테니까, 하면 된다’고 설명해 주는 거예요."

◇김현정> 제보자 부모님이 치매를 앓게 되셨는데 누가 찾아왔다는 거예요?

◆김승모> 이해를 돕기 위해 부득이 병명을 밝혔는데요. 제보자에겐 경기도 용인에 사시는 부모님이 계신데 얼마 전 치매에 걸리셨다고 해요. 그래서 건강보험공단에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을 위한 등급 신청을 했습니다. 그런데 보호자인 자녀들이 그 등급 결과를 알기도 전에 한 사설 요양센터장이 미리 찾아와 계약서를 들이밀더라는 겁니다.

◇김현정> 보호자인 자녀들이 검진 결과를 받지도 못했는데 사설 요양보호센터 직원이 어떻게 먼저 알고 집으로 찾아왔어요? ‘우리가 요양 보호 도움을 드리겠다’고 계약서를 들고 찾아왔다는 건가요?

◆김승모> 네. 오늘 훅뉴스에서는 ‘치매 정보까지 유출되는, 허술한 건강정보 관리 실태’를 짚어보겠습니다.

부모님의 치매정보를 미리 알고 찾아온 사설 요양센터장이 내민 센터이용 계약서. 계약서에는 센터장의 도장까지 미리 찍혀 있다. (사진=독자제공)

 

◇김현정> 충격적인데.. 장기요양보험, 요양센터, 이런 내용들을 생소한 분들도 많아요. 그 부분 정리해 주시죠.

◆김승모> 노인장기요양보험은 2008년 7월 시행됐습니다. 치매나 중풍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요양시설에 모실 수 있게 하거나 집으로 찾아가 돌보는 사회보험 서비스인데요. 국가가 현금이나 물품, 또는 요양보호사가 가정을 방문해 돕는 재가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김현정> 꼭 기관에 들어가는 건 아니고 센터에서 나와서 집에서 도와드리기도 하고요?

◆김승모> 네 그렇습니다. 그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공단의 인정조사를 거쳐 해당되는 등급을 받아야 하고요.

◇김현정> 그러면 제보자 부모님의 경우 그 등급 판정을 받기도 전에 다른 누군가가 먼저 알고 불쑥 집으로 찾아왔다는 거예요?

◆김승모> 제보자는 지난 2일,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등급 판정이 나왔다, 곧 등기우편이 도착할 것이다’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튿날 제보자에게 앞서 들려드린 내용의 전화가 걸려온 거예요. ‘부모님 치매 등급이 나왔으니 이제 저희가 보호해드리겠다’는 내용입니다.

◇김현정> 보호자인 그 자녀들보다 먼저 부모님의 치매 관련 정보를 취득한 그 사람은 누굽니까?

◆김승모> 사설 요양센터장입니다. 장기요양보험에서 하위 등급으로 판정되면 민간 사설 요양센터로부터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그 비용은 일정 부분 국가가 센터에 지원하거든요. 그 사설 요양센터의 한 시설장이 제보자 부모님 집을 불쑥 찾아온 거예요.

◇김현정> 제보자 쪽은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겠네요.

◆김승모> 그래서 곧바로 부모님 집을 찾아 자초지종을 따져 봤습니다. 그랬더니 요양센터장이 제보자에게 전화를 걸기 1시간쯤 전에, 등급 판정을 담은 건강보험공단의 우편물이 배달됐다고 합니다. 치매 상태인 부모님은 정확한 영문을 모르는 가운데 센터장이 집을 찾아와 보호자인 자녀들한테 전화를 걸었던 거고요.

◇김현정> 요양센터는 이 집에 사는 어르신이 곧 치매 판정을 받을 거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고, 그 등기우편물이 도착하자마자 찾아와서 계약서를 내밀었다는 거네요?

◆김승모> 제보자도 이런 일이 가능한가 싶어 재차 물었다고 해요. ‘보험공단에서 나온 거 맞냐’ 했더니, 앞서 들으신 것처럼 ‘공단에서 지정한 우수업체라 그렇다’는 취지로 답했다는 겁니다. 그래도 이상해서, 계약은 가족들과 상의해서 하겠다라고까지 했는데 센터장은 부모님 등급 판정이 적인 서류의 사진까지 찍어갔습니다.

◇김현정> 건강 정보가 담긴 그 등급 서류요? 그건 개인정보잖아요.

◆김승모> 무턱대고 자기네가 보관해야 한다며 찍었다는데, 정확한 절차를 모르는 제보자는 그저 당할 수밖에 없었고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그 다음날에는 그 요양센터 이름을 대면서 ‘부모님 댁 화장실 문고리를 달아드리라는 얘기를 들었다’는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가정 방문 요양 서비스에 앞서 문고리를 달아주겠다는 겁니다.

◇김현정> 정식 계약을 맺은 것도 아닌데 센터에서 임의로 손잡이를 달도록 했다는 거예요?

◆김승모> 그래서 제보자가 문고리를 달아주겠다고 전화한 사람에게 ‘내가 보호자인데 누구 마음대로 사람을 보내고 문고리를 다느냐’ 항의하자, ‘죄송하다’며 전화를 끊었다고 하네요.

◇김현정> 들을수록 황당한데요. 불쑥 찾아온 것도 황당하고 계약도 안 했는데 문고리를 달러 온다는 것도 신기하고. 실제로 건강보험공단에서 이렇게 특정 요양센터를 지정해서 돌봄 서비스를 받도록 하기도 해요?

◆김승모> 공단은 절대 이런 일이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하는데, 관계자 말 들어보시죠.

[녹취]
"저희가 어디를 가라고 할 수는 없죠. 공단이 우수하기 때문에 이 센터를 이용하라고 지정할 수가 없어요. 그렇게 따지면 저희가 병원을 어디 지정하는 것과 똑같은 거잖아요. 건강보험에서 감기는 어느 병원이 잘하니까 이 병원을 가세요라고 지정하는 건데 그렇게 할 수는 없어요."

국민건강보험 (사진=연합뉴스)

 

◇김현정> 그렇죠. 사설 요양센터가 전국에 얼마나 많은데 공단에서 지정을 못 하죠. 그럼 이 센터장은 어떻게 정보를 알고 이런 일을 벌인 거예요?

◆김승모> 네 제보자도 이 부분을 계속 따져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센터장이 뜻밖의 말을 꺼내놓았는데요, 그 통화 녹음 내용을 들어보시죠.

[녹취]
"저희 남편이 보험공단에서 일을 해요. 그래서 인정조사 나가고 이렇게 하시면서 치매 있으시고 좀 어려우신 분들 위주로 해서 연락처를 몇 군데를 알려줬어요. 근데 원래 공단 직원이 그러면 안 되는데 두 분다 치매시고 하시니까. 그래서 제가 방문하게 된 것이다. 너무 죄송하다."

◇김현정> 듣고 좀 충격받았어요. ‘제가 센터를 운영하는데 남편이 건강보험공단에서 일을 한다. 두 부모님이 마침 치매를 다 앓으신다고 해서 제가 먼저 찾아왔어요’ 이 얘기인 거잖아요? 건강보험공단에 남편이 있고, 그 남편이 개인정보를 알려줬다는 거예요?

◆김승모> 건강보험공단 직원이, 요양센터를 운영하는 부인에게 민감한 개인정보를 빼돌려 이익을 취하려 했다면 심각한 일이죠. 센터장도 그 점을 뒤늦게 인식했는지, 다시 이런 말을 덧붙였습니다. 조금 더 들어보시죠.

[녹취]
"근데 (제가 나중에 전화드릴게요) 보호자님, 사실 (네 제가 전화드릴게요) 저희 남편이 공단에 있어서 알게 됐다는 것은 그냥 보호자님만 알고 계시면 안 될까 싶은데..."

◇김현정> 기가 막혀서 웃음이 나오는데.. 건강보험공단은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의 개인정보가 등록된 곳입니다. 각 개인 주소와 연락처는 물론이고, 질병이나 소득 정보 등이 다 있어요. 그런데 요양센터를 운영하는 부인을 위해서 건강보험공단 직원이 그런 정보를 함부로 빼돌렸다? 있을 수 있는 일인가요?

◆김승모> 취재진도 믿기지 않아 문제의 센터장에게 확인을 해봤더니 이제는 발뺌을 합니다.

◇김현정> 여러분, 이 센터는 사설 요양센터입니다.

◆김승모> 네. 자기가 잘못 말한 거다, 남편이 건강보험공단 직원이 아니라는 건데, 일단 들어보시죠.

[녹취]
"(남편분이 공단에서 일하고 있다 이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닌 거예요?) 만약에 진짜로 일을 한다면 제가 이러고 다닐 수 있나요? 그렇게 하면 당연히 남편이 회사에서 잘리고 하는데 이건 안 되죠."

◇김현정> 어느 부분이 사실이고 어느 부분이 거짓인지 혼란스러운데요.

◆김승모> 센터장의 말로 남편이 공단에 다닌다고 추측은 할 수 있는데요. 센터장이 입을 닫는 한 그 점은 저희가 최종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요양센터의 정보나 그 센터장의 이름만으로는 그 남편이 보험공단에 재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니까요. 다만 센터장이 다른 사람의 예민한 건강 정보를 먼저 취득했다는 건 사실이죠. 그 경위가 모호한 건데, 실제 공단으로부터 유출됐을 가능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김현정> 이런 일들이 더러 있었다고 합니까?

◆김승모> 지난해 9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당시 민생당 최도자 의원이 지적한 게 있습니다. 2014년부터 2019년 6월까지 개인정보를 불법 열람, 유출한 비위로 해임되거나 파면된 건강보험공단 직원이 21명이나 된다는 내용입니다. 같은 기간 불법 열람, 유출된 건수로는 195건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성은 있어 보입니다.

◇김현정> 이미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경고가 있었네요.

◆김승모> 네. 공단은 지난해 국정감사 지적에 즉각 대책을 내놨습니다. 매일 개인정보 조회 모니터링을 하고 업무용 컴퓨터와 인터넷망을 분리해 해킹이나 정보유출 및 개인정보 무단열람자 색출이 가능하도록 개선하겠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구멍이 뚫려있을 가능성은 여전히 있어 보이고요. 실제 이런 제보가 들어온 거죠.

◇김현정> 공단은 이런 일이 없었다는 입장인 건가요?

◆김승모> 그래서 공단은 직원 가족이 요양센터를 운영하는 경우 그 사실을 자진신고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파악해보니 이번에 문제가 된 곳은 자진신고된 요양센터 목록에는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신고 자체가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목록만으로는 정확한 사실 파악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김현정> 공단도 과거에 문제가 지적되다 보니 대책이 마련된 건 있었네요. ‘만약 직원 중에 가족이 관련 센터를 운영하면 자진신고하라’ 그런데 그 명단에는 이 센터는 없었어요. 하지만 자진신고이지 의무가 아니고 신고를 안 한다고 처벌받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가족끼리 정보를 주고받는 건 현실적으로 막을 수도, 파악할 수도 없다는 얘기네요.
김 기자, 개인정보 유출은 엄연한 범죄잖아요. 유형에 따라 징역과 벌금, 과태료로 처벌할 만큼 심각하게 보는데 이렇게 무리하면서까지 건강정보를 빼돌리는 이유가 뭔가요?

◆김승모> 전문가들은 요양센터의 난립으로 인한 치열한 유치 경쟁을 그 이유로 꼽는데요, 건국대 사회복지학과 이미진 교수의 말로 들어보시죠.

[녹취]
"방문요양 시설을 굉장히 쉽게 센터를 만들 수 있거든요. 사무실 공간도 굉장히 작은 공간만 있으면 되고요. 그러다 보니 굉장히 많아지게 됐고요. 그러다 보니까 환자 유치경쟁이 생기게 되고 환자를 일단 기본적으로 유치를 하면 훨씬 수익을 많이 올릴 수 있으니까 그런 편법이나 불법이나 이런 것들이 만연하게 된 거고요."

◇김현정> 누가 치매가 걸렸다 하면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것과 본인이 부담하는 것, 이렇게 되는 거죠. 지원과 자부담. 그런데 굉장히 많은가 봐요 이런 센터가?

◆김승모> 2019년 3월 말 기준으로는 약 2만 1900여 곳입니다. 경쟁이 아주 치열합니다.

◇김현정> 경쟁이 치열하군요. 취재진이 취재한 건 여기까지입니다. 경찰과 정부 당국이 나서야 할 문제네요.

◆김승모> 일단 건강보험공단이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김현정> 영업을 위해 국민들의 예민한 건강정보가 빼돌려지는 일 더 이상은 있어선 절대 있어선 안 될 겁니다. 오늘 굉장히 중요한 내용 취재해 주셨습니다. CBS 심층취재팀 김승모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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