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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문 열렸다지만…비건 '빈 보따리' 방한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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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판문점서 트럼프 메시지 전달 예상…외교부는 "정해진 것 없다"
북미접촉 성사 가능성은 낮아…작년에도 북한 무응답, 미국 태도도 불변
북미, 서로 공 넘기며 대치…北 "대가 없이 치적 보따리 주지 않을 것"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조만간 우리나라를 방문해 대북 접촉을 재시도할 것으로 보이지만 성사 가능성은 낮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일각에선 판문점서 트럼프 메시지 전달 예상…외교부는 "정해진 것 없다"

비건 부장관의 방한은 한국 외교부가 "정해진 것이 없다"고 했고 미 국무부도 "발표할 내용이 없다"고 했지만 일각에선 오는 7~9일이라는 구체적 시점까지 거론하며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1일 비건 부장관 방한시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지난 2019년 12월 17일 김포국제공항에서 만난 이도훈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외교가 안팎에선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지난달 미국을 찾았기 때문에 그 상대역인 비건 부장관의 방한은 시기의 문제일 뿐 당연한 일로 보고 있다.

그의 방한이 여느 때보다 관심을 끄는 이유는 파국 위기에 놓인 북미·남북관계에 물꼬를 틀 가능성 때문이다.

때마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달 30일 한·EU 정상회담(화상)에서 미국 대선 전 북미정상회담 추진을 거론한 것도 이런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성사 가능성은 낮아…작년에도 북한 무응답, 미국 태도도 불변

하지만 북미 양측의 현재 기류나 과거 경험으로 볼 때 전망은 결코 밝지 않다.

일단 북한은 지난해 12월 비건 부장관의 방한 때도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과의 회동 제안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북한은 이미 당시부터 하노이 회담 실패에 따른 대미정책 전환을 본격화 했다. 적대시 정책의 근원적 종식 없이는 협상에 나오지 않겠다며 오히려 문턱을 높인 것이다.

적대시 정책 종식은 제재완화와 체제안전보장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미국은 적어도 하노이 노딜 이후 이에 대한 어떠한 구체적 약속이나 입장 표명도 한 적이 없다.

북미정상회담.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비건 부장관도 지난 달 29일(현지시간) "외교의 문이 열려있다"며 북한에 대화를 촉구하면서도 북한이 듣고자 하는 해답은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는 아주 견고하고 세부적인 계획을 제시했으며 북한이 우리와 협상에 관여한다면 우리는 아주 빨리 진전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을 뿐이다.

그는 오히려 11월 대선 전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을 사실상 일축함으로써 톱다운 방식의 타결을 원하는 북한이 협상에 나올 여지를 더욱 줄여버렸다.

그 하루 뒤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메시지도 거의 비슷했다.

그 역시 "대화와 진전을 위한 문이 여전히 열려있다"고 했고 "우리는 관여와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는데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을 뿐이다.

전직 통일부 장관 및 원로와 문 대통령 오찬 자리.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북미, 서로 공 넘기며 대치…北 "대가 없이 치적 보따리 주지 않을 것"

이와 관련,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1일 한국언론진흥재단 포럼에서 "미국에서 예를 들어 정책을 전향적으로 한다거나 하는 언술이나 행동이라도 나오고 고민한 흔적이 있어야 하는데 없다"며 북한 입장에선 응할 수 없는 제안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북한은 최근 6.12 북미정상회담 2주년을 맞아 리선권 외무상의 담화를 통해 "다시는 아무런 대가도 없이 미국 집권자에게 치적 선전감이라는 보따리를 던져주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어놓은 상태다.

지도부가 내부 반발을 무릅쓰고 핵·ICBM 모라토리엄과 풍계리 핵시험장 폐기, 미군유해 송환 등의 선제적 양보를 했음에도 미국이 아무 상응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분노를 표출한 것이다.

결국 북미 양측이 서로 먼저 움직이라며 팽팽히 맞서는 형국에선 돌파구 마련은커녕 현상 유지마저 쉽지 않다.

문 대통령이 또 다시 북미 간 중재에 나선 것도 이런 사정을 감안한 것이겠지만 북한의 완강한 태도와 미국의 복잡한 국내 사정으로 미뤄 큰 기대는 하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쥐어줄 당근이 제한적인데다, 북한으로선 미국의 차기 대권 향방을 자신할 수 없는 판에 구태여 협상에 나설 이유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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