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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의 예외 손정우…'정치·절대사유' 없이 거절 첫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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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이후 '임의적 사유' 거절은 처음
중범죄여서 인도 필요하다던 법원, 손씨만 예외
웰컴투비디오 수사도 일단락…추가수사 '미지수'

(사진=연합뉴스)

 

범죄인 송환에 협조적이던 한국 법원이 '웰컴투비디오' 손정우 사건에서 처음으로 '임의적 사유'를 근거로 인도 거절(불허) 결정을 내렸다. 지난 2004년 이래로 결과가 확인된 범죄인인도 사건 중 인도거절 된 사례는 8.8%에 불과하다. 10명 중 1명도 경험하기 힘든 사례에 손정우가 포함된 것이다. '임의적 사유'로 인도가 거절된 첫 사례이기도 하다.

핵심 근거는 현재 진행 중인 웰컴투비디오 회원에 대한 수사가 손씨의 미국행으로 방해받아선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32개국의 공조 끝에 어렵게 손씨를 검거할 수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판부가 돌연 '자국 수사'를 강조한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법원, 임의적 사유로 범죄인 송환 불허는 '처음'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8일 CBS노컷뉴스는 범죄인인도 결정문이 전산화된 2004년부터 이날까지 16년간 나온 결정문 57건을 모두 분석했다. 재항고 4건, 미등록 결정문 12건을 제외한 41건 중 '인도 거절' 결정은 지난 6일 손씨를 포함해 6건에 불과했다. 이중 3건은 공범관계여서 1건으로 치면, 사실상 16년간 거절은 4건 뿐이었던 셈이다.

결과를 알 수 없는 결정문 미등록 사건 12건을 제외한 45건 중 4건이 거절됐다면 확률상 8.8%에 불과하다. 결정문 미등록 사건도 거절 사례가 거의 없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실제 범죄인인도 청구를 벗어날 가능성은 더욱 희박했었다.

범죄인인도법에서는 △정치적 성격의 사건이거나 △절대적 사유 또는 △임의적 사유가 존재하는 등 크게 3가지 사유로 인도를 불허할 수 있는 근거를 둔다. 해당 범죄의 공소시효가 끝났거나 범죄 혐의 개연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 한국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 등이 절대적 거절 사유다.

손씨 사건을 제외한 3건은 모두 법원이 범죄인 인도를 거부할 '절대적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였다. 베트남 정치범 응우옌흐우짜인(Nguyen Huu Chanh) 사건, 2009년 호주 어학연수생 '집단상해' 사건(공범 3명), 2013년 '야스쿠니 신사 방화범' 중국인 리우치앙(류창) 사건이다.

응우옌흐우짜인은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의 전복을 목표로 각종 테러를 기획한 혐의를, 리우치앙은 일본군 '위안부'였던 외할머니와 항일투쟁을 한 외할아버지 밑에서 자라며 반일감정이 심하던 시기 일본 야스쿠니 신사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는다.

법원은 이들에 대해선 국제법상 '정치범 불인도' 원칙에 따라 인도거절을 결정했다. 어학연수생 집단 상해사건에 대해서는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고 범죄 개연성도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는 2가지 절대적 거절 사유를 근거로 인도를 불허했다.

손정우 씨의 아버지 손 모 씨.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이에 손씨의 친부도 아들의 송환을 막기 위해 미국이 인도청구한 죄목(자금세탁죄)과 동일한 범죄수익은닉죄로 고발하며 절대적 거절사유 적용을 노렸다. 그러나 이에 대해 재판부는 "공소시효 완성이나 인도범죄에 관해 대한민국 법원에서 재판이 계속 중인 경우 등에 해당한다고 인정할만한 사정이 없다"고 못박았다. 해당 고발은 이번 결정에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결정은 재판부의 재량이 크게 반영되는 '임의적 인도거절 사유'에 따라 이뤄졌다. 특히 범죄인인도법 제9조 1항의 '범죄인이 대한민국 국민인 경우' 라는 가장 포괄적인 '자국민 보호', '사법주권' 원칙이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한미 범죄인인도조약'은 인도요건이 충족될 경우 원칙적으로 범죄인을 청구국으로 인도할 의무를 부과한다"면서도 "피청구국 역시 범죄지 관할국이거나 범죄인의 국적국으로 형사 관할권을 가지는 경우엔 예외적으로 인도 여부에 관한 재량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재판부 스스로도 원칙을 벗어나 예외적인 재량권을 행사했음을 밝히는 대목이다.

앞서 41건의 결정문 대부분에서 이러한 '임의적 거절사유'는 사실상 '인도를 허용해도 괜찮은' 사유로 쓰였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이례적인 결정이다. 법원은 "대한민국 국민이어서 임의적 인도거절 사유에 해당하긴 하나 계획 하에 저지른 범행이고 죄질이 나쁘다. 피해자가 큰 상해를 입었다. 중범죄이다. 범행에 대한 증거 다수가 청구국에 있다"며 인도를 허가해 왔다.

인도 대상 범죄는 살인·강도·절도·상해 등 강력범죄가 20건으로 가장 많았지만 업무상횡령·사기·상표법 위반·조세포탈·유사수신 등 경제범죄도 10건에 달했다. 손씨와 같은 범죄수익은닉(자금세탁) 범죄자 1명도 2013년 미국으로 인도 허가 결정이 내려졌다.

성폭력 피해자를 대리해온 한 변호사는 "초국가적인 성착취 범죄로 범죄인인도가 청구된 것은 처음인데 법원이 앞서 다른 강력범죄를 대할 때와는 달리 성범죄의 중대성보다는 자국민 보호와 사법주권을 앞세웠다"고 지적했다.

◇인도거절 '핵심근거'인 웰컴투비디오 여죄수사, 이미 끝났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법원은 결정문에서 몇 가지 판단의 근거를 제시했지만, 핵심은 앞으로 웰컴투비디오 회원 관련 추가 수사에 손씨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날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제공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이미 웰컴투비디오 수사에서 235명을 검거해 이 중 221명을 기소의견으로, 14명은 불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사실상 수사가 한차례 마무리 된 셈이다.

특히 이를 넘겨받은 검찰은 웰컴투비디오와 관련해 최근 'N번방' 사건처럼 통합된 관리를 하고 있지 않아 기소 실태 파악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남 의원 측이 경찰 기소의견 송치 사건에 대한 기소·불기소·기소유예 등 정확한 상황을 물었지만 법무부는 "각 지방검찰청 송치 인원 현황만으로는 해당 사건들을 특정할 수 없다"며 "기소현황을 제출하기 어렵다"고 짧은 답변 문서를 보냈다.

그나마 법원 판결문 검색에서 웰컴투비디오 사건을 검색했을 때 기소된 범죄는 43건에 불과하고 이중 실형은 손씨 1명이다. 이마저도 손씨는 1심에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받고 풀려났다가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로 감형되면서 실형으로 전환됐다.

과거 범죄인인도 심문을 진행했던 한 판사는 "국내 수사기관이 손씨나 웰컴투비디오와 관련해 수사 열의가 높다거나 현재 명확히 추가수사가 진행 중인 사실이 있었다면 재판부가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겠지만, 현재 드러난 사실만 놓고 본다면 국민의 실망감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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