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가'의 현대적 재구성과 재해석 '소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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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 영화 '소리꾼'(감독 조정래)

(사진=제이오엔터테인먼트, 리틀빅픽처스 제공)

 

※ 스포일러 주의

눈이 먼 아버지를 위해 인당수에 빠진 심청 이야기는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여기에 눈이 먼 청이와 아버지 학규가 납치된 아내이자 엄마 간난을 찾아 떠나는 새로운 이야기를 더하면서 판소리 어드벤처가 완성됐다. 영화 '소리꾼'은 '심청가'를 기본으로 해 우리 소리를 다양한 방식으로 들려준다.

'소리꾼'(감독 조정래)은 소리꾼들의 희로애락을 조선팔도의 풍광명미(風光明媚·자연이나 세상의 경치가 맑고 아름다움)와 아름다운 가락으로 빚어낸 가장 한국적인 뮤지컬 영화다. 소리꾼 학규(이봉근)는 납치된 아내 간난(이유리)을 찾기 위해 스스로 지어낸 이야기에 곡조를 붙여 저잣거리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그의 노래는 민심을 울리고, 이야기는 완성되어 간다.

영화의 주인공인 학규와 그의 딸 청이(김하연)는 판소리 '심청가' 속 등장인물의 이름과 같다. 학규가 아내를 찾아 떠나는 여정에서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소리도 '심청가'다.

액자식 구성의 '소리꾼'에서 학규의 소리가 흐르며 영화 속 또 다른 이야기 '심청전'이 펼쳐진다. 학규가 들려주는 '심청가'가 점차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보자면 판소리가 어떻게 만들어져 사람들을 통해 지금까지 이어졌는지를 알려주는 듯하다.

또한 학규의 소리를 통해 완성되어 가는 '심청가'가 익히 아는 이야기라면, '소리꾼' 속 학규의 이야기는 아마도 감독이 재구성한 현대판 '심청가'가 아닐까 싶다. 구비문학인 판소리는 누구를 거치느냐에 따라 이야기를 조금씩 변화할 수 있으니 말이다.

입을 통해 말로 이어지는 판소리 안에는 현장성은 물론 우리 민중의 역사와 보편적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점에서 학규의 이야기는 판소리 그 자체다. 학규와 청이, 장단잽이 대봉(박철민), 몰락 양반(김동완) 등의 여정에는 특히 일반 백성의 삶과 고달픔, 웃음과 눈물이 응축돼 있다.

여러모로 '소리꾼'이라는 한 편의 영화 안에 판소리의 시작과 과정, 의미와 구비문학만의 특징 등이 녹아있음을 볼 수 있다.

(사진=제이오엔터테인먼트, 리틀빅픽처스 제공)

 

'소리꾼'의 주인공은 역시나 '소리'이고, 소리에 공들인 영화다. 1993년 '서편제'(감독 임권택)를 만난 이후 28년 동안 소리에 관한 영화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조정래 감독의 염원이 담긴 작품이다. 그러나 영화는 '서편제'처럼 전통적인 우리 소리를 있는 그대로 옮기기보다 조금은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영화 속 소리는 때로는 관객에게 이야기하는 것 같다. 마치 구연동화와 같이 익히 잘 아는 전래동화를 뛰어난 이야기꾼이 읽어주는 것처럼 학규의 소리는 부담 없이 다가온다. 중간에는 마치 뮤지컬 넘버(뮤지컬에서 사용되는 노래나 음악)처럼 편곡한 음악과 이에 맞춰 뮤지컬을 보는 듯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본이자 중심이 되는 것은 역시 전통적인 판소리다. 전문 국악인 이봉근이 전통과 새로움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다. 소리에 관한 다양한 시도는 판소리라는 가깝고도 낯선 음악에 보다 편하게 발 들일 수 있도록 한 감독의 배려다.

학규가 간난을 찾아 떠나는 여정에서 볼 수 있는 또 다른 영화 속 중요한 메시지는 '가족'이다. 무엇이 우리를 가족으로 만드는지,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지 묻는다. 핏줄로 얽힌 가족뿐 아니라 사랑하는 마음,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고 돕고자 하는 마음이 모여 함께하는 것 역시 가족임을 이야기한다. 착한 영화만큼 결말도 착하고 따뜻하다.

우리의 소리를 잊지 않고 조금 더 많은 이에게 알리고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했다는 점은 역시 주목할 만하다. 교과서로만 알던 판소리를 누군가가 들려주는 생생한 소리로 듣고 보고 싶다면 추천한다.

7월 1일 개봉, 119분 상영, 12세 관람가.
(사진=제이오엔터테인먼트, 리틀빅픽처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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