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 감독이 꼽은 '사라진 시간' 속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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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감독의 픽(Pick)] 영화 '사라진 시간' 정진영 감독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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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사건 수사를 위해 한적한 시골 마을에 온 형사 형구. 처음엔 평범한 화재 사건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자신의 삶 전체를 뒤흔든 사건이 됐다. 나의 집, 가족, 직업, 동료 등이 모두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나를 둘러싼 세상이 사라지며 '나'도 사라졌다. 남은 건 타인들이 규정한 '나'뿐이다.

하루아침에 나의 모든 것이 사라진 전대미문의 사건, 혼돈과 슬픔과 외로움이 뒤엉킨 형구라는 인물을 누구보다 관객에게 깊이 전달한 건 배우 조진웅이다. 그가 그려낸 형구를 통해 타인이 규정하는 삶과 자신이 바라보는 삶, 그 부조리한 간극 속에 놓인 한 사람의 고독과 외로움이 스크린에 고스란히 녹아났다.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사라진 시간'의 연출자 정진영 감독이 꼽은 영화 속 한 장면에 등장하는 인물도 조진웅이다.

33년 배우의 삶을 살아 온 정진영은 감독으로 첫발을 디딘 영화 '사라진 시간'에서 '나는 정말 누구일까'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그는 "투박한 이야기 속에 인생을 대하는 한 남자의 진정성과 등장인물들의 생생한 에너지가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영화의 주인공이자 관객들이 뒤쫓아야 할 인물이 바로 형구다. 수상한 마을 주민들을 조사하던 어느 날 아침 형구는 화재 사건이 일어난 집에서 깨어난다. 새까맣게 불탔던 집이 멀쩡하고, 마을 주민들은 자신을 형사가 아닌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집도, 가족도, 직업도 내가 기억하는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사라진다.

이 기묘하고 비현실적인 상황에 놓인 형구를 누구보다 현실적으로 그려낸 게 조진웅이다.

감독이 생각하고 써 내려간 캐릭터의 감정과 배우가 캐릭터를 연구하고 해석해서 구현해내는 감정이 다를 수 있다. 촬영하면서 정진영 감독은 조진웅이 해석하고 구현한 형구를 통해 확장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그 장면이 형구가 홀로 집에서 술을 마시는 장면이다. 롱테이크(숏의 길이를 매우 길게 하여 촬영하는 방법)로 촬영했다.

정 감독이 대본에 써놓은 건 단순했다. 술을 따서 마신다. 소주잔으로 마시다가 큰 잔을 가져온다. 계속 마시면서 '무조건'이라는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운다. 정 감독은 "그 장면을 찍을 때 진웅씨에게 '롱테이크로 갈 건데, 한 1분 30초 정도 갈 거다. 연기하고 싶은 대로 해봐라'라고만 했다"고 말했다.

"진웅씨가 연기를 시작했는데 커트를 못 하겠더라고요. 어느 순간 연기가 끝나는 시점에 탈진한 게 보이더라고요. 끊고 들어갔어요. 그건 예상하거나 주문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 그게 배우의 탁월함입니다. 그걸 찍자마자 이 장면은 최대한 길게 붙이겠다고 했죠. 밸런스 때문에 앞뒤를 잘라냈지만, 배우가 그렇게 멋지게 연기했는데 그걸 길게 안 붙일 이유가 없죠. 순간순간이 배우가 가져오는 창의성 속에서 발현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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