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의회가 제8대 의회 후반기 의장 등 원구성 과정에서 파행을 겪고 있다.(사진=자료사진)
대전시의회가 제8대 의회 후반기 의장 선출 등 원구성을 두고 파행이다. 4년 전인 2016년과 판박이다.
사실 원구성 과정의 지방의회 파행은 대전시의회만의 일은 아니다. 전국적으로, 매번 발생하면서 지방의회 신뢰도 추락과 무용론의 주요 근거가 되고 있다.
비슷한 문제가 광범위한 곳에서 반복되는 만큼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시스템에 따른 개선책 마련을 주문하는 목소리인데, 각 지방의회가 감당하기 어렵다면 중앙당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일탈이 계속될 경우 중앙당 차원에서 공천 배제 등과 같은 엄격하고 명확한 징계 방안으로 원칙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주장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일단, 파행을 빚고 있는 대전시의회를 들여다보면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자당 의원총회에서 권중순(3선, 중구3) 의원을 후반기 의장으로 단독 추천했다. 하지만 정작 지난 3일 진행된 본회의에서는 11대 11로 부결시켰다.
두 차례 표결에서 같은 결과가 나오면서 권 의원은 대전시의원직 사퇴를 선언했고 의원들은 친권(친권중순)파와 반권파로 나뉘어 의회 로비 농성 등 대치 중이다.
대전시의회 경우를 사례로 들었지만, 원구성 과정의 잡음과 파행은 전국 광역 및 기초의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포털에서 '원구성 파행' 키워드를 넣어 검색하면 전국의 많은 지방의회들이 등장한다. 불법이라거나 무효, 삭발, 투쟁 등의 단어들이 포함된 경우도 많다.
(사진=네이버 캡처)
'전국적'뿐 아니라 '매번' 발생이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 다시 대전시의회를 예로 들면, 현재의 파행은 지난 2016년 제7대 후반기 의장 선출 과정의 모습과 같다. 당시 김경훈 의원이 당론을 어기고 출마해 의장에 선출됐고 오랜 파행 끝에 더불어민주당은 같은 해 8월 김 의원을 제명 조치했다.
함께 행동했던 다른 의원들에 대한 책임은 묻지 않고 김 의원에 대해서만 징계를 내린 것을 두고 말들이 많았지만, 당시 파행은 그렇게 일단락되며 사태는 수습됐다.
하지만 민주당은 의장 임기가 끝날 무렵 그 나마 징계 조치했던 김 의원의 복당을 허용했다. 불과 1년 7개월 만이었다.
지방선거를 불과 3개월 여 앞둔 상황이었는데, 당시 김 의장은 지방선거에서 중구청장 출마를 저울질 하던 때였다. 면죄부 일 뿐 아니라 사실상 길을 터준 격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이번 제8대 대전시의회 후반기 원구성 파행을 두고 당시 상황의 '학습 효과'를 주장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공동 책임을 묻는 대신 의원 개인에 대한 제명으로 사태를 갈음해 '의장의 시간'을 인정한 뒤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그 나마 징계 조치도 철회한 당시 민주당의 결정에 대한 회의적 시각인 셈이다.
최선은 물론 의원 개인의 자질 확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요원한 게 사실이라면 정당이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 의원 자질 문제가 오래된 지적이라면 공천한 정당의 책임도 오래된 요구다.
"그동안 의장 선출은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지방의원들이 자율적 의사를 존중해 진행해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거나 "의원들의 자율적 해결 능력을 우선 신뢰할 것이며 이에 대한 입장과 책임을 곧 정리할 것으로 믿는다"는 '강 건너 불구경' 식의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대응은 그래서 잘못됐다.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성명에서 "파행의 가장 큰 책임은 의원들 본인들이고 두 번째 책임은 더불어민주당에 있다"고 밝힌 이유를 민주당은 곱씹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