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다' 감독이 미국서 타전한 메시지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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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정체불명 존재들의 위협, 그 속에서 살아남아라 ③
영화 '#살아있다' 조일형 감독 - 1편: 영화에 관하여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꼭 살아남아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원인불명 증세의 사람들이 생겨났다. 정체불명의 그들, 한때는 사람이었던 그들이 살아있는 사람들을 공격한다. 이들의 공격에 도시는 통제 불능에 빠진다. 데이터, 와이파이, 문자, 전화 모든 것이 끊겼다. 영문도 모른 채 준우(유아인)와 유빈(박신혜)은 '생존자'가 되어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된다.

준우와 유빈은 서로의 존재를 깨닫기 전까지 자신만이 아파트 단지 내 유일한 생존자라 생각한다. 편안하고 안전해야 할 나의 집은 어느새 정체불명의 존재들에게 둘러싸여 시시각각 나의 안전을 위협한다. 준우와 유빈처럼 예상치 못한 전대미문의 재난 앞에 닥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도 없이 홀로 고립된다면, 남은 나는 생존의 원동력을 이어갈 수 있을까.

'#살아있다'는 재난 한가운데에 고립된 개인에 주목한다. 죽음 앞에 선 인간의 심리를 따라가는 동시에 희망을 찾아내게끔 만든다. 연출자인 조일형 감독은 "준우와 유빈이 전대미문, 정체불명 사건 속에서 어떤 사람들로 변해 가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 감독과의 인터뷰는 지난 6월 26일 서면을 통해 이뤄졌다. 미국에 있는 가족들을 만나러 간 후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했고, 한국에 오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감독에게서 '#살아있다' 제작 과정과 영화를 통해 전하고자 한 메시지에 관해 들어봤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살아있다', 그 시작에 관하여

조일형 감독은 "재난 상황은 편안한 삶을 산 준우를 책상에서 일어나 문제를 직접 해결해야만 하게 만들고, 또 유빈을 만나면서 다른 사람으로 변하게 한다"며 "그런 과정들의 묘사에 관심이 많았다"고 밝혔다.

'#살아있다'는 원인불명 증세의 사람들이 공격을 시작하며 통제 불능에 빠진 가운데 홀로 아파트에 고립된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생존 스릴러다. 아파트라는 한정된 공간, 갑작스러운 재난에 처한 생존자가 홀로 살아남은 시간을 어떻게 견디고, 어떤 감정 변화를 겪으며, 어떻게 생존과 삶을 향한 동력을 얻는지를 그린다.

영화의 시작은 할리우드 시나리오 작가 맷 네일러가 쓴 '얼론(ALONE)'이다. 조 감독은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는 막연히 장르물이라 생각했는데, 읽을수록 장르물의 공식을 깰 수 있는 줄거리와 잠재성을 발견했다"며 "그 후 수많은 수정을 거쳐 작업을 하던 도중 연출을 해보지 않겠냐는 권유를 받았고, 그 기회가 이어져 첫 연출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연출에 앞서 원작이 미국 상황에 맞춰 그려진 만큼 한국적인 상황에 맞춰 바꿔나가야 했다. 큰 줄기는 가져가되 문화적 차이에 맞춰 캐릭터의 설정과 관계 등 세부적인 부분을 조율해 나갔다. 특히 주요 공간인 아파트에 한국의 일상적인 모습을 담아내려 했다.

그는 "오랜 고민 끝에 설정한 개방형 복도식 아파트의 설계와 디자인이 영화 속 고립 상황에 현실성을 부여하고 영화적으로 차별성을 만드는 요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준우와 유빈은 최대한 집 안에서 버티려 했고, 감염자들의 위협을 벗어나 이동한 곳도 같은 아파트 단지 안이었다. 이처럼 영화는 한정된 장소에서 이야기를 끌고 간다.

조 감독은 "피할 곳이 없다는 절망감을 주고 싶은 이유도 있었다. 급변하는 상황, 간신히 만난 두 명은 여전히 아파트에 갇혀있는 것처럼 말이다"라며 "그리고 두 명이 '같이 있다'는 점이 서로에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준우와 유빈, 두 생존자에 관하여

극 중 준우는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디지털 세대 중 한 명이다. 생존에서조차 드론, 휴대폰 등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다. 생존 영상을 남기는 과정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구독과 좋아요"를 외치려 한다. 반면 유빈은 성격적으로도 준우와 다른 면모를 보이고, 생존 방식 역시 산악 장비를 이용하는 등 아날로그적인 면을 보인다.

조 감독은 "준우는 디지털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조금은 덤벙거리고, 우리 주위에서 친근하게 볼 수 있는 이웃집 청년의 이미지를 찾고 싶었다"며 "반면 유빈은 자신의 감정을 가두고 주위 상황에 방어적인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같은 상황에 놓인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같은 목표를 바라본다는 게 큰 뼈대예요. 준우에게 없는 것이 유빈에게 있고, 유빈에게 없는 것이 준우에게 있는 상호 보완적인 인물 관계를 원했죠. 서로 다르고, 맞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서로의 존재를 믿으며, 지옥 같은 상황에서 필연적인 파트너로서 그 관계를 이어가는 둘을 바라보는 재미도 가져가고 싶었어요."

배우 유아인과 박신혜는 각자 준우와 유빈을 연기하며 생존에 지쳐가는 모습, 공포와 절망 등이 뒤섞인 상황에서 서로를 만나 다시 생의 의지를 다지는 모습 등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조 감독은 "아인씨의 폭넓은 감정 표현력과 신혜씨의 전형적인 모습을 깰 수 있는 의외성에서 두 주인공 준우와 유빈의 모습을 보게 됐다"며 "작업이 계속될수록 두 배우가 가져오는 엄청난 아이디어와 열정에 의해 준우와 유빈 캐릭터가 다시 완성되어 갔다"고 말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유아인은 준우를 더욱 현실적인 인물로 만들기 위해 의상부터 말투, 제스처 등 수많은 디테일을 준비했다. 박신혜 역시 짧은 시간이지만 유빈이라는 캐릭터가 발전해가는 과정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감독은 "특히 유빈이 방어적으로 자신을 가둔 상태에서 준우를 통해 삶의 희망을 보고, 적극적인 캐릭터로 변하는 과정에서 감정 표현만큼 액션도 큰 부분을 차지했다"며 "신혜씨의 저돌적인 열정이 유빈에 고스란히 배어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과정들이 각각의 캐릭터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주었다"고 두 배우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특히 조 감독이 생각하고 머릿속에 그렸던 상황과 감정보다 배우들이 훨씬 더 잘 구현해내 놀랐던 건 바로 아파트 8층에서의 장면이다. 나 외에 다른 생존자가 존재함을 알게 된 후 삶의 의지를 불태웠던 준우와 유빈은 살기 위해 찾아간 8층에서 절망을 맞닥뜨리게 된다.

감독은 "8층에서 앞으로의 상황에 대해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는 두 사람의 감정은 폭발적이었고, 정말 감정이 동화되는 부분이었다"고 극찬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살아있다'는 것에 관하여

'#살아있다'는 영화 제목처럼 '살아있다'는 것에 관해 이야기하는 영화다. 그러나 단순히 혼자 생존한다고, 그저 존재한다고 '살아있다'고 할 수 없다. 준우가 유빈을 보며 그랬듯이, 유빈이 준우를 보며 그랬듯이 누군가의 존재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고 삶의 원동력이 된다.

코로나19로 사람과 사람 사이 거리가 생겨나고, 이전과는 다른 일상이 생겨났다. 안전하다고 여겼던 공간들에 불안과 공포가 심어졌다. 어쩌다 보니 영화가 현실을 반영한 셈이 됐다.

조 감독은 "대본을 쓰며, 그리고 영화를 만드는 단계까지 지금의 코로나19 같은 상황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들이었다. 많은 사람이 혼자 고립돼 있고, 어려움을 겪고 있고, 나 또한 그중 한 사람"이라며 "혼자 있는 것, 외로운 생각에 빠지게 되는 것은 재난 상황이 아니어도 항상 현대 사회를 사는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는 "혼자서 있다 보면 여러 가지 생각에 빠지기 쉬운 이때, 주위에 있는 누군가를 생각하고 서로 함께한다는 것은 또 다른 희망을 꿈꿀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라며 "준우와 유빈이 서로 살아남는 것처럼 말이다"라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조일형 감독은 아직 '#살아있다'를 보지 않은 예비 관객들을 위해 영화를 조금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는 팁을 전했다.

"'#살아있다'는 독특한 상황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두 주인공의 이야기예요. 둘에게 우리 삶을 반영하고 싶었어요. 갇혀있고, 외롭고, 혼자이지만, 서로일 때 희망을 꿈꿀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소셜 미디어나 테크놀로지의 도움보다는 결국 옆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 하나로도 위로가 된다는 사실들 말이죠. 작은 소망이지만 영화를 보신 관객들께 두 주인공이 찾은 희망과 공감이 전달됐으면 해요. 그리고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올 때 혼자가 아니라 '같이'라는 준우와 유빈의 다짐을 마음속에 갖고 나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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